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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지애 Oct 31. 2020

프롤로그

'말라위로 날 데려다줘요.'

이 책의 제목 ‘플라이 미 투 말라위 Fly me to Malawi’은 너무나 유명한 그 노래 ‘플라이 미 투 더 문 Fly me to the moon’에서 빌려왔다. 연인에게 사랑을 노래하는 이 노래는 처음 만들어진 1954년도 보다 1964년도 아폴로 11호가 달 착륙에 성공한 뒤 축하하는 의미로 리메이크가 되어 더 유명해졌다고 한다. 인류가 달로 여행을 하는 것은 열망과 환상, 가능성 등의 복합적인 의미를 갖는다. 


아폴로 11호 달 착륙 미션의 성공을 알리는 백양기를 달에 꽂던 그 해에, 아프리카 대륙에서 50년대부터 흘러오던 해방의 물결 속에 두 개의 나라가 독립을 했다. 그중에 하나가 말라위이다. 세계의 한쪽에선 새로운 행성으로의 탐험을 성공에 인류의 힘을 재확인할 때, 다른 한쪽에선 이제 막 모던 사회로의 진입을 시작한 신생 국가들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60년이 지난 오늘도 아프리카는 천천히 다른 세계를 따라가고 있다. 

   

부모님의 이혼 후에 맏딸로써 더이상 누구에게도 응석을 피울 수 없는 현실을 일찍 깨달았고, 하고 싶은 것은 스스로 해내겠다고 일찍이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저자는 꿈을 꾸는 것과 이루는 것 사이에 줄타기를 하며, 하루하루 노력의 결과로 변해가는 삶에 감사함과 아름다움을  느꼈다.


그러다 정말 큰 꿈을 꾸게 된다. 영어도 잘 못하고, 외국인도 보지 못한 저자가 한국을 떠나, 아프리카 대륙의 아이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다는 천진한 생각, 아니 꿈을 꾸게 되었다.  달나라가 아니라 말라위로 보내달라고 노래를 부른다. 아이들에게, 가난한 이들에게 힘을 주고, 꿈을 나눠주는 것이 그녀의 꿈이었다. 그리고 꿈이 현실이 되었다! 


막상 말라위에 가보니 모든 것이 꿈꾸던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간절히 원하는 마음, 무언가를 이루고 싶은 욕망 너머에 있는 너무 평범해서 특별하게 음미해 보지 않았던 것들, ‘사람, 삶 그리고 사랑’에 대해서 새롭게 재발견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책은 저자가 2013년 한 여름부터 2016년 1월 한 겨울까지 약 2년 반이란 시간 동안 아프리카 말라위의 한 시골 마을에서 살면서 경험하고 느낀 점들을 이방인과 현지인의 시선을 오가며 쓴 삶의 기록이다. 


제1장은 저자가 어쩌다가 말라위라는 곳에 가게 되었는지를 알려준다. 제2장에서는 말라위에서도 전혀 이질감이나 불편함 없이 산골 마을에 살게 된 이야기와 함께 산골에 살면서 불편했던 점을 다룬다. 제3장에서는 저자의 본업이었던 마을 활동가로서 주민들과 마을 촌장들과 마을 공부방을 운영하며 일어난 에피소드들을 다룬다. 제4장은 마을 공부방 사업과 별개로 저자가 직접 현지 주민들과 꾸민 사업들 중 가장 의미가 깊었던 일화를 소개하며, 제5장에서는 말라위에서도 저자를 지탱해준 힘인 사람과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리고 마지막 6장에서는 한국엔 없지만 아직 말라위에 있는 것들로부터 얻은 삶의 의미를 상기시키며 책을 마무리 짓는다. 


이 책은 저자 개인의 말라위에서의 현장 활동과 그곳에서의 삶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기에 모든 국제개발 사업의 기회로 여러 현장에 다양한 형태로 일을 하는 사람들의 경험들을 대표하지 않으며, 일반화해서 생각할 수 없다. 책을 쓰게 된 주요 목적은 ‘국제개발 현장이라는 게 이런 겁니다.’가 아니라, 그렇게 가고 싶었던 개발 현장을 갔더니, 그 단어 자체가 얼마나 우위 의식에 사로잡혔던 것인지를 깨닫게 되었고, 삶이라는 더 큰 미션에 대해 배워가는 과정을 담았다. 말라위를 가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삶의 여러 모습들에 대한 경험과 성찰들을 겸손한 마음으로 써보았다. 


좁은 의미에서 이 책은 국제 개발 협력 사업에 관심이 있거나 뜻이 있는 20대 젊은이들이 현장의 맛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특히, 아프리카로 배낭여행, 사업을 꿈꾸거나 앞두고 있는 이들에게는 현지에서 외국인으로서 살아가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맛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넓은 의미에서 이 책은 치열한 경쟁과 빠르게 돌아가는 일상에 쉼이 필요한 청춘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읽으며 우리 삶에서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보며 우리의 영혼을 재충전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



2020년 10월 30일, 베를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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