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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지애 Nov 05. 2020

첼로 세 대나!

#50. 

100일 챌린지


요가 35분 

독일어 2시간 

첼로 20분 

독서 20분 (플러스 자기 전 좀 더)



오늘은 첼로 세 대를 들고 루티에 Luthier (현악기 제작가) 레오나르도 워크숍에 방문했다. 

애인이 며칠 전 경매에서 산 첼로와 몇 달 전 산 전자 첼로, 그리고 고등학교 때 학교에서 쓰던 오래된 독일제 첼로, 장작 세 대 (?)를 들고 지하철로 이동을 했다. 


오전이어서 록다운에도 불구하고 조금 사람이 있긴 했지만 다행히 앉아서 갈 수 있어서 큰 문제는 없었다. 

오늘은 날씨가 6도까지 떨어져서 너무나 추웠는데, 십일월이라지만 지난주 추적추적 내린 비가 샛노란 단풍들을 다 가루로 만들고 금세 변색을 시켜 거리에서 사라져 버리게 한 뒤, 보란 듯이 겨울이 찾아온 것만 같다. 


레오는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그를 마지막으로 방문한 게 3월 말, 4월 초였던 같은데... 그때만 해도 사람들이 마스크를 막 쓰기 시작하던 때였다. 그런데 벌써 7개월이 지났는데 우리는 아직도 마스크를 쓰고 팔꿈치로 인사를 했다. 기분이 이상했다. 매일 보는 사람도 아니고 이렇게나 볼 일 없다가 오래간만에 만난 건데 변한 것은 그리 없는 듯했다. 


그래도 2차 록다운 전까지 지난여름부터 몇 달간 정사 운영을 했던지라 레오는 그럭저럭 괜찮았다고 한다. 그런데 2차 록다운이 되면서는 공연들도 없고, 있는 것도 취소되면서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맡기던 악기 수가 줄고 하면서 요즘은 좀 힘들단다. 근데 이 직업이 워낙 가치가 높은지라 분명 그가 엄살을 부리는거라 생각했다. 

특히 즉흥 연주랑 공연을 본업으로 하는 뮤지션 앞에선 말이다! 점점 코로나 삶 속에 내 속이 비비 꼬여 가는 것을 느낀다! 


어쨌든 음악, 악기 부품, 다양한 브랜드 명을 이야기 나누는 것을 3자 입장에서 듣고 있으면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못 알아들을 때가 많다. 오늘 애인은 전문가를 만나니 정말 물 만난 고기처럼 평소의 궁금증들을 다 털어 내는 듯했다. 그가 이렇게 질문을 많이 하는 것을 본 것이 언제가 마지막 인지도 기억이 안 난다. 


두 대의 첼로를 맡기고, 한 대의 첼로는 집으로 들고 돌아왔다. 

다행히 옥션으로 산 첼로는 실제 줘야 하는 값보다 2-3배 정도 싸게 샀다. 애인은 가격보다 소리가 너무 맘에 든다고, 지금 쓰고 있는 루마니아산 첼로를 팔고 이걸로 바꾸려는 맘까지 먹고 있다. 그렇지만 경매에서는 피렌체의 유명 이름 있는 악기 제작자가 1949년도에 만들었다고 새겨져 있는데, 레오 말로는 - 혈통 이탈리아인 - 헝가리아 제작자들 중에 그러는 이들이 많다며, 악기 자체가 매우 새 거이고, 그 유명 제작자 모델 사진을 인터넷에서 찾아서 보여주며 디자인이 많이 다르다고 했다. '짝퉁' 인 것 같긴 하지만 소리가 좋다고 맘에 들어하고, 잘 만들어진 첼로를 싸게 샀으니 그걸로 됐다. 


내가 나중에 돈 많이 벌면, 우리 애인 비싼 활이며, 멋진 첼로도 하나 사주고 싶다. 언젠가 그런 날이 오겠지?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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