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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지애 Nov 04. 2020

얼떨결에 산 가을 물씬 꽃다발

#. 49

100일 챌린지

독서 1 시간

독일어 2시간

요가 50분

첼로 25분



록다운 2일 차 믿기지 않게 날씨가 너무 좋았다.

우리는 자전거를 타고 미테 Mitte 쪽으로 한 바퀴 돌려고 나갔다.

그런데 오늘 터키 천 시장이 동네에 열리고 있는 것이다.

천 fabrics 시장이지만 신선한 야채부터 꽃, 로컬 꿀, 넛츠며 다양한 상품들이 나온다.

파머스 마켓, 아트마켓, 천 마켓이 섞였다고 생각하면 된다!


가는 길을 멈추고 자전거를 한 편에 주차해 놓고, 시장을 둘러보았다.

물론, 시장 입구부터 마스크를 써야 들어갈 수가 있다. 그래도 음식도 팔고 있어서 음식을 먹고 있는 사람들은 마스크를 잠깐 벗는데, 그리 먹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우리는 옥수수 하나를 사서 그 자리에서 먹었는데, 이미 마스크를 매번 착용하는 뉴 노멀 라이프에 적응이 된 건지 우리만 마스크를 벗고 있는 게 영 기분이 이상하기까지 했다.


시장은 카날 Canal 따라 길게 이어지더니 오른쪽의 다른 거리에도 쭉 펼쳐졌다. 거기는 기념품, 다문화 상품, 다문화 음식 위주로 마련된 코너 같았다. 독일 사람들은 계절에 맞게 식물이나 꽃으로 인테리어나 가든을 가꾸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돈 쓰는 것을 과시하지 않고, 최소한 겉으론 남이 얼마를 버는지에도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런 그들이 소박하게나마 돈 쓰기를 아까워하지 않고 하나의 문화처럼 돈을 쓰는 데가 바로 이 식물이다.


동네 꽃 가게에서 못 본 신기한 꽃들을 파는 스탠드가 있었다. 한 줄기가 오천 원... 흑흑, 내가 이것저것 더 물어봐서 막 예쁘게 코디네이터까지 해주셨는데, 마음 약한 나는 안 살 수가 없었다. 아니, 뭐 하나 사려고 했지만 평소에 싸게 대형 슈퍼마켓에서 한 다발에 삼사천 원씩 준 게 막 머리를 지나갔다. 그래도 돈 없다고 안 산다고 할 수도 없고, 십 분 내내 이 꽃 저 꽃 뺐다가 골랐다 하는 분께 그냥 ciao 하고 가기가 그래서 가장 맘에 든 거 두 송이랑 가을 느낌의 갈대 장식을 약간 곁들여서 사기로 했다. 그렇게 하니 7.5유로, 약 만원 좀 넘는 돈이다.


결국 우리의 자전거 여행은 애인이 경매에서 산 첼로가 오늘 도착한다기에 시간에 쫓기기 싫다는 이유로 거기서 집으로 돌아왔고, 다시 나가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나도 비싼 돈 주고 산 예쁜 아이들에게 새로운 보자 자리를 마련해줄 수 있게 되었다!

두 송이지만, 딱 그 정도 들어갈 만한 빈 로제 와인 병에 담으니 너무나 흐뭇했다.


그렇게 또 아직은 가을임을 느낀 하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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