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주민들의 이해관계 이해하기
2014년 12월, 한 해의 사업을 마무리를 하면서 지역 학습센터 내 교사들, 운영위원회 촌장님들, 그리고 학습자들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했었다.
설문 조사 수집과 분석은 당시 방과후 교실의 6,7 학년 교사였던 메모리(Memory)가 사흘 밤을 우리 집에서 지새우며 현지어 번역과 300 명이 넘는 설문 참여자들의 수치 통계를 함께 도와주어 가능했었다. 당시에 설문 조사 결과를 분석하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교사들에게 질문 한 것 중에 ‘센터에서 일을 하면서 가장 힘든 부분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었다. 그에 대한 보기로 제시된 것은 관련 전문 지식의 부족, 이해 관계자들과의 소통(예: 운영위원회, 학부모 또는 동료 간), 학습자들과 상호작용, 개인적 동기 부여, 수업 자재 부족, 그리고 기타가 제시되어 있었다. 우리 센터에서 활동하는 18 명의 교사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것은 ‘수업 자재 부족’(11 표)이었고, ‘이해 관계자들과의 소통’(7 표)이 그 뒤를 이었다. 나에게 흥미로웠던 것은 두 번째로 가장 큰 어려움을 호소했던 ‘소통의 어려움’에 관한 것이었다.
‘소통’의 어려움에 대한 호소는 어느 사회에서나 존재한다. 심지어, 이 시골 마을 내 작은 공부방에서도 말이다. 우리 지역학습 센터의 주 이해관계자들은 운영위원회 촌장님, 그리고 교사, 그리고 학부모가 큰 세 개의 모서리를 이루는 삼각형을 띠고 있다. 그리고 교사들은 연령대가 가장 낮기도 하고, 이 세 집단 중에서 유일하게 매월 일정한 보수를 받으면서 활동하는 집단이다.
마을에서는 ‘돈’ 자체가 오고 간다는 것 자체가 매우 조심스럽고, 마을의 일상에서 흔치 않은 경우이기에 주로 연로한 촌장님들이 센터 교사들에게 기대하는 것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한 예로, 우리 학습센터는 매월 15일, 30 일 정기 미팅을 했었고, 교사들의 급여도 30 일에 지급을 했었다. 그리고 급여도 나의 손에서 촌장님들의 손을 거쳐서 교사들에게 전달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방과후 교사들이 우리 센터의 총괄자 역할을 하고 계셨던 음리마 촌장님을 찾아와 조심스럽게 자신들의 속 사정을 드러냈다. 교사들은 촌장님들로 구성된 센터 운영위원회와 미팅이 있는 날이 아닌 다른 날에 따로 급여를 달라는 요청이었다. 그 이유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교사들이 급여를 받는 날이면 자기가 속한 마을의 촌장님이 푼돈을 조금씩 빌려달라고 한다던가, 작은 비누 하나라도 사서 보답을 하라는 식의 압력이 들어온다는 것이었다. 촌장님들에게도 이런 요구를 하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우리 센터는 오전 어린이 집 급식 운영과 부분적인 센터 운영을 위한 소득 창출 활동으로 옥수수와 대두 및 땅콩을 직접 농사를 짓고 있었는데, 삼각형의 세 모서리에 있는 인물들이 텃밭 가꾸기의 주 핵심 인물들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보통 새벽 5,6 시에 농사를 시작해서 태양이 강렬해지기 전에 마무리를 한다. 또한 당연히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여 서로의 노동의 짐을 덜어줄수록, 더 빨리 끝내고 쉴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활동에 교사들은 촌장님들에 비해 수동적이었다.
특히, 2,30 대 젊은 층을 이루고 있는 방과후 교사들은 어린이 집 운영을 위해 텃밭을 가꾸는 것이기 때문에, 자신들은 굳이 참여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들은 이러한 이야기를 촌장님들 앞에서 당당하게 얘기하지 않고, 뒤에서 방과후 교사들 간에 이미 이야기를 끝내 놓고는, 다 같이 약속한 텃밭 참여 날에 단체로 무단 결석을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몇몇 안 되는 남은 교사들과 학부모들, 그리고 연로한 촌장님들이 그 남은 노동의 몫을 그대로 떠맡게 되곤 했었다.
이런 식의 서로 다른 이해 관계와 오해로 인해서 종종 소통의 어려움이 발생하였고, 이 문제는 결국 ‘예의와 복종’의 문제로 회귀가 된다. 즉, 마을에서 가장 권위가 있는 촌장님들은 자신들의 권위에 도전하는 이런 젊은 청년들을 위협의 대상으로 여기고, 교사들은 항상 권력을 남용하고 자신들을 항상 감시하는 촌장님들을 불편하고 어려운 대상으로 여기는 것이다. 불편한 이 관계의 굴레 속에서 나는 촌장님들의 편도 아니고, 교사들의 편도 아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방과후 교사들 중에서 이러한 갈등과 험담을 유발하고, 다른 교사들에게도 근거 없는 이야기를 꺼내어, 불화를 심화 시키는 여교사들이 있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결국 이들은 2015년도 교사 선발 과정에도 참여하지 않고, 우리 센터와의 관계를 끊게 되었다. 너무 진부한 말일 수도 있지만, 이해관계가 다르면 우리는 다른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보이지 않는 ‘막’을 치고 상대를 밀어낸다. 하지만 이러한 충돌과 갈등 없이는 마을 공부방의 발전도 없었을 것이다. 마을에서 이러한 관계가 형성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어찌 보면 자연스럽게 겪어야 하는 문제들일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오히려 쉬쉬하는 것 보다 다 함께 앉아서 문제에 대해서 논의하고, 함께 해결 방안을 찾으면서 실제로 시도해 보는 것이 더 나은 마을 공부방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이다. 이 과정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문제 자체를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갈등에 놓인 이해관계자들이 만나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을 만들어 주는 것뿐 이다.
활동가로서 나는 마을 사람들의 개인적인 삶과 개인적 성향에 깊게 개입하지 않으려 한다. 어쩌면 당연한 것을 처음에 내가 그러지 못해서 이렇게 말을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마을 개발 활동, 주민 조직 활동이라는 것이 상호 존중과 진정한 이해를 통해 가려면 항상 겸손하고 열린 마음으로 소통을 해야함을 배웠다. 한발짝 물러서기. 대신 사업에 관해 주민들이 활발하게 소통할 수 있는 장치와 시스템을 만드는 것, 그것이 나의 몫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