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지만, 우리도 돈이 없어요.

소규모 NGO들의 힘겨운 자립 운동에 대한 작은 기록

by 한지애

음리마(Mlima)마을에서 나피니(Naphini) 지역 학습센터(Naphini Learning Centre)를 운영하면서, 주민들의 가장 큰 호응과 관심을 받는 프로그램이 있었다면, 단연 어린이집이었을 것이다. 센터에서 어린이집 프로그램을 운영해 온 지 3 년 만에, 2015 년 3 월부터 우리 센터는 좀바 타운에 있는 말라위 복지부에 있는 커뮤니티 기반 아동 보호 (Community Based Child Care) 관련 담당부서에 매월 정기적으로 어린이집 운영 현황을 보고하는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과정을 통해서, 말라위의 지역 정부에서 추진하는 사업과 목표에 맞춰서 어린이집을 운영을 하고, 조언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했었다.


좀바(Zomba) 시내에 있는 지역 정부 사무실에 가서 우리 어린이집 한 달 운영의 첫 정기 보고를 하는 날, 나와 함께 유치원 원장 역할을 하고 있는 교사 미지(Missy), 방과후 교사 대표로 트리니티 (Trinity), 센터 운영 위원회에서 총책임자 역할을 맡고 있는 음리마 촌장님, 그리고 서기를 맡고 있는 리콘데(Likonde) 촌장님까지 총 5 명이 가게 되었다. 한 동네이지만 각자 다른 마을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우리 5 명이 모이는 지점에서 다시 버스 정거장이 있는 큰 길가로 이동을 하고, 거기서 한번 더 미니버스를 타고서 좀바 타운까지 꼬박 2시간 가까이 걸린다.


그렇게, 도착한 타운에서 사무실을 찾아갔더니, 이미 다른 여러 마을 기반 작은 NGO 대표자들을 비롯해서 개인적으로 온 다양한 좀바 주변 마을에 사는 주민들이 이미 대기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대기실에 앉아서 또 다시 1 시간 반을 기다렸다. 음리마 촌장님과 미지는 적어도 사무실 직원들이 쓰는 공간 한 쪽에 마련된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서 대기했지만, 나머지 교사들과 리콘데 촌장님은 건물 밖 어디든 앉을 수 있는 곳이라면 스스로 자리를 찾아서 기다려야 했다. 그래도 우리는 그나마 선약을 했기에 우리보다 먼저 기다리고 있던 아주머니들에 비해서 일찍 들어갈 수 있었다.


담당자는 꾀 젊고 키가 훤칠한 사람이었다. 그는 해당 사무실 전체를 책임지고 있었으며, 아동 보호 분야 뿐 만 아니라 좀바 지역 전체의 주민 복지 전반 분야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다른 직원들이 나눠 쓰는 사무실 안 쪽에 있는 방 하나를 자신의 사무실로 쓰고 있었고, 손님이 오면 그 곳으로 안내가 되었다. 우리도 역시 그의 사무실에 앉아서 회의를 했었다. 나는 최대한 뒤쪽에 빠져있었고, 우리 센터의 어린이집에서 원장 역할을 하고 있는 미지가 사무실에서 미리 준 양식에 맞춰서 작성한 월간 보고서를 그 담당자에게 보여주었다. 또한 그녀는 덧붙여서 한 달 동안 우리의 일과와 학부모들과의 미팅 및 텃밭 활동 등에 대해서 간략하게 보고를 했다. 그리고 마을 교사들은 현장에서 어려웠던 점을 이야기하고, 마지막 질문으로 이러한 꾸준한 정부에의 보고 활동이 마을 내 센터에 어떤 혜택을 주는 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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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담당자는 우리에게 뜬금없이 ‘방과후 청소년 프로그램 (Childen's corner)’라는 정부와 한 국제기구가 함께 주관하는 아동 보호 관련된 프로그램을 소개해주었다. 그리곤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방과후 교사가 있는 지 물었고, 우리는 매일 6 명의 방과후 교사가 있다고 답변을 했다. 그러자, 정부 담당자는 그 정도 교사 수면 충분하다며, 우리에게도 그 프로그램도 함께 추가해서 해보지 않겠냐며 권유를 하였다. 그의 조언과 정보는 매우 유익하였다. 나는 그에게 그 프로그램의 운영을 위해서 필요한 자원 및 교사 연수 등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는 우리가 ‘자본’이 있다면, 강연자를 초대하여 2주 정도의 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 할 수 있다고 하였다. 결국, 교사 연수도 우리가 돈을 내야 참여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 프로그램이 어찌 되었든 그것은 미지가 원래 던진 질문에 대한 답변은 아니었다. 물론 정부 관리자들이 큰 국제기구와 함께 큰 자본과 인력을 투자해서 개발해 낸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우리가 그를 통해서 혜택을 볼 수 있는 것은 무엇이며, 우리가 그것을 실행하기까지 정부에서 주는 도움은 무엇이란 말인가? 나는 내 머리 속에 떠오르는 질문들을 그에게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그럼, 저희가 이렇게 정부에서 추진하는 프로그램에 직접 ‘자본’을 내어 참여를 할 때, 참여하는 수혜자나 마을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무엇이죠?”

“그야 물론, 더 많은 지역 사회가 참여 할수록 우리 정부가 더 정확하게 사회에서 소외된 아동들의 정보를 수집하고, 이에 대해 더욱 정확한 수치를 파악할 수 있게 되는 거죠”


나는 정부가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고자 하는 사업에 왜 사업에 소요되는 모든 비용을 마을에서 마련을 해야 이 사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이 그럴 수 있는 자본을 마련할 수 있는 길이 뭐가 있죠? 이미 시작부터 그 사업은 진행이 어려운 사업 아닌가요?”

“그렇죠. 그런데 그 이유는 다 말라위 정부에도 돈이 없기 때문에 그런 거에요. 저희도 잘 하고 싶죠. 그런데 정부에서는 자꾸 돈을 자르고, 매일 저렇게 찾아오는 사람은 늘어나고, 저희도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도가 없어요”


그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좀바는 말라위에서 4 번째로 큰 도시이자, 1964 년 영국으로 독립 직후에 10년 동안 말라위의 수도였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좀바 시청 건물 안에는 공무원들이 업무를 위해 사용할 프린터기가 없어서 매일같이 청사 맞은 편에 있는 제본소에 가서 정부 문서를 인쇄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사실들을 알고 있음에도 그의 몸에 베인 듯한 상투적인 말투와 기계 같은 답변에 더 속상하였다. 결국 우리의 회의는 우리 월간 보고서에 대해서는 어떠한 피드백도 받지 못한 채 끝이 났다. 회의를 허탈하게 나오고 나서,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는 나를 보곤, 미지는 말을 거든다.


“너무 속상해 하지 마요. 우리에게 그 프로그램 얘기하는 거는 다 당신(나를 보며)의 존재 때문이에요.”

“제가 왜요?”

“마을에서 사업을 거들어주는 외국인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정부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능력이 된다고 믿고 저렇게 말을 꺼내는 거에요.”


마을 주민들의 복지를 위해서 하는 정부 주도의 사업과 정책들도 결국 그것을 수행 할 만한 곳을 위주로 시행이 되는 것이었고, 오전에 우리보다 일찍 와서 복지부 사무실 주변에 자리를 깔고 앉아 있던 아주머니들의 얼굴이 스쳐지나 갔다.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기준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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