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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지애 Nov 19. 2020

일본 여자와 한국 여자가 공감할 수 있는 것

#63.

100일 도전 63일차 


요가 25분

독일어 30분 

독서 45분 

첼로 40분 


 



프레데릭의 영상 번역 자막을 가장 우선순위로 해주느라고 오늘은 내 루틴들을 하는 시간들이 조금씩 줄었다. 

그래도 일본 친구도 만나 카날 주변도 걸으며 이야기도 만나고, 내가 담은 김치도 나누어주는 여유를 부리며 나는 프레데릭에게 영상을 보내줄 수 있었다. 


날씨가 이제 10도 대이다. 미니 록다운 때문에 카페며 레스토랑이며 실내에 들어가는 것이 허용되지 않기에 우리는 카날 근처를 걷다가 벤치에 앉아서 한 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두 시간 가까이 거기서 얘기를 나누면서 우리 둘 다 너무나 추워졌다. 게다가 오후 4시가 넘자 해도 이미 지고 캄캄해지고 있었다. 

일본친구 리나는 고등학교부터 대학 졸업 후까지 약 십년을 엘에이와 택사스 등 미국에 살았다고 했다. 그리고 작년 나보다 조금 늦게 독일에 와서는 지금까지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본래 전공인 포토그래피와 협동 퍼포먼스 등을 베를린 지역구 아티스트 연합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생계는 번역과 일본에 있는 초등학생들을 화상으로 가르치는 일을 한다고 했다. 


리나는 최근에 식이요법으로 간헐적 단식을 막 마쳤다고 했다. 그래서 조금씩 설탕 섭취를 늘리고 있다며 달콤한 베이커리의 유혹을 떨쳐냈다. 난 매일같이 무의식적으로 얼마나 많이 내가 설탕 (커피, 초콜렛, 심지어 이번에 김치에도!) 을 섭취하고 있는지 리나의 이야기를 들으며 깨달았다. 그래서 사실 키오스크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려다가 생강레몬차를 시켰는데, 거기에 또 나는 꿀을 탔더랬다. 하하하 


리나는 한편 나의 100일 챌린지에 매우 인상 깊어 했다. 한 가지도 아니고 여러가지를 그렇게 매일 매일 스스로와 약속하고 한다는게 대단하다며 말이다. 나는 그녀의 단식이 더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우리는 한국, 일본 동양에서 와서 베를린에 살면서 비슷한 경험과 어려움을 겪었던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특히 우리의 과거의 경험이 우리 둘에게 다르게 작용했지만 결과적으로 우리의 동양 여자로서의 경험은 비슷했다. 나는 아프리카 말라위에 살면서 내 생김새가 너무나 다르고, 그게 놀림거리 또는 비의도적 차별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여기서도 늘 그런거에 민감했던 반면에, 리나는 LA에 살면서 워낙 동양인들이 많아서 소수라는 생각을 해외에서 살면서 한번도 못해보다가 베를린에 살면서 특히 코로나 시기가 겹치면서 괜한 눈총과 빤히 쳐다봄, 그리고 '코로나 비루스, 치나치나' 등의 코멘트에 너무나 놀랬다고 했다. 


내 애인이랑 아무리 가까워도 이런 이야기를 했을 때 서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리나와 이야기 할 때 처럼 크지 않았다. 그렇다고 애인의 이야기나 생각이 도움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그는 그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할 테니. 하지만 그는 남자고, 유럽 사람이고, 유럽 연합 시민이기에 늘 비자를 받아야하고, 동양인이고, 여자인 나의 입장을 다 이해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때론 그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의 퉁명스러운 대답이나 가볍게 넘기려는 태도에 (아주 드물게 그런다) 괜히 원망스럽고 밉기도 했다. 


하지만, 리나와 이야기를 하든 누구와 이야기를 하든 우리의 정치성이 우리의 개인적 독특함, 그러니 개성을 앞질르는 것에 대해서는 난 좀 조심스럽다. 겁쟁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우리가 겪는 경험의 맥락과 상황들이 다 다르기 때문에 일반화하고 집단적 경험으로 형성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놓치는 것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저 몇몇 개인들이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특히 의도적으로 그러는 사람들의 정신 상태와 그들이 과거에 겪은 것과 교육 수준이 어떻기에 타인에게 그런 행동과 말을 내뱉는 것인가 생각하면 안타깝고 가여운 마음이 더 크다. 거기에 감정이 동요되서 상대를 해야 한다는 마음이 개인적으로 나는 나지 않는다. 물론 이 상황이 당연하고 그들이 그걸 반복하도록 냅두는 것도 최선은 아니다. 참 복잡한 사안이다. 


인권의 이야기일수도 있고, 공동체로서의 윤리일 수도 있고, 정치적 올바름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래도 리나가 이야기했듯이 큰 변화를 원하는게 아니라 진정으로 우리 이야기를 듣고 공감해주는 한 명의 동지, 어쩌면 어떤 입장이든 그 한 사람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몸은 추워도 누구나 마음만은 따뜻하고 너그러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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