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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지애 Nov 29. 2020

독서의 적

#73.

100일 챌린지 73일째

독일어 1시간

독서 30분

요가 40분

첼로 50분



지금 에밀 파게 (Émile Pouget)의 'art of reading'의 번역서 '단단한 독서' (번역/해석: 최성웅)를 읽고 있다.


독서 문학의 장르별 읽는 법과 독자의 입장과 저자의 입장에서 책을 바라보는 관점과 이루고자 하는 목표의 공통점과 차이점등을 정말 군더더기 없이 하지만 강력히 빨아들이고 혼자 생각하게 만드는 조화를 동시에 적용하여 글을 써 내린 듯 느껴졌다.


제8장은 '독서의 적'이라는 타이틀로 독자가 독서를 회피하는 이유와 심리에 대해서 글을 쓰는 작가의 독서 회피와 비교하며 우리가 어디에 우리를 위치하느냐에 따라 독서 회피가 좋을 수도, 또 나쁠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현대 (당시 20세기) 에는 과거와 달리 '비판'을 독서의 가장 큰 즐거움으로 여기는 식으로 바뀐 반면, 17세기 프랑스 철학가 라 브뤼에르가 한 말을 인용하며, 그땐 비판이 진정한 독서의 기쁨을 빼앗아가는 것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 파게 자신의 생각을 그가 살아가는 시대의 맥락에 맞게 재해석한다.


그가 이 말을 인용한 이유는 비판이 좋다, 나쁘다를 말하려는 게 아니다. 당시 사후 십여 년 밖에 안된 니체의 글을 벌써 (번역하신 최성웅 작가의 각주가 없었다면 자연스럽게 니체를 인용한 것이 놀랍지 않았을 것이다. 그의 친절한 각주를 통해 파게가 살던 당시, 이 글을 쓰던 당시에는 아직 니체가 지금처럼 철학의, 실존주의의 영웅으로 자리잡기 훨씬 전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기쁘다. ) 인용하면서 '예술 기법으로서의 사랑'을 독서에도 적용을 함으로써, 그가 살던 당시에 작가의 본의도와 글의 아름다움과 속내를 깊게 느끼기도 전에 비판을 하려고 무장을 하고 덤비는 태도로 읽는 독자들에 대한 경계와 교훈으로 주고 있다.


그는 니체와 라브뤼예르를 오가며 (수많은 다른 고전 작과 작가들도 많이 언급이 되어 도움이 된다.), 제9장에서 '비평가 읽기'를 준비하고 있다. 제8장은 비평과 비판을 구분할 줄 알고, 자기애나 에고에서 비롯되는 우리 안의 내면과 심리를 잘 파악하는 것 자체가 즐겁게 글을 읽을 수 있는 조건이 됨을 알려준다. 그리고 그는 말한다. 여러 가지 비평/비판을 할 이유를 찾으며 읽는 것과, 글 자체의 아름다움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 중 하나를 택하라면 그는 후자를 택하라고 말할 것이라고 말이다. 그만큼 제대로 된 비평은 어렵다는 뜻일 것이다. 그런 점이 오늘날 프랑스의 입시제도나 논술 시험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 그 기준은 어디에서 따져볼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문뜩 떠올라 소름이 돋았다.


이렇게 비평적 쓰기와 독서의 역사는 프랑스에 뿌리가 깊은 듯하다. 그러나 이 장에서 파게 자신도 당시 프랑스 인들이 대화를 하길 더 즐기며 독서는 일 년에 한 권 겨우 하지 않을까 싶다며 프랑스 국민들이 얼마나 독서를 미루고 하기 싫어하는지 잠깐 언급한다. 내 생각에 독일 사람들은 독서가 정말 몸에 베여있는 한편, 남부 유럽 국민들은 사교적이고 대화로서 지식과 생각을 교류하는 게 더 활발한 거 아닐까 하는 짧은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당신이 독서를 미루는 이유는 무엇인가?

넘치는 자기애?

잡다한 정열, 또는 소심함?

불만족한 정신?


파게가 언급한 독서의 적들이다.


또 다른 이유가 있다면 무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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