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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지애 Nov 28. 2020

뜻밖의 선물

#72.

100일 도전 72일째 


요가 20분 

독서 30분

독일어 X 

첼로 1시간 



 오늘은 자전거를 타고 이베리코 돼지고기를 사러 포르투갈과 스페인 식품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슈퍼마켓에 갔다. 채식주의를 일주일째 실천하고 있는데, 일주일에 한 번은 고기를 허용하고 있기에, 이 돼지고기는 이번주 일요일에 군타네 집에서 함께 할 저녁을 위해 사두었다. 


자전거를 시내에서 타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나는 애인이 자전거 전용선이 아닌 차도에서 달려야 할 때 엄청 긴장하고 겁을 먹는다. 이런거 하나도 작은 말다툼이 될 수 있다. 내가 바란건 그냥 내 두려움이 있으니 가능하면 돌아가더라도 자전거 전용으로 가자는 것인데, 그는 이성적으로 또 자기의 5년 베를린 자전거 경험과 10년 차량 운전 경험을 바탕으로 내가 두려움을 느끼는 게 잘못 된거라고 이야기하다 결국 말싸움이 되어버렸다. 


내가 요구한건 정말 간단한거였는데, 미래에도 계속 생길 수 있고, 지난 시간에도 이것 때문에 갈등이 있었기에 되도록이면 자전거 전용도로로 달리자는 거에 그냥 알겠다'라고만 말해도 맘이 놓이고 안정이 되는 그런 부탁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어떻게 그게 이렇게 서로 자기가 맞다고 주장하는 판으로 바뀐건지 이해가 안간다. 


아무튼, 무사히 집에 돌아와서 집에 오는 길에 본 주말 터키 장에 장으로 보러가기로 했다. 그러면서 우린 자연스레 풀리곤 한다. 이미 오후 3시 정도 였는데 해는 벌써 빠르게 저물어갔다. 베를린은 이런 터키 시장이나 주말 로컬 시장을 이용하면 생활비를 정말 많이 줄일 수 있다. 대형 슈퍼마켓들도 이미 싼 편인데, 여기보다도 더 싸니, 말 다했다. 거기다 흥정도 가능하니 결과적으론 터키시장이 대승! 


말이 터키시장이지, 여긴 베를린이다. 그 말은 각종 아프리카 천, 기념품, 독일 각지 로컬 꿀, 수공예, 남미 악세사리, 중동 푸드 스탠드, 태국 푸드 스탠드 등 정말 다국적의 지구인들이 모여 저마다 이것 저것 판매한다. 다만, 식품, 야채, 과일 등의 코너들에는 주로 터키 상인들이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100%는 아니다. 


그렇게 한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니, 오후 4시반 정도 되었다. 이런 시장이 집 앞에 그리 멀지 않아 좋다. 

애인의 열쇠뭉치에는 우리 메일박스 열쇠가 있다. 나에겐 이 열쇠가 없어서 난 건물 현관을 열면 늘 메일함을 지나친다. 애인은 자연스레 집에 올라가기 전 메일함을 열었고, "미스 지애한" 이라는 거다. 나한테? "어디서 온거야?" 묻자, "프라이 유니버시탯! (자유대)" 


둘 다 설레는 마음으로 그 몇 안 되는 계단을 올라가며 레터를 읽어 보았다. 


"입학장" 이라고 적힌 제목으로 레터가 시작되었다. 


장학금의 지연에 한 주를 꼬박 불안과 초조, 자신감 저하로 지냈는데 드디어 입학장이 공식적으로 나에게 전달되었다. 나는 정치사회 과학에 석사 학위가 없기에 한 과목을 박사 과정 3년 이내에 수료를 한다는 '조건'이 달린 조건부 입학이었다. 하지만 이건 똑같이 박사 학생으로서의 효력을 갖고, 이 레터로 난 학교 등록을 온라인으로 진행 할 수 있다. 비자도 물론이고 말이다. 


다음주면 베를린 시청 부서에 결혼에 필요한 서류도 물어보러 가기로 에약이 되어있다. 결혼을 함으로써 독일에 머물 수도 있지만 나만의 목표와 열정으로 인정받고 머물 수 있다는 것에 또 마음이 벅찬다. 


단숨에 온라인 학생 등록 신청도 마쳤다. 이제 또 학교 학생처에 보내야 할 서류들을 모으고 우편으로 직접 보내야하는 과정이 남았지만 그래도 너무 설레는 일이다. 


그래도, 이제 정말 시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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