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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지애 Dec 01. 2020

69세 친한 친구

#74. 

100일 챌린지 74일째

요가 30분

독일어 30분

독서 40분

첼로 40분 



일주일 동안 먹지 않은 고기를 먹은 날이다. 

도토리만 먹고 자란다는 이베리코 돼지고기이다. 우리나라의 제주 흑돼지처럼 유럽에선 포르투갈과 스페인에서 나는 것으로 알려진 고급 돼지고기다. 오늘을 위해 특별히 엊그제 사둔 고기이다. 우리끼리 먹을 계획이었으면 아마 아예 사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의 베를린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오랜 친구 중에 하나인 군타네에서 저녁을 먹는 날이기 때문에 특별히 구매를 했다! 군타는 여러 번 글에 썼는데, 베를린에서 나고 베를린에서 쭉 살아온 뼛속까지 베를리너임을 자부하는 만 69세의 친구 아닌 (?) 너무 소중한 친구이다. 사실 군타를 알게 된 건 그의 아들이자, 아티스트인 프레데릭을 통해서 알게 되었는데 프레데릭보다 더 자주 만나고 가까워졌다. 난 종종 프레데릭의 작업을 한국어 텍스트로 번역을 종종 해주며 일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영감을 주고받지만, 군타처럼 순수히 저녁을 먹거나 시간을 보내기 위해 만나는 시간은 많이 줄었다. 


아무튼, 군타는 베를리너이지만 체코 프라하의 고등학교 독일어 교사들의 훈련을 맡아 3년 파견이 되기도 했고, 젊은 시절부터 프랑스 노르망디에서 여름이면 교환 교사로 파견되어 시간을 많이 보내어 꾀 마인드가 열려있고, 늘 아이디어가 넘쳐나는 분이다. 아쉽게도 당뇨와 심장병으로 작년부터 병원신세를 많이 져서 야외에서보다 그의 집에서 주로 시간을 보낸다. 그래도 내가 한 달 전부터 요가 기본 동작을 가르쳐주면서 매일 연습한다고 하더니 이번에 방문해보니 늘 앙상하게 말라있던 종아리와 허벅지에 살이 제법 붙어 보였다. 아무래도 먹는 것보단 요가를 하며 혈액순환과 가벼운 근육들을 수시로 움직여주다 보니 자연스레 좋아진 게 아닐까 생각했다. 너무나 기뻤다. 애인과 나는 군타의 건강을 더 독려하기 위해 내년 여름에 같이 포르투갈의 피코 섬에 같이 가자고 제안했다. 물론, 다른 나라로 비행기를 타고, 배를 타기 전에 베를린에서 가까운 근교라도 갈 수 있을지 없을지 해봐야 한다며 우린 피코를 가기 전에 다 같이 자전거든 우리 카라반 (준비가 그때까지 된다면!)을 타고 가벼운 여행을 떠나자고도 이야기가 나왔다. 


독일어와 프랑스어를 자유자재로 하는 군타는 영어로 소통을 할 수는 있지만 그가 그리 편해하지 않는다. 나보고 1년 반 베를린에 있었고, 올해부터 독일어를 시작한 거에 비해 독일어를 빨리 이해한다며 칭찬해주었다. 아무래도 내 짝이 워낙 뮤지션으로 독일어를 안 배우고도 생존(?)하다 보니 그와 비교했을 때 내가 좀 더 잘 알아듣는 것 같기는 한데... 한참 멀었다. 그래도 이제 박사생이고 자유대에 독일어 코스도 듣고, 온라인 셀프 스터디도 꾸준히 하면서 내년에는 중상위 레벨까지 올리고 싶다. 도전!!! 


프랑스식 홍합 스튜를 애피타이저로 이베리코 돼지고기를 메인으로, 그리고 마무리는 치즈로.. 

계획은 그랬다. 나를 빼고 둘은 그 계획을 잘 해냈는데, 빈 속에 와이트 와인을 몇 잔이나 마시고 밥을 먹자 레드와인으로 갈아타고 얼마 안 되어 난 급격히 피곤함을 느꼈다. 


결국 너무 졸려서 난 30분 침대에 누워 잠을 자야 했다. 우린 군타네에서 중, 장기 (1개월) 생활한 경험이 있고, 나 같은 경우엔 처음 베를린에 왔을 때 군타 집에서 3개월을 지냈기에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군타 집에 도착하곤 시계를 한 번도 들여다보지 않다고, 잠을 깨고도 한참을 수다를 떨다가 아쉬움을 뒤로하고 집에 갈 채비를 하고 나왔다. 그런데 새벽 한 시가 다 된 것이다! 지하철은 끊기고 결국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1 시간을 꼬박 걸려서 집에 돌아왔다. 


내 짝도 많이 먹고, 많이 마셨는데 잘 참는다더니 집에 오자마자 긴장이 풀렸는지 좀 힘들어하더니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곯아떨어졌다. 난 그 잠깐 눈 붙였던 게 도움이 되었는지 오히려 간밤에 잠을 훨씬 설쳤다. 


다시 한 주의 시작, 어디에 있던지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마치 휴가를 다녀온 것 같은 시간을 보내면 다시 독립적으로 열정적으로 맞이하는 일상이 가혹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게 특히 월요일이면 말이다. 


그래도 기분 좋은 에너지와 사랑의 힘으로 또 하루를 보냈고, 새로운 하루와 한주가 눈 앞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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