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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지애 Dec 02. 2020

포르투갈남&한국녀, 베를린에서 혼인신고 하러가다

100일 챌린지 75일째 


요가 20분

독일어 30분

독서 30분

첼로 40분



시청에 다녀왔다. 


독일어를 잘 하고, 이미 여기서 결혼식도 두 번이나 올려본(?) 행복하게 살고 있는 댄 (이스라엘)과 동행하였다. 결혼을 위해 필요한 서류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원래 우린 지난 여름에 포르투갈에서 하려고 한국에서 서류들도 뗐으나, 섬에서 결혼을 하는게 불가능할 것이라곤 상상도 못하고 (베를린에서 포르투갈 가기전부터 전화로도 문의도하고 나름 준비가 다 되었다고 생각했었는데), 리스본에선 할 생각도 안 하고 있다가 섬에서 이런 케이스 (포르투갈인과 한국인, 아시아인, 외국인 사이 결혼)를 보지 못했다며, 포르투갈 대사관에서 받은 공증 번역을 시비 삼으며 한 단어가 모자란다고 그랬다. 아무튼 급하게 리스본과 그 주변 동사무소에 신청을 하려니 예약을 잡아야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많이 밀려서 예약 신청한 날로부터 두 달이 지나야 가능했고, 우린 이미 베를린에 돌아온 뒤였다. 그렇게 결국 허망하게 (?) 결혼 준비는 좌절이 되었다. 


그 소식을 들은 댄이 그와 그의 남편 (정말 잘 어울리는 두 남남 커플이다, 그리고 그들의 강아지 하키코...!) 이 막 성취해낸 독일 베를린에서의 결혼 준비와 경험을 이야기하며 우리에게 베를린에서 하라고 적극 추천을 한 것이다. 심지어 그가 같이 가 줄 수 있다며, 구두로 말한 뒤에도 애인에게 메세지도 따로 보내주었다. 댄은 애인의 2년차 장수 첼로 학생으로 인연을 맺어 알게 되었다. 댄은 자기 경험을 이야기해주며 나와 같은 비자 연장 상황을 겪은 것과 통역이 필요했던 어려움 등을 이야기하며 큰 공감과 품어줌으로 우리를 도와주었다. 


내가 한국에서 받은 개인서류들이 6월에 발급이 되었고, 아포스티유도 있어서 번역만 독일어로 바꿔서 쓸 수도 있다. 그런데 독일에서는 서류들을 다 받으면 그 서류들이 맞는지 독일 법원에서 확인을 거치는데 이게 한 달 가까이 걸릴수도 있다고 했다. 그래서 베를린 대사관의 영사 민원 서비스로 서류들을 다시 받던지, 아님 한국에서 다시 원본을 받아 아포스티유도 외교부에서 받아서 보내야 할지도 모르겠다. 


반대로 포르투갈 출신의 애인은 유럽연합에 속해 있기에 포르투갈 언어 공식 개인 문서들을 따로 번역도 아포스티유도 받을 필요가 없단다. 그런데 문제는 베를린의 포르투갈 대사관에 예약을 잡고, 서류를 받기까지 시간이 걸린단다. 이런거 보면 정말 우리나라가 대단하단 생각이 든다. 난 전화로 문의해보니 어느 날이든 그냥 방문해서 서류 신청하면 2-3일 이내에 받으러 가면 된다고 했었다. 다만, 아포스티유는 한국에 보내야하기에 최대 6주까지 걸릴 수 있다고 했다. 이건 뭐, 타임머신을 탈 수도 없는 노릇이니 게다가 코로나로 인해 국제 택배를 주고 받는게 어렵기에 이해가 갔다. 


아무튼 포르투갈 대사관에서 예약을 언제 잡아주느냐에 따라서 난 지금 갖고 있는 문서를 막판 시도를 하느냐, 아님 새로 받으면 여기서 받느냐, 한국에서 오길 기다리느냐 까지 세 가지 옵션들이 있다. 


참, 이제 모든 게 둘이서 맞춰가야 한다니. 늘 같이 아무렇지 않게 우린 1년 넘게 같이 살고 있지만 정작 결혼을 한다고하니 여러가지 면에서 우리가 참 다른 세상에서 왔고, 그럼에도 각자에게도 낯선 땅에서 어떻게 어떻게 좋은 주변사람들의 도움도 받고 또 우리끼리 나름대로 어려움에도 잘 견뎌내고 있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꼈다. 


둘이 함께 가는 것이 아직은 어렵고 불편하다고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럴 때는 내 짝을 보며 베우고 느낀다. 더 친절하고 사랑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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