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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지애 Dec 02. 2020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요?

#76.

100일 챌린지 76일 차


요가 45분

독서 30분

독일어 1시간

첼로 40분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 건 어찌 보면 하나를 꾸준히 할 용기나 열정이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고등학교 때 내 목표는 오로지 하나. 서울대를 가는 것, 인 서울 하는 것, 그러다가... 국립대를 가는 것으로 정착을 하게 되었지만 내 목표는 수능을 잘 보는 것. 내신을 잘 보는 것. 매우 단순했다. 내일이면 수능인데, 모든 수험생들, 그리고 부모님들, 여유 있는 마음가짐으로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이제야' 말할 수 있지만 물론 우리나라에선 엄청나게 중요한 시험이고 인생의 과정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습관을 가지고 대학에 가보니 '거의' 비슷한 패턴이 이어졌다. 대기업 취업, 공무원 시험 준비, 스펙 쌓기 등 무언가 그 자체로 즐거워서 하는 것보다는 계속 앞을 내다보고 하는 것들의 준비 과정이었다. 이런 것들에 대해 우리는 '현실'을 내세우며 합리화 또는 정당화를 할 것이다. 모든 이들이 처한 상황과 배경이 다르기에 그 어느 누구도 한 개인의 삶의 결정에 함부로 말할 수 없다. 


그런데, 한 가지 목표라는 것이 이렇게 단기적 또는 형식적인 것일 때, 예를 들면 어떤 대학에 들어가면 그다음 인생은 무엇이 펼쳐지는가? 원하던 대기업에 입사하면? 만약 입사하지 못하면? 우리가 일구어 낸 일들이 우리 삶의 성취가 되고, 업적으로 남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꿈'을 이루어내느냐 마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다만, '꿈'이란 단어를 좀 더 그 본래의 규모에 맞게 썼으면 좋겠다. 꿈까지도 현실적으로 이미 해낼 수 있는 것들로 하면 '올해의 목표' 또는 '지위 업그레이드' 등 뭐 그런 표현을 써도 될 것 같다. 나에게 꿈은 늘 방대했다. 너무 방대해서 바라보고 있으면 한숨이 나고 언제 저기에 다다르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그런 꿈은 다시 나에게 되려 질문을 던진다. "왜?" 


정말 꿈이라 부를 수 있는 것들은 왜라는 질문에 대해 깊은 곳 구석 우리 자신을 진정으로 나라는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것, 현실적 타협(?) 또는 여건이 필요한 이유 등을 함께 끄집어내게 도와준다. 내 꿈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두려웠고, 또 민망했다. 종교인도 아니고 내가 이상적인 사람도 아니고 그에 가깝지도 않은데 내 꿈은 정말로 모든 인간들이 개개인이 평등하게 자신의 권리와 존엄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이었다.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지금은 나 자신이 일상에서도 얼마나 그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습관과 용기를 기르는 것으로 시선이 바뀌었다. 


그러다 보니, 나도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히기도 했다. 남들을 잘 보살피는 것이 결국엔 나를 이만큼 희생시켜야 하고 조금 불편하고 어려움을 스스로 감내해야 하는 것이라니. 그렇게 실천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난 좀 더 이기적인 사람인지 모르겠다. 나에겐 강요된 또는 구조적으로 만들어진 희생을 감내하는 것은 나 스스로 희생의 값어치를 알고 자발적으로 희생하는 것과는 달랐으며,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3년을 지내면서 깨달은 점이기도 하다. 구조는 개인들에게 이런 것들도 스펙이라 하며 우리의 희생과 봉사를 당연히 여기고 일종의 교환이라 생각하며 (경험과 보상에 대해), 이런 것들이 고착화되어간다. 


그게 꼭 비영리 단체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이런 패턴을 우리 각자의 삶에 적용해봐도 어느 정도 말이 된다라고 생각된다면 맞는 것이다. 그렇게 이제 한 우물을 '직업'이나 '타이틀'에 파지 않기로 했다. 난 예술, 인권 옹호 활동, 학업 연구 활동, 교육 활동을 펼치면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내가 하는 일들로 희생을 하거나 나 역시 희생 속에서 하고 싶은 일들을 꾸역꾸역 헌신하며 하고 싶지 않다. 그렇기에 결국은 경제적 능력은 중요하다. 그래도 좀 더 솔직해질 수 있다면, 꿈은 더 크게 꿨으면 좋겠다. 그게 결국 왜 돈을 벌고 있는지, 벌어야 하는지에 대해 답을 줄 것이라 믿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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