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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지애 Dec 11. 2020

면접 끝. 콜로키움 끝.

#84.

100일 챌린지 84일 차 


요가 25분

첼로 30분

독서 (콜로키움 리딩) 1시간 반 

독일어 X 


그렇다. 원래라면 여기서의 '어제'의 일을 한국 시간으로 낮이나 늦은 저녁 시간에 올리는데 오늘은 여기 시간으로 밤에 쓰는 바람에 오늘과 어제의 일을 모두 몰아서 쓰게 되었다. 그 이유는 '오늘'은 정말 '큰' 날이었기 때문이다. 새벽 6시에 일어났다. 


일어나자마자 요가를 30분 하고 샤워를 했다. 

그러고 책상에 앉자, 7시가 조금 넘었다. 그렇게 마지막으로 면접 준비를 했다.


나의 면접 시간은 8.45분 


면접 직전과 면접 후 자기소개 중반에 가 가장 긴장되었던 것 같다. 

그러나 되돌아보면 정말 너무나 편하게 대해주셔서 정말 지금도 인상 깊고 기리기리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화상으로 연결된 면접이었는데, 세 화면이 나타났다. 


나와, 한국 사무소에 앉아계신 교수님들과 daad 담당자분, 그리고 독일 (심지어 베를린, 예~~~)에서 젠더 전문으로 평가를 봐주시는 객원 교수님의 스크린이 동시에 떴다. 간략히 면접을 요약하자면... 


형식적으로 내가 여러 개 분리해서 나눠 준비한 면접 질문은 하나도 안 나왔다. 왓!!!


질문별로 답안 키워드와 불렛 포인트, 심지어 초반엔 스크립트까지 써가며 준비를 했는데 (물론 전혀 후회는 안 한다.) 그런 질문이 아닌 나의 리서치에 관해서만 몇 가지를 계속 물으셨다. 순간적으로 답을 하고 근거를 대어야 했기에 나중에 이런 식으로 흘러간다는 것을 깨달은 후에는 좀 더 여유가 있었던 것 같지만 연구 질문에 답을 하는 중간에 다시 질문을 수정해서 깊게 물어보는 방식에 처음엔 약간 긴장했다. 

그렇게 연구에 관한 내용만 20분을 이야기했다. 면접 당 주어진 시간이 본래 20분인데, 길어지면 30분까지 갈 수도 있다. 나의 경우에도 30분 정도를 채워버린 것 같다. 연구 주제 질문 뒤에는 서울 사무소에 앉아 계신 교수님 중 한 분이 '페미니스트 접근'에 관한 질문을 하셨고, 간단했다. 그러나 역시 연구에 관한 질문. 


내가 준비한 여러 기본적 질문들인 왜 독일인가? 왜 그 대학인가? 왜 그 교수인가? 미래 계획은 무엇인가? 는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조금 허탈하기도 하면서도 준비를 힘들게(?) 해 놓은 덕분에 예기치 않았지만 바로바로 튀어나오게 준비자세 하나는 제대로 되어 있었던 듯하다. 


결과는 이제 기다려봐야 한다. 2월이면 연락을 준다고 했는데, 조금 밀릴 수 있는 가능성도 생각하고 있다. 


너무나 어렵게, 간절히 기다리며 잡은 면접 기회라 후회도 없고, 이 날이... 이 시간이 지났다는 것이 너무나 홀가분하고 감격스러운 것도 잠시...!


어제에 이어서 오늘 이틀 차 첫 콜로키움이 진행되었다. 어젠 내가 내 연구 계획서를 발표했고 박사 과정 중인 동료들과 지도교수에게 피드백을 받았다. 그리고 오늘은 내가 한 친구의 연구 발표에 대해 코멘트를 보다 구체적으로 전달해야 했다. 그런데 면접 준비에 올인을 했다 보니 그 친구의 연구 자료를 읽어보았지만 뭘 물어봐야 할지, 코멘트를 해야 할지 정리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면접을 보고서도 오후 2시부터 있을 콜로키움 준비를 했고, 우리는 보통 자기 발표와 동료에게 코멘트가 아니더라도 코멘트는 누구나 발표자에게 할 수 있고, 매우 활발한 분위기를 어제 파악했기에 난 오늘도 원래 코멘트를 달아야 하는 친구 외에도 다른 발표자의 연구 발표에 코멘트를 달았다. 


아직 너무 낯설고 마냥 새내기 같아서 자꾸 '익스큐즈'하는 표현을 스피커를 켤 때마다 양해를 구한다. '처음이라, ' '이제 막 시작해서' '이전 맥락을 못 들어서', '이 주제는 처음이라'...

그런데 돌이켜보면 그런 양해를 굳이 말을 안 해도 상대들도 다 알 텐데 하는 생각도 들고... 너무 자신감이 없어 보이려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 말고도 두 명이 박사 과정을 막 시작한 친구들 같았는데 그들은 아카데믹 배경을 쭉 갖춰온 친구들 같았다. 나도 아카데믹하다면 석사를 했지만 그것도 벌써 졸업만 2년 전 일이 되었다. 그때 다시는 아카데미는 큰 각오 없인 빠른 시일 내에 안 하겠다고 했는데, 생각보다 짧은 시간 안에 다시 발을 들여놓은 것 같다. 사실 석사 연구도 되게 현상학적, 경험적 연구였기에 현장 연구 기록, 보고 느낌이 강했다. 


아무튼 '정치과학' 분야에서 몸을 담았던 것도 아니 인지라 코 멘틀을 주면서도 내가 이해한 게 틀리면 어떡하지라는 걱정과 내 이해력이 너무 느리고 부족해서 제대로 콘텐츠도 이해하지 못한 거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런데도 다른 동료의 글을 똑같이 읽고도 여러 가지 피드백을 제안해주는 동료들을 보면 정말 감탄과 동경심이 절로 생긴다. 


아 오늘 큰 일을 두 가지나 해냈다! 어째 일 년 중에 12월이 가장 바쁘구나! 그래도 너무나 기쁘고 감사하다. 

2021년이 벌써 기대된다!!! 시련도 많겠지만, 그래도 감사하는 마음을 잃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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