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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지애 Dec 11. 2020

닭이 되어버린 파랑새

#86. 

100일 도전 86일 차


요가 30분

첼로 30분

독서 콜로키움 리딩 30분

독일어 X



오랜만에 폰 게임을 20분 넘게 했다. 아무 생각 없이! 

면접이 끝나자마자 시작한 엽서 사이즈의 캔버스에 파란 새/ 닭을 그렸다. 


내 워킹 데스크 바로 뒤에 그림 작업 데스크가 있어서 콜로키움 시작 직전 10분, 

시작 후 브레이크 있을 때마다 짬 내서 그림을 덧대었다. 


저녁에도 짬 내어 계속 그림을 그렸다. 앉아있는 창문 밖으로 오후 2시에 시작한 콜로키움이 3시 반이 넘어가자 해가 점점 떨어지는 것이 모니터를 통해 느껴졌다. 창을 내다보면 가끔 비둘기가 옆집 큰 발코니에 가득 찬 화분에 자주 앉아 있는다. 창문이 없었다면 내가 비둘기를 그리 가까이서 오래 볼 일이 있나 싶다. 특히 좋은 것은 같은 눈높이에서 ㅎㅎ 


비둘기 우는 소리도 자주 들리고 가까이서 들린다. 그렇게 며칠 동안 노트북 모니터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며 연습한 인터뷰가 드디어 끝나자 머릿속에 내가 그리고 싶은 것은 새 한 마리, 파랑새였다. 


근데 그리고 나니 약간 닭이 되었다. 날개 뒤의 아우라 같은 것을 그러데이션으로 그리고 싶었는데 두툼한 날개가 되어 포동포동한 닭처럼 생겼다. 괜찮다. 우리 창작에 정해진 표본은 없으니 말이다. 올 한 해 너무 여유 있게 그러나 앞날을 극히 걱정하며 살다가 배운 거라곤 내 내면을 가꾸는 일. 


나를 사랑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머리로만 눈으로만 하지 말고 온몸으로 온 마음으로 행동해보기. 

그림도 그리고, 인테리어도 해보고, 빈티지 오브제도 조그맣게 온라인으로 팔아보고 (실적은 제로, 그래도 질문한 이들은 몇몇 되었다.), 첼로도 매일 연주하고, 그림도 그리고., 무엇보다 요기! 


이제 바쁜 한창이 지나가고 나면 허탈한 마음과 무언가를 끝낸 마음이 그간 배운 취미와 창작으로 빠르게 채울 수 있게 되었다. 글쓰기도 그 일부이겠지? 


날이 춥다. 바람도 차다. 집은 따듯해서 좋다. 

작가의 이전글 면접 끝. 콜로키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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