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지애 Feb 08. 2020

Sharing is Caring (나눔의 행복)

중고 구매의 행복과 철학  

베를린에서 생활을 하면서 특히, 길레름 (파트너)를 통해서 배운 것이 하나있다. 


길거리 곳곳 집 앞에 사람들이 내놓은 '프리박스'를 적극적으로 눈여겨 볼것'

'이베이클라이넌자이건'을 활용할 것' 

'페이스북 마켓'을 눈여겨볼것; 


'눈여겨보고 활용하는 것'은 자주 자주 구매를 하는 것이 아니다. 


구매 이전에 , 

1. 나에게 필요한 아이템이 무엇인지 리스트를 적는다. 

2. 새 상품은 가격이 대충 어느정도인지 샵과 온라인 아마존/이베이 틍을 통해 확인한다.

3. 그리고, 위의 중고 사이트와 물물거래 사이트에서 도시 내/ 구역 내 근처 사는 사람들 중에서 내가 원하는 물건을 내놓은 사람이 있는지 보는 것이다. 


이렇게 나와 길레름은 집에 필요한 물건들이 무엇이 있는지 함께 논의를 하고, 누구든 관련된 물건을 위 사이트 중 발견하면 서로 공유하고 함께 맘에 드는지 결정을 한다. 

특히 최근 쭉 우리는 여러가지 대체하고 새로 들여야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함께 이 플랫에서 지낸지가 이제 석달되었기 때문이다. 이 전에 남자친구 혼자서 지내던 작은 플랫이라 조금은 '집'처럼 느끼기에 아쉬운 부분들이 있었다. 


그래도 우리 둘은 안목이 비슷한데, 특히 남자친구는 나무 소재, 원목, 자연 그대로의 재료들을 좋아하는 것에 대한 확고함이 있었다. 그래서 몇 개월씩 텀을 두고서 산 것들이 하나씩 모이니 썩 보기에 좋았다. 


최근에 우리가 중고 거래에서 집에 들여온 것들 중에는 

 

저 세계지도는 주인의 할머니때부터 간직했던 거라고 한다. 7유로에 건졌다. 주인은 막 스무살을 넘기곤 아랍계 미국인이었는데,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기에 집 안의 물건들을 최대한 많이 파는 것이 목적이라했다. 사실, 그녀의 집에 가던 중에 그녀로부터  우리가 사겠다고 한 지도를 더 높은 값에 사겠다고 한 사람이 나타났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러고 그녀는 그가 곧 온다고 했다며, 그를 기다렸다가 지도를 경매에 붙여도 되겠냐고 물었다. 우리는 당황하기도 했고, 기다리고 경매까지 하고서 가져갈 만한 물건은 아니라 생각하여 지도는 고사하고 집안 곳곳 그녀가 내놓은 다른 물건들을 보고있었다. 그렇게 15분이 지났고, 결국 지도에 관심있던 남자는 '사기'로 드러났고, 그녀로부터 고스팅 (유령처럼 사라지는 행각) 해버렸다. 그렇게 우리는 그자리에서 우리의 기존 목표였던 지도를 건져왔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그녀의 집에서 이케아 사진 액자 (1유로)/ 원목 안틱 램프(9유로)/ 장식용 LED 로맨틱 광선 (3유로) (? - lightning cable) 을 건져왔다. 

액자에는 이전에 선별해서 엽서로 만들었던 직접 찍은 사진들 중에서 말라위에서 나무위에 올라간 소녀를 아래에서 올려다보며 찍은 이 사진을 넣었다.  

그리고 얼마 안 되어서 말라위에서 간호대학 입학하는 데 책임을 지고 도와주었던 여학생으로부터 좋은 보건 관련 기관에 취직을 했다는 좋은 소식을 들었다. 졸업 후 1년 넘게 직장을 구하지 못해 힘든 시간을 보낸 것을 알았기에 그녀로부터 전해들은 이 소식은 정말 나를 기쁘게 했다. 그리운 말라위 ... 




3유로를 주고 구매한 이 라이트닝 케이블은 우리집의 현관을 들어오는 입구, 그리고 주방과 안방을 잇는 중간 공간에 장식을 해보았다. 








여기엔 두가지 아이템이 있다. 

저 램프가 마지막으로 우리가 '그녀'의 집에서 얻어온 것이고, 저 대나무 선반은 다른 여인 (?)으로부터 10유로에 다른 날 구매를 했다. 왼쪽 뒷편에 보이는 대나무 장대들은 길레름의 이전 침대 팔레트의 일부로 침대 구조에 쓰였던 것인데, 다 해체해서 버리면서 괜찮은 대나무들은 어디 쓸때가 있을까해서 남겨두었다. 아직 활용할 거리를 찾지는 못했지만 새로 들인 저 램프와 선반 옆에 놓여있는 것만으로도 나름 그 몫을 하는 듯 보인다. 








이 찻잔은 반년도 전에 마우어파크의 벼룩시장에서 15유로 (나름 비싸다!)를 주고 사놓고는 좁은 집에 어디 마땅한 자리를 못 찾고 그저 방치해두었었다. 사실은 누가 같은 값에 사려고하면 팔려고 내두었는데, 지난 주말에 이웃 커플이 와서 뚝딱뚝딱 설치를 해주어서 이제 우리 주방 한 공간에 예쁘게 걸려있다. 무거운 것들을 넣으면 무리가 될 것 같아 간단한 소스들 - 일상에서 매일 쓰지 않는 스파이스 (양념) 들을 넣었다. 자랑스러운 우리의 한국산 깨소금도 함께 하하 




마지막으로, 사흘 전에 벼르고 벼르던 카펫 두개를 한 시간 거리의 판매자 댁에 가서 집에 들여다놓았다. 

벼룩시장을 가도 안틱하고 큰 안방/거실용 카펫은 값이 100유로를 훌.쩍 넘기기 일수다. 

그리고 판매자들이 터키나 아랍쪽에서 온 경우 디자인이나 퀄리티가 매우 좋기 때문에 아무리 깎으려해도 잘 깎아주지 않는다. 그러던 중에 한 판매자가 2개 이상의 카페트를 팔고 있었고, 그 중 하나라도 건지자는 마음으로 판매자에게 메세지를 보내어 50유로에 판매하던 카펫을 30유로로 깎기에 성공했다. 

비를 맞으며 갔는데, 왠걸, 그는 4개의 카펫을 판매하고 있었다. 레바논에서 온 중년? 정도의 남자분이었는데 매우 친절하고 인상이 좋으셨다. 우린 4개 중 2개를 샀는데, 결국 30유로로 할인 받았던 카펫은 실제로 보니 우리 취향이 아니어서 들여오지 않았다. 돌아오는 길에 우린 우연히 쇼핑 카트를 발견해서 무거운 카펫을 끙끙거리며 이동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래도 Sbahn - (기차) 과 Ubahn (지하철) 을 갈아타야했기에 조금 불편하긴 했다. 땀도 나고, 자리에 편하게 앉지도 못하고. 그렇지만 우리는 두개의 카펫을 한개의 값으로 흥정을 하고 이젠 우리 플랫 바닥을 의자에서 오는 스크래치를 남기지 않고 보전할 수 있게 되었다. 


판매자 집 앞에 나오자마자 큰 길목으로 나가는 길 앞에 쇼핑카트가 놓여있었다. 우리 둘은 눈을 마주치며 암묵적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었고, 빵 웃음이 터졌다.
심통난 것처럼 보이는 길레름. 카펫 두개를 책임지고서 지하철 플랫폼에서.



그렇게 총 

램프 9유로

라이트닝 3유로

대나무 선반 10유로

안틱 세계지도 7유로

카펫 2개 60유로

89유로에 구매했다. 약 십만원 정도 하는 금액이다. 




베를린같은 대도시의 장점은 그것이다. 

사람들의 이동성, 유동성이다. 

누군가는 오고, 또 때가 오면 누군가는 떠난다. 


베를린에는 시민들이 자기가 쓰지 않는 것을 중고로 팔거나 아님 아예 모아서 집 앞에 상자에 내어놓고 친절하게 '공짜상자' 라고 적어놓고 필요한 사람들이 가져가 수 있도록 배려한다. 


물론 때론 이걸 누가가져가라고 할만큼 다소 오래되고 부서진 것들을 내놓는 것을 당연히 볼 수 있지만, 그렇게 오랜시간 아무도 가져가지 않으면 결국은 폐기 처리를 하지만 주변 이웃들을 보면 늦어도 3,4일째가 되면 어느덧 상자는 비어있다. 

아무리 오래되고 쓸모 없어보여도 누군가에게는 정말 필요하단 것이다. 


대도시인만큼 저렴하고 상업성이 강한 상품들도 많다. 

그렇지만 도시의 문화로서, 또 생존하는 하나의 방법으로서 


나와 남자친구는 '과'소비 하지 않으면서 아름답게 자족하는 법을 이렇게 터득하고, 실천해가고 있다. 

만약 남자친구가 아니었다면 내가 지나가는 '공짜박스' 따위(?)에 관심이 있었을까? 

남이쓰던 중고물품을 그렇게 나의 니즈와 현실에 맞게 바라보는 안목을 갖을 수 있었을까? 생각해보면, 아니다. 


함께 이렇게 노력을 하고, 중고 물품을 결정하는 거에 있어서도 처음에 난 그리 자랑스럽지 않은 행동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남자친구의 그런 성품과 노력이 절대 부끄럽거나 모자라는 것이 아니라 현명하고 올바른 것이라는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그 깨달음을 함께 실천하고 도움으로써 길레름에게 그것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세상은 내가 어떻게 보느냐 나름이다.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우리가 최근 값싸게 얻은 물건들과 그 값어치도 엄청난 금액일 수 있다. 그래서 우린 늘 작은 것을 얻고도 '우린 정말 행운이야' 라고 서로에게 얘기한다. 

정말 그렇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일상을 보내고, 매끼 밥을 함께 먹고, 낯선 (?) 타지에서 언어도 함께 배우고.. 그러면서 일상에 감사하는 것을 배운다. 


세상은 내가 어떤 마음으로 보내느냐 나름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베를린의 박물관 라이프 스마트하게 즐기는 방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