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100일 챌린지 보고
요가 25분
독일어 공부 1시간 10분
책읽기 50분
애인과 떨어진 이틀차.
오늘 그는 첼로 수업이 4개나 있었다고 한다.
그의 아버지가 있는 동안에는 심지어 6번의 공연도 잡혀있다.
짬 날 때 연락하고, 통화하고 옆에 없지만 없는 것 같지 않다. 그런데 그는 보고싶다고 늘 표현한다. 낭만꾸러기.
군타가 볼일을 보러 나갔다가 운전을 해주는 친구 쉐린이 급히 가족 중에 차가 필요하다 하여 '급' 홀로 자전거를 타고 동네 한바퀴를 돌러 갔다. 나는 그 사정을 나중에 집을 나서면서 자전거를 끌고 돌아오는 군타를 만나서야 그 사정을 들을 수 있었다.
혼자 있으면서 이틀 전 첫날 군타와 애인이 있을때 해 먹고 남은 파스타를 우구적 우구적 먹고 있었다.
대낮에 혼자 지난 날 남은 로제 와인더 겻들여 말이다. 한참 먹고 있는데, 한국에 여동생에게 보이스톡이 왔다. 파스타 먹기 전에 엄마와 통화 하면서 간호사인 동생이 오늘은 저녁에 집에 있는다고 하길래 나에게 시간되면 전화해달라 했더니, 하필 밥을 먹을때...
그래도 오랜만에 통화를 하는 것이기에 전화를 받았고, 또 언제 둘이 시간이 맞을지 모르기에 난 먹으면서 동생과 근황을 주고 받았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병원에서도 일을 하는 동생에게 아무일이 없다는 것은 감사할 일이다. 반대로 타지에 있는 언니가 백수이지만 의지할 사람이 있고 안전한 곳에서 지내고 있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로 감사할 일이다. 주변에 워낙 친구가 많은 동생이 성인이 되면서 늘 부러웠다.
특히 나는 아프리카, 유럽을 돌아다니며 타지 생활이 길어지면서 점점 연락을 자주 할 수 있는 친구들도 줄어들었다. 쓸쓸하지만 점점 우리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 고독한 길을 걸어가야한다는 명언이 머릴 스치고 나에게 작은 위로를 해준다. 동생은 부산 토박이로 일하는 병원마저도 집에서 마을버스 하나만 타면 된다.
4년 터울의 동생과 나는 둘다 성인이 되고나서는 언니-동생보다 친구같은 느낌이 더 익숙하다. 어렸을적 워낙 둘이서 가깝게 컸고, 둘이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동생은 나에게 동생이 아닌 내가 키운 자식마냥 애틋함이 늘 묻어있었다. 주제에 따라서 내가 '꼰대'같이 구는 게 없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이번에 통화를 하면서 동생이 나에게 더 어른같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었다. 동생은 내가 런던에서 석사 유학을 할 때에도 내가 돈을 안 벌고 공부를 한다며, 매달 생활비를 20만원씩 보내주었다. 본인도 학자금 대출에 갓 대학 졸업하고 병원에 취직했으면서 언니를 챙겨준다고 말이다.
내가 베를린에 지내면서 정신적으로 많이 약해져있었다. 박사 준비 과정은 길어지고, 현지에서 경제활동을 못하게 되어 있는 비자 상황으로 내가 보잘 것 없게 느껴지고 한심하단 생각이 생리마냥 주기적으로 찾아왔다. 애인도 이제는 '이번 달 그 날이 오늘 찾아왔군.'이라고 하며 넘길 정도가 되었다. 올해 내내 그랬으니 말이다. 미안하면서도 나도 내 감정을 어떻게 할 수가 없다. 20대 내내 멀티플레이어로 이것저것 하면서 바쁘게 지내고 늘 주변에 사람들 사이에서 활동했던 나에게 베를린에서의 반강제적 '고립'은 너무나 힘들었다. 코로나 때문이 아니다. 사람들이 코로나가 오면서 느꼈을 그 외로움, 고립감을 난 그 전부터 느껴왔었다.
언어도 안 통하고, 어학 비자를 위해 증명한 연 생활비가 든 통장에서 정해진 금액만 빼서 쓸 수 있는 상황이 쉽게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 생활비도 부모님의 도움이 없었다면 내가 모아놓은 돈도 없었기에 난 스스로가 너무 한심했다. 내가 이런 이야기들을 동생에게 하자, 동생은 나에게 되러 화를 내며 말했다.
"언니가 돈을 못 버는 것은 상황적인 거니까 부끄러운 게 아닌거고, 언니가 언니 자신을 부끄러워한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해야지!"
옆에서 듣고 있던 엄마는 거들며 "아이고, 너랑 27년 살면서 이렇게 옳은 소리하는 거는 처음이다. 아이고 잘한다!" 라고 말한다.
난 정말 행운아이다.
요즘 같은 시기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그게 시간이 걸리고, 성과가 눈에 없어도 믿어주는 가족들이 있다는 것이 당연히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동생의 말이 맞다. 괜한 조바심과 걱정은 될 일도 오히려 어렵게 만든다. 우리는 천하무적 신도 아니고, 왕도 아니고, 로보트도 아니다. 무리해서 다 하려고 하다간 본래 하려던 것도 잊어버리고 잘 가던 길도 어딘지 모르고 샛길로 빠져나가 길을 영영 잃어버릴 수도 있다. 나만의 길을 개척하되, 서두르지 말고 조급해하지 말것을 한번 더 가슴에 새겼다.
고마워 내 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