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100일 챌린지
독일어 1시간
요가 30분
독서 2시간
군타와의 오붓한 저녁 시간.
우리 둘에게 오늘 하루는 꾀나 힘든 하루였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창밖으론 비가 추적추적 내렸고, 비는 그렇게 하루종일 왔다.
날씨 때문일까? 아님 그냥 그런 무기력한 날일까?
처진 우리를 달래준건 가벼운듯 가볍지 않은 우리의 삶의 이야기, 그리고 로제 와인 한잔을 겻들인 간단하지만 맛있는 저녁식사였다.
각자 방에서 무기력을 내려놓고 주방에 오니 군타는 벌써 샐러드를 뚝딱 만들어놓았다.
샐러드와 주 메뉴는 북아프리카에서 먹는다는 그릴 양고기 소시지였다.
소시지를 그릴하기 전에 군타는 나에게 현재 제작중인 자신의 사진앨범 초안을 보여주었다. 초등학교 선생님이 본업이지만 그것으로 한정되기 싫어하는 군타는 일생 사진 작업을 해오고, 기록해왔다.
자신이 찍은 사진들 외에도 1920년대 베를린의 전형적인 일러스트레이션과 메거진에 등장하는 그림들을 모아서 당시대를 회상하는 책을 엮기도 했다. 그의 작업실 방에는 그가 그동안 작업한 사진 앨범들과 쓴 책들이 빼곡하다. 이번에 작업하고 있는 것은 지난 10년 동안 오로지 여성들을 모델로 해서 작업한 것을 한 시리즈당 9장만 골라서 한 편으로 엮은 것이다.
지금 이제 칠순을 내다보지만 자신의 프로젝트와 지인들 - 아들의 퍼포먼스와 예술 작업에 대한 이야기에는 세월을 모르는 그의 열정과 애정이 담겨있다. 사실 들은 이야기이거나 이미 본 작품들을 다시 보여줄 때도 있지만 '한번 봤는데, 기억나 그거' 하면서 또 다시 본다.
앨범을 다 보고나니, 군타나 나에게 묻는다.
"기욤 (애인)은 첼로를 치고, 너는?"
순간 멈칫했다.
군타의 질문이 내 직업을 물어본 게 아니기에. 나는 무엇으로 표현하는가?
"음.. 글쓰기를 요즘 매일 하고 있어요. 근데 아직 어떤 형식으로 어떤 주제로 정형화하지 않은 글쓰기를 하고 있어서 시간이 지나면서 더 형식을 갖춘 글이 되었으면 해요. 가끔 그림도 그리구요..."
쭈뼛쭈뼛
아직 "당신을 무엇을 하나요?" 라는 질문에 더 익숙하고, "무엇으로 표현하나요?" 라는 질문을 일반적으로 듣는 게 익숙치 않다. 특히 요즘같은 시기에 나에겐 두가지 질문 다 매우 어려운 질문이다. 하지만 두번째 질문을 우리에게 더 낯설지만 똑같이 첫번째처럼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표현하는 것이 꼭 전형적인 예술의 하나가 아니어도 된다. 내가 나다울 수 있고, 나와 더 친해지고 행복할 수 있는 일을 조금씩 실행하는 것이면 충분하다. 시작은 거기서부터이다.
나와 같은 질문에 다른 사람들은 무어라 할지 궁금하다.
"당신은 무엇으로 스스로를 표현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