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그 여름

무모한 설레이는 도전의 연속

by 한지애

2013년은 나에게 매우 특별한 해였다. 아니, 나는 2013년을 매우 특별한 해로 만들었다.


나의 동기들은 유치원 교사 임용고시 시험을 준비하느라 다들 바빴다. 거기다가 나는 1년 휴학을 했었기에 다른 이들보다 이미 뒤처진 셈이었다. 나는 더 뒤처지기로, 과감해지기로 결심했다. 졸업을 1년 앞두던 시점에 정치외교학과로 복수전공을 신청했다. 그것은 최소 6개월에서 1년을 학교를 더 다녀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지금 와서 복수전공을 한다고? 진짜? 확실해? 왜?”


내 주변에 사람들은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심지어 유아교육에 정치외교를 전공한다니? 다들 의아해했다. 정치랑 교육이랑 무슨 상관이라고?


천 시간의 봉사활동을 통해서 나는 내 삶이 고통을 받는 사람들의 삶과 동떨어져있어서는 안 된다고 느꼈다. 어려운 가정환경을 보냈던 나는 특히 아이들의 고통에 관심이 있었다. 아이들 중에서도 가장 큰 도움이 필요한 곳에 가서 돕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국제개발 활동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고, 세계사와 국제 관계에 대한 이해를 넓혀 나갔다. 더 체계적인 공부를 하기 위해서 정치외교학과에 복수전공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선배들이 ‘사범대니까 성적 관리 안 해도 돼.’라고 한 것이 너무나 원망스럽게 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복수전공에 지원하려면 일정 성적이 되어야 하는데, 나는 겨우 가능한 수준이었다.


운이었나, 운명이었나? 정치외교학과로부터 복수전공 승인을 받았고, 그다음 학기부터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황당하게 들릴 수 있지만, 유아교육 학도에서 정치 외교학 도로 변신하면서 느낀 큰 차이는 다름 아닌 같은 수업을 듣는 남학우의 숫자였다. 유아교육과를 다니면서 마치 여대를 다니는 거 아닌가 할 정도로 남성의 존재를 잊고 학교를 다녔다. 그런데 세 배는 더 큰 강의실의 절반이 남학생들로 가득 찬 수업이라니! 여중, 여고를 나오고 여대를 다니듯 대학을 다니다가 늦깎이 선배가 다 되어 어린 남학우들과 수업을 듣는 것이 참 신선한(?) 경험으로 남아있다. 그렇게 정치외교학과 수업을 봄 한 학기를 겨우 마치던 즈음 나에겐 나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는 첫 번째로 큰 것이 기다리고 있었다.


우연히(라고 쓰고 매일같이 새로운 공고문이 떴는지를 확인하던 어느 날)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홈페이지에 공고문이 떴다. 아프리카 5개국에서 진행하는 마을 교육 사업에 참여할 활동가들을 모집한다는 공고였다. 두 번 생각할 겨를도 없이 벌써부터 두근두근 대는 마음으로 신청서를 접수했다. 1차 서류 합격! 그리고 긴장되고 떨렸던 2차 인터뷰를 마쳤고, 그렇게 나는 ‘최후의 11명의 활동가’로 최종 합격하게 되었다! 다섯 개의 사업 국가 중에서 나는 말라위의 한 시골 마을에 배정을 받게 되었다. 국가와 지역 배정은 활동가들의 전문성과 마을의 니즈를 맞추어서 결정이 되었는데, 내가 가게 될 곳은 영유아 교육이 중심 사업으로 전개될 곳이었기 때문에 그곳에 가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대학 생활의 대부분을 주변과의 ‘나눔’에 집중해서 보냈다. 대학생이 된 것이, 그리고 사범대를 다니고 있다는 것이 나에게 너무나 과분한 것이라 생각했다. 할 수 있는 것이 너무 많아졌다는 느낌 었고, 그래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했을 뿐이다. 그렇게 대학 시절에 누적한 봉사활동과 멘토링 시간은 1000시간이 되었고, 자선 단체에 큰돈은 아니지만 정기 기부를 했고, 이런 활동들을 주최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국제 행사에서 운영요원을 하며, 한 번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님을 만나 악수를 나누는 영광을 얻기도 했다. 꿈을 향해 달려가고, 현실이 꿈에 가까워지는 듯한 경험을 하는 것만큼 짜릿한 것이 또 있을까? 활동가로 말라위에 파견된 순간에는 그 꿈의 최고점에 마치 도달한 기분이었다.


그렇게 말라위에 가게 된 나는 첫 5 개월 활동기간을 두 번 더 연장하여 2년 반이라는 시간을 한 마을에서 보내게 되었다. 그리고 2년 반의 시간 동안 나는 국제개발이라는 분야를 넘어서 그곳에 가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무언가를 경험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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