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열무이야기 2

by 지애롭게


얼마 전 캠핑을 다녀온 뒤, 열무를 수확했다.
그리고 드디어 그 열무로 열무김치를 담갔다.


사실 예전에도 열무를 사서 담근 적이 있었지만, 그때는 맛이 영 아쉬웠다. 풋내라는 게 이런 건가 싶었지만 확신도 없었고, 무엇보다 내 입맛에 맞지 않아 실패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마음속에 늘 “내가 키운 열무로 다시 해봐야지”라는 다짐을 품고 있었다.


동네 텃밭에서 기를 땐 벌레들이 잎을 갉아먹어 구멍이 송송 뚫린 열무였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아파트 높은 층의 베란다에서 자란 덕분에 벌레에 물릴 일 없이 잎마다 싱그러움이 온전히 담겨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베란다 텃밭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정성으로 직접 키운 열무는 확실히 달랐다. 시중에서 산 열무보다 한결 연하고 부드러웠다. 양념은 많이 넣지 않고, 깔끔하게 무쳐내듯 담갔는데 막상 완성된 모습은 김치라기보다는 무침에 가까워서 ‘과연 맛이 날까?’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이틀 뒤 맛을 보니 놀랍게도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예쓰!!! 엄마한테도 자신 있게 내어드리고 싶은 맛이었다.


아직 파종이 가능한 시기라 수확한 뒤 다시 씨를 뿌려두었고 지금은 벌써 연둣빛 열무잎이 올라와 있다. 처음엔 화분 세 개에 나눠 심었는데, 두개는 이번에 뽑았고 일주일 늦게 자란 화분의 열무들은 물김치로 담가볼 생각이다.


돌아보면 난 여름을 좋아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며칠 전 작물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여름이 가는게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내가? 내가 여름을?’ 여름이 가고 선선한 바람이 불면 “드디어 찝찝한 여름이 갔다!!!” 라고 외치며 좋아하던 나였는데 말이다.


이제 나도 김스방처럼, 여름을 기다릴 수 있는 즐거움을 하나 획득한 듯 하다! 확실히 그냥 식물보다 먹을 수 있는 작물을 키우는게 몇 배는 더 재미있는 것 같다. 난 역시 할망구취향.



지애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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