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노마드의 사주

by 지애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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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에는 가끔씩 찾아오는 불안감과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종종 강남역 거리에 있던 사주 보는 곳들에서 사주를 보곤 했다. 생년월일로 보는 거라 매번 같은 이야기를 들었지만 말이다. 그땐 봐주시는 분마다 다르게 해석해주진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보고 또 보고 했었다. 대체적으로 내 사주는 좋다고 얘기해 주셨다. 사주 내용은 블라블라.. 말 타고 다니는 멋쟁이 사주라고. 당시에는 좋은 이야기들을 해주신 분들을 뒤로하고 나오며 젊은 내 얼굴에 나쁜 얘기를 해주지 않는 선한 분들을 만났던 거라 생각했다. 28세쯤 이후로 사주 같은 건 보지 않았다. 말 타고 다니는 멋쟁이 사주라는 나의 인생은 도대체가 어디에 탈 수 있는 말이 있다는 건지 어떤 것이 멋쟁이인지, 멋있게 산다는 게 뭔지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멋이 ‘없는’ 삶을 살고 있지 않음에 감사하며 살아갔다.


그렇게 수년이 지나 신혼여행을 다녀온 후 받은 결혼식 영상 마지막에서도 아빠는 나를 향해 ‘행복하게 잘 살아라’가 아니라 폼나게 살아라 라고 말하고 있었다. 참 아빠다운 말이었다. 이 영상을 처음 봤을 때는 아빠 때문에 슬펐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말을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 폼나게, 멋지게 산다는 게 도대체가 뭔지..


한 번은 결혼 전에 동네에서 지금의 남편과 엄마랑 언니랑 인가 암튼 집 앞 상가에 있는 치킨집에 간 적이 있었다. 마침 거기서 엄마가 아는 동네분을 만났고 점을 좀 볼 줄 아는 분이라 하셨다. 대충 점을 봐주시더니 돌아다니며 일할 팔자라는 말을 하셨다. 엄마는 그 이야기에 안쓰러워했고 그분은 딸 팔자니까 그냥 받아들이라고 하셨다. 그때의 난 그 이야기를 듣고 그래도 돌아다니며 일을 계속할 수는 있네? 다행이다.라고 생각했다. 어릴 때부터 요행을 바란 적이 없었고 그래서 일은 당연히 계속해야 하는 것이라고 여겼으니 그런 나에게 저 말은 다행이다라고 여겨질 수밖에.


그 당시에 시간을 주체적으로 쓰는 남편을 보며 나도 그렇게 살고 싶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던 때라 이런 형태로 계속 일하게 되나 보다 굶어 죽진 않나 보네.라고도 막연하게 생각했다.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 나의 라이프스타일을 보면 그때 그 아줌마가 했던 말이 맞았지만 틀리기도 했다. 엄마가 안쓰럽게 생각했던 고생이 아닌 어느 날은 도시의 어느 카페에서, 숲 속에서, 계곡에서, 바다에서, 해외에서 여행하며 일을 하니까. 맞으면서도 틀렸다 그 말이다.


태어난 시간을 몰라서 그동안 생년월일로만 보다 얼마 전에 시간을 정확히 엄마테 물어봐서 챗돌이한테 대충 봐달라고 하니 정말 내가 살아온 세월과 비슷하고 현재도 그렇게 살아가고 있으며 앞으로 내가 생각하는 방향성도 비슷한 게 신기했다. 이외에도 여러 이야기들은 앞으로 내 인생에서 어떤 형태로 발현이 될지 궁금하다. 암튼 열심히 살아야지. 그리고 아빠말대로 폼나게 가 뭔진 모르겠지만 비슷하게는 살아가려고 노력해야지.


지애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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