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째 결혼기념일

파인다이닝 - 샤콘느

by 지애롭게

오늘은 우리의 일곱 번째 결혼기념일. 남편이 서프라이즈로 예약해서 미리 '샤콘느'에서 다녀왔다. 이곳에 가기 일주일 전쯤 남편이 갑자기 알려줬는데, 말 안 하면 아무래도 내가 추리닝을 입고 나갈 것 같아서 그랬단다. 허허 정말 말 안 해줬으면 어디 가는 줄 몰라서 그랬을지도.


연애 때 남편이 데려가줬던 첫 파인다이닝, 그때도 접시 위에 올려진 음식이 각기 다른 한 폭의 그림 같아서 눈으로도 입으로도 오감이 다 만족스러워 정말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었다. 막상 결혼을 하고 나서는 결혼기념일에는 여행으로 여기저기 다니다 보니, 잠시 잊고 있던 파인다이닝.


샤콘느는 오픈한 지 얼마 안 된 파인다이닝임에도 불구하고 2026년 미쉐린가이드에 선정된 라이징 스타 레스토랑이다. 내부로 들어갔을 때 과하지 않은 분위기가 마치 단정한 어느 한 가정집에 초대받은 듯한 분위기라 너무 마음에 들었고, 음식은 하나하나 너무 맛있고 귀했다. 특히 표고버섯 타르트와 그다음으로 나왔던 수프, 그리고 올리브오일 아이스크림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음식이 나올 때마다 그 음식에서 나는 연기조차도 너무 이쁘게 모락모락 나던 곳. 앞으로 자주 다니자며 다짐하고 나왔지.


와인도 미리 준비해 온 남편. 비앙코 세라기아 지비뽀 2023! 일명 화살와인이라 불린다는데, 내가 내추럴와인을 좋아해서 골랐단다. 난 라벨만 언뜻 전에 본 기억만 있는 처음 마셔보는 와인이었다. 샤콘느에 계신 소믈리에님이 이 와인이 초반에 진짜 구하기 어려웠다는 내추럴와인이라며 극찬을 해주셔서 남편은 으쓱으쓱.


모든 게 그렇지만 술도 많은 종류를 경험해 본 사람이 도사다. 막걸리는 사실 거의 우리나라에만 국한되어 있는 술이라 이것저것 많이 마셔봐서 이제 얼추 알겠는데, 위스키나 와인은 글로벌한(?!) 술이라 그 종류가 너무나 방대해서 평생 공부하며 맛보며 살아가야 하는 분야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하게 안다. 주종을 가리지 않고 맛있는 술들의 공통점은 확실히 부드러워 목 넘김이 좋고 뭐 하나 튀거나 거슬리는 맛과 향이 없이 그 자체가 완성도 있게 조화롭다는 것. 특히 위스키보다는 와인이 그게 더 많이 느껴지는데 이 와인도 확실히 부드럽고 거슬리는 맛이 없이 맛있었다. 와인까지 진짜 모든 게 완벽했던 날.


우린 서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지만 이따금씩 서울에서 데이트를 할 때면 편하게 먹고 마시기 위해 호텔을 예약해서 하루를 묵고 집으로 돌아가는 편이다. 이날은 남편하고 백화점 나들이도 하고 맛있는 음식에 호텔까지 내가 좋아하는 곳이라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라. 고마워요 김스방. 앞으로도 열심히 행복하게 잘 살아봅시다.


남편은 연애 때부터 "나로 인해 행복하게 해 줄게" 라는 말을 자주 했는데, 그 당시엔 이 말이 흔하디 흔하게 느껴져서 그냥 듣고 흘겨넘겼었다. 얼마 전 이 얘기를 하며 진짜 그렇게 되었네 라며 이야기를 하니 남편이 말했다. 보통 그냥 '행복하게 해 줄게' 라고는 흔하게 말해도 '나로 인해 행복하게 해 줄게' 라는 말은 잘 안 한다고. 큰 차이가 있는 말이라고 말이다. 사실 생각해 보면 내가 ’ 행복‘이라는 단어를 내 곁에 둘 수 있게 된 것은 남편을 만나고 나서부터라 남편으로 인해 내가 행복해진 것이 맞는 것이다. 할튼 섬세한 남자다.


지애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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