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이 엠 히스 레저> 리뷰
웃을 땐 천진난만한아이 같다가도 카메라만 돌아가면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신했던 배우 히스 레저. 그가 세상을 떠난지 벌써10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그의 부재를 실감하지 못하는 팬들이 많다.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의 이안 감독은 인터뷰에서 그를 ‘신이 질투할 만큼의 풍부한 재능을 가졌던 배우’라고 할 만큼 그는 헐리웃 영화계의 원석 중 원석이었고 해를 거듭할 수록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그가 하이틴 스타에서 연기의 신이 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것 만으로도 흐뭇했던 어느 날. 28세의 어린 나이에 안타깝게도 인생을 마감한 히스 레저. 이 세상이 품기엔 너무도 큰 사람이었던 그를 여전히 그리워하는 영화 팬들이 아직 전 세계에 많이 있다. 이번에 개봉하는 영화 <아이 엠 히스레저>는 물론 히스의 가족과 지인들이 그를 추억하기 위해 만든 영화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를 그리워하던 팬들에게 단비같은 존재가 될 것이다.
<아이 엠 히스레저>는 짧은 생을 마감한 영화배우 히스 레저의 주변 인물을 인터뷰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하지만 그가 어린 시절 찍어놓은 많은 영상 클립을 인터뷰 중간에 삽입해 보여줌으로써 관객들로 하여금 히스를 더욱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도록 했다. 영화는 유년기 시절부터 그가 숨지기 전 날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추억을 회상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영화 전반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젊음, 청춘 그리고 도전이다. 영화에서 보여지는 히스의 표정은 시종일관 웃거나 진지하다. 웃을 땐 세상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니다가도 ‘액션’을 외치는 순간 눈빛이 사뭇 달라진다. 타고난 꾼이었고 예술가였다. 예술에 관해선 천재적이었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지만 빛의 흐름과 세기를 짐작했고 사진과 영상을 독학했다. 연기 또한 배운 적이 없다고 한다.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준 야생마 히스를 영화 팬들과 감독은 많이 사랑했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그는 살아있음에 감사했고, 행복했던 것 같다. 매 순간이 마지막인 것처럼 살았다. 철저히 현재를 살았던 히스. 그의 지인은 마치 그가 천수를 아는 것 처럼 말했다고 한다. 한창 전성기를 달리던 싱그러운 모습의 히스를 우리는 잊지 못한다. 그는 사라졌지만 우리 마음속엔 여전히 싱그러운 미소를 지닌 청춘의 모습으로 남아있다. 마치 제임스 딘 처럼. 하지만 그와는 조금은 다르다. 그는 그저 연기자였다면 히스는 아티스트였다. 그래서 더 아쉽고 또 아쉽다.
눈을 뜨는 순간부터잠들기 전까지 매 순간에 충실했던 배우. 순간 떠오르는 감정과 느낌을 예술로 승화시킬 줄 알았던 배우. 단순히 감독으로부터 디렉션을 받아 그대로 연기하는 액터(Actor)가아닌 자신의 캐릭터와 극 전체를 만들어낼 줄 알았던 아티스트(Artist)였던 히스 레저. 히스 레저라는 배우에 대해 잘 몰랐던 관객일지라도 이 영화를 보고 난다면 그의 전작을 모두 찾아보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나 또한 그런 마음이니까. 러닝타임 91분이 전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영화 중간에그가 던진 의미있는 메시지들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울림을 주기 충분하다. 영화 포스터 카피도 ‘이 시대 청년에게 던지는 러브레터’ 이지 않은가. 안정된 삶과 불안한 도전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사람들에게 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확고하다. 넘어지는 걸 겁내지 말라고. 쉽고 평범한 일 말고 리스크가 크더라도 도전해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일을 찾으라고. 연기를 잘하고 싶었지만 부와 명예를 원하진 않았던 히스. 지금 이 순간, 현재의 감정에 충실했던 그. 대중이 그를 사람 좋아하고 파티를 즐기는 철 없는 젊은이로 보았을 때에도 그는 삶에 대해 그 누구보다 진지했고 애착이 강한 사람이었다.
만일 그가 지금까지 살아있다면 여전히 예전과 같은 삶을 살고 있을까?
도전보다 안정을 택하는 청춘들에게 여전히 같은 말을 해주게 될까?
그의 작품이 보고 싶은 오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