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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큐레이터지아 Jul 23. 2023

호퍼의 뉴욕 · 고독의 영혼 · Nighthawks


호퍼의 그림. 미스터리 한 색감을 넘어 그의 직사각형 캔버스 속 사선 구도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뉴욕의 모습은 내 눈에는 항상 세로로 긴 직사각형 같았다. 호퍼가 바라본 뉴욕은 가로로 넓게 뻗힌 장면이었다. 호퍼는 뉴욕을 사랑했으며, 동시에 연민을 느꼈을지 모른다. 그의 표현엔 그가 수없이 남겨놓은 노트와 메모에서 보여준 것처럼 여러 생각들이 느껴졌다.



Nighthawks, 1942




네온 불빛이 매혹적인 빛을 발하며 도시 거리를 이색적인 색조로 물들였다. 인적이 드문 보도엔 그림자가 드리워 있다. 새벽이 다가오는 듯하다. 번화하던 도시는 이제 텅 비었고, 공중은 섬뜩한 고요함이 감돈다. 뉴욕 거리 코너에 위치한 작은 식당 안도 밝지만 고독하다. 문 앞에는 지친 모습으로 고개를 푹 숙이고, 마치 밤의 무게가 새겨진 듯한 한 남자가 앉아 있다. 모자챙으로 그의 모습은 가려졌으나, 그의 고독은 너무나 잘 느껴진다.




그 옆 카운터 구석에는 날씬한 실루엣과 아득한 눈빛을 가진 여인이 의자에 차분히 앉아 있다. 그녀는 아름답다. 또, 조용하지만 강인하고 선명하다. 그녀를 표현한 진홍색 입술과 섬세한 곡선들은 드레스까지 이어진다. 여인 옆에는 남자가 있다. 이 커플이 나란히 앉아 있었지만  교류는 딱히 없어 보인다. 남자는 눈빛은 그림자로 드리워져 더 깊어 보인다. 모두가 소통이 없어 보인다.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있다.




커다란 통유리창 밖은 흐릿하게나마 약간의 불빛이 어두운 거리를 밝힌다. 식당이라는 안식처는 시간이 멈춰 있는 듯 도시의 본질을 포착하여 영원토록 시간을 정지시킨다.  이 장면을 응시하는 동안 우리는 다시금 무언의 내러티브의 목격자가 되고 있다.




인간 감정의 미묘한 뉘앙스, 마치 말보다 침묵이 더 큰 소리를 내고 있는 것 같다. 익숙하지만 무언가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우리는 낯선 도시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연결을 추구하고 있다. 과연 우리가 진실되게 사람들을 얼굴을 보며 마주하고 마음 편히 이야기했던 적이 얼마나 있을까? 인터넷과 소셜 네트워크 속 약한 연결은 끊임없이 그 수와 범위를 확장하게끔 사람의 행동을 자극하고 압박한다. 인간은 외로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해결책은 무엇일까. 스스로가 스스로의 고독의 깊이를 탐구하고, 자기 자신의 갈망을 마주하고, 우리의 마음의 조용한 구석에서 위안을 찾을 때, 그 속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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