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CQ에서 9
2019년 2월의 어느 날 시드니는 이미 여름의 한가운데를 약간 지나가고 있었다. 2월이지만 여전히 더웠고, 그 말은 곧 손님들이 아주 많았다는 뜻이다.
2018년 12월과 2019년 1월을 기점으로 새로운 직원들이 많이 보충되었다. 한 여름이니 그만큼 바쁘기도 했고, 무엇보다 그만둔 직원들이 꽤 많아서 인원 보충이 필요했다. 12월 어느 날 Jamie라는 직원이 새로 들어왔다. 그녀는 나와 동갑의 나이였고, 학생비자로 호주에서 어학공부를 하는 여자 직원이었다(아마도 그랬던 것 같다. 글을 쓰는 지금 시점에서 조금 지난 일이라 세세한 내용은 잘 기억이 안 나네. 미안해 Jamie!). 그녀는 넉살 좋은 성격에 항상 사람 좋은 미소를 띠고 있었고, 분위기를 잘 읽고 잘 띄워주는 직원이었다.
하루는 Jamie와 나 그리고 다른 직원 두 명이 열심히 주말 근무를 하고 있었다. 나는 여전히 와플은 구우며 서빙이 혹시 밀리지 않는지 수시로 체크했는데, Jamie가 한 손님에게 붙잡혀 서빙이 약간씩 밀리기 시작한 것을 발견했다. 나는 즉시 와플 굽는 것을 멈추고 서빙에 가담해서 빠르게 손님들을 해치워 나갔다. 손님들이 어느 정도 빠진 후 Jamie에게 물어보니 손님이 염색한 Jamie의 머리색에 대해 시종일관 칭찬을 늘여놓느라 그랬다고 한다. Jamie는 화려한 염색 머리를 고수했는데,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밝은 탈색머리였고, 이후 밝은 형광 파란색으로, 파란색이 조금 빠지면서 녹색을 띠기 시작하자 다시 밝은 핑크색으로 염색을 했다. 모발이 참 튼튼하구나 친구! 손님이 Jamie의 머리 색을 칭찬할 때 그녀의 머리색은 밝은 파란색이었는데, 염색한 지 이틀밖에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배스킨라빈스의 아이스크림 맛 종류 중에 '블루 라즈베리 셔벗(Blue Raspberry Sherbet)'이라는 맛이 있었는데 이 색깔이 Jamie의 머리색과 똑같았다.
그녀의 말로는 손님이 자신의 머리 색을 보고는 '오 당신의 머리색이 아주 마음에 들어요. 정말 뷰티풀 한 블루 네요! 정말 아름다워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어디서 했는지 왜 그런 색을 했는지 꼬치꼬치 캐물어서 빨리 떨쳐내지 못했다고... 우리는 아이스크림 색깔과 똑같다고 놀렸는데 말이지. 역시 미적 감각은 사람마다 다른가 봐.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잘 모르나 시드니 관광객들 중에는 동양인을 제외하고는 남미에서 온 사람들이 특히 많았다. 평소와 같이 열심히 서빙을 하던 어느 날, 유쾌한(=시끄러운) 남미 관광객 일행이 가게를 찾아왔다.
"이봐~ 아이스크림 먹자!"
"오 좋아. 배스킨라빈스 좋아!"
"오! 야 후안! 이거 봐 여기 직원 이름이 너랑 똑같아!"
"오, 후안? 정말?"
"어? 아닌데? 후안 아니야! 히안이야 히안!"
"아 진짜? 아쉽네. 히안! 우리 아이스크림 좀 줘!"
"아무거나! 잘 나가는 걸로 다섯 개!"
내 이름은 히안이 아니고 지안이야 친구들. 스페인어로 알파벳 J는 H발음이다. 이 손님들은 내 명찰에 이름이 Juan 인걸로 처음에 착각했다가 Jian으로 바로 보고 나를 '히안'이라 부른 것이다. 영어권 국가니까 영어식으로 읽어주면 안 될까?
"혹시 견과류 알러지나, 글루텐 알러지 있으신가요?"
"아니 없어! 너네도 없지?" "어 없어!"
"네. 컵에 드릴까요 콘에 드릴까요?"
"네 맘대로 해 히안!"
이라고 말하고 윙크를 해 주었다. 나한테 왜 그래 부담스럽게. 그래도 덕분에 힘든데 약간 웃으며 서빙할 수 있었다. Gracias 친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