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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갔어?

BRCQ에서 11

by 지안

알바를 하다 보면 손님들 중에도 이상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지만, 그만큼 직원들 중에도 이상한 사람이 여럿 있는 법이다. 한국인 사장님이 운영하는 한국인 직원이 대다수인 매장인 BRCQ는 한국에서 겪을 법한 직원들에 대한 에피소드도 많았다.


2018년 12월과 2019년 1월 사이에는 유독 직원 보충이 잦았다. 여름이라서 한 타임에 최소 4명 정도는 확보가 되어야 밀려오는 손님들을 빠르게 서빙해 나갈 수 있었고, 점심 직후인 12시~2시 사이에는 무려 7명이 한 번에 일을 했다. (참고로 매장 내부는 정말 좁았는데, 7명이 한 번에 일을 하면, 7명이 모두 서빙을 볼 수도 없었다. 매대가 그만큼 좁기 때문이다. 서빙을 한 번에 진행할 수 있는 인원은 최대 5명이 한계였다)


직원 수가 늘면, 그만큼 매장 분위기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도 늘기 마련이다. 하루는, 새로운 직원 중에 중국어를 할 줄 아는 직원이 한 명 들어온 적이 있었다(K 씨라고 하자). 당시 매장에서 중국어가 가능한 직원은 나와 Jin, 둘 뿐이었는데, 그 직원이 보충되면서 3명으로 늘었다. 나도 그랬지만, 무엇보다 Jin이 기뻐했는데, 당시 중국인 관광객이 정말 많았기 때문이다. 사람이 몰려오고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는 굳이 자존심 세워 영어로 말하는 것을 고수하기보다는, 그냥 중국어를 할 줄 안다면 중국어로 빠르게 빠르게 서빙해 나가는 것이 빨리 일을 끝낼 수 있는 방법이었다. Jin은 K가 중국어를 할 줄 안다고 했을 때 정말 기뻐했고, 귀찮은 새 직원 교육도 스스로 자처해서 해 주었다.


나는 서빙이 밀릴 때만 주로 나서는 편이었고, 대부분은 와플을 굽거나, 설거지를 하거나, 스페셜 와플콘을 만들거나, 각종 토핑들을 채워 넣는 등 뒤에서 잡다한 일을 많이 하는 편이라, 전체적으로 바쁠 때 어떤 직원이 서빙이 밀리는지, 어떤 직원이 일을 잘하고 못하는 지를 한 번에 파악할 수 있는 포지션에 있었다. 새로 들어온 K는 보기에는 금방금방 적응해 나가는 것처럼 보였다. 다만 중국어를 써서 서빙하는 것를 꺼려한다는 게 좀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하루는 오랜만에 오픈 조에 배정되어 10시에 가게문을 열고 일을 시작했다. 그날 나는 4시 퇴근 예정이었다. 4시에 Mia와 K가 출근하면, 나와 (11시부터 근무했던) Katie 누나가 함께 교대하면 되는 스케줄이었다. 시간이 흘러 4시가 되었다. Mia는 제때 출근했는데, 무슨 일인지 K가 나타나지 않았다. 무슨 일 있는 걸까? 30분 정도를 기다려도 오질 않자, 매니저가 K의 연락처로 전화를 해 보았는데, 받질 않았다. 내가 출근하고 준비를 마친 Mia에게 혹시 지하철이나 다른 길에서 오면서 마주치지는 않았는지 물었다.


"K를 전혀 못 봤어?"

"아뇨, 이상하네... 별말 없었어요?"

"응 뭐 전달받은 것 아무것도 없는데..? 사장님도 모르는 것 같아. 방금 매니저님이 전화해 봤는데 일단 이리로 오신대."

"허, 참 황당하네."

"도망친 건가?"

"그런 것 같죠..? 아니 근데, 오빠, 얘 어제저녁에 나랑 퇴근하고 같이 점심 먹고 헤어졌어요."

"그런데 오늘 갑자기 안 온다고? 뭐 어디 사고 난 거 아니야?"

"아니겠죠..? 근데 어제 저랑 점심 먹으면서 다음에 저녁도 같이 먹자고, 일 재미있고 사람들도 다 좋은 것 같다고 그런 얘기 하고 헤어졌는데."

"황당하네"


결국 K는 나타나지 않았고, 사장님이 대신 와서 일하게 되었다. 사고가 났거나 한 거면 다음날이라도 연락이 왔을 텐데, K는 끝까지 연락이 닿지 않았다. 도망이라니, 한국에서는 비일비재하다고 들었는데, 그걸 직접 보게 될 줄이야. 황당해서 헛웃음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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