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CQ에서 12
2018년 12월과 2019년 1월에는 유독 직원보충이 잦았다. 짧은 시간에 두세 명의 직원이 그만두거나 잠시 쉬는 시기를 가졌고(대부분 학생들이라 학교 스케줄을 따라 근무할 수밖에 없었다) 10명 이상의 직원이 보충되었다. 그리고 그들 중에 3개월 이상 일을 이어나간 사람은 얼마 되지 않았다.
일을 그만두는 가장 큰 사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었는데, 낮은 시급, 그리고 육체적 힘듦이었다.
사장님은 여름이 되었지만 여전히 낮은 시급을 유지했다. 나는 10월부터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시작 임금이 주 13불이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12월~1월 시기에 일을 시작한 직원들은 14불이었다고 했다. 그리고 시작 임금 14불은 내가 BRCQ를 떠나는 2019년 6월까지 유지되었다. 법정 최저임금보다 4불이나 낮은 돈을 받으며 일하고 싶은 직원이 얼마나 될까. 대부분 일단 일이 급해서 시작했지만, 이내 시간낭비라고 생각했는지 한 두 달 안에 그만두었다.
배스킨라빈스가 육체적으로 힘든가? 아마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일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별 것 아니라고 하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아이스크림이 빠르게 팔리면, 그만큼 아이스크림이 적당히 녹는 시간이 확보가 되지 않게 되어서 돌처럼 딱딱하게 얼은 아이스크림을 채광하듯 퍼 내야 하는 것이 일상이었고, 아이스크림 냉장고도 생각보다 높아서 키가 160cm 쯤 되지 않는 직원들은 아이스크림을 깊게 퍼내려면 냉장고에 배를 대고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야 했고, 그렇게 되면 땅에서 발이 떨어져 버려서, 위태롭게 매달린 채로 아이스크림을 퍼내야 했다. 게다가 오픈 매장이라 에어컨을 틀어도 영 시원해지지를 않아서, 매번 출근할 때마다 땀범벅이 되어 퇴근해야 했다.
이런 환경과 대우에 불만족 한 직원들이 몇몇 생겨나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이미 적응해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보다는 12월~1월에 새로 들어온 직원들이었다. 게다가 학교도 아니고 일하는 곳이기 때문에, 새로 들어온 직원들이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나 서로 친해진 직원들 사이로 끼어들어서 좋은 관계를 형성하기도 벅찬 환경이었다. (우리는 쉬는 시간에 말을 많이 했고, 그러면서 쉽게 친해질 수 있었는데, 여름이 되니 말 한마디 할 시간도 없어질 정도로 바빴고, 그렇다 보니 새 직원들과 오래된 직원들이 서로 친해지는 데 오래 걸렸다.)
하루는 새 직원 중 한 명인 S가 나에게 자신이 곧 그만둘 수도 있다고 귀띔해 주었다.
"왜?"
"그냥, 시급도 너무 낮은데 일은 너무 힘든 것 같아서요"
"여름이라 그런 것 같아. 봄에는 이렇게 바쁘지는 않았는데. 시간 좀 지나고 가을이 되면 훨씬 일 하기 수월해질 거야"
"그래도 이미 마음이 떠버렸어요. 아참, 오빠 이번에 저 포함해서 4명이 한꺼번에 나갈 예정이에요."
"4명? 왜? 너네들끼리 그렇게 얘기가 됐어?"
"네, 어차피 다들 그만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우리끼리 단톡방 만들어서 같은 날짜에 한꺼번에 그만두기로 했어요."
그 4명은 모두 새로 온 직원들이었고, 어차피 나가기로 한 것 사장님을 골탕 먹여줄 생각으로 날짜를 맞춰서 나가기로 한 것 같았다. 나도 사장님이 아주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렇게 나가버리면 남아있는 나는 어떡해 이 녀석아... 너네 일을 다 내가 해야 하는데.
S를 포함한 네 직원은 정말로 한날한시에 그만둬 버렸고, 나는 매장에서 약간 바빠지는 듯했는데, 사장님이 또 금방 직원을 구했다. 어디서 이렇게 일하겠다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나오는 걸까. 거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