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문이 불여일견이라

떠나자 호주로 3

by 지안

2018년 여름은 유독 더웠다. 8월 중순에 비행기를 타야 했던 나는 6월에 학기가 끝나고 7월이 돼서야 설명회를 찾아다닐 수 있었다. 코엑스에서 열리는 (어학원을 끼고 개최하는) 설명회에 두 번 참석했고, 호주 워킹홀리데이 관련 인터넷 카페에서 운영진들이 무료로 진행하는 설명회에 한 번 참석했다. 그야말로 등에 땀이 마를 날이 없었다.


어학원을 끼고 개최하는 설명회는 두 번 다 코엑스에서 열렸다. 규모가 상당히 컸다. 안으로 들어가자 한쪽에서는 참가자들을 모아놓고, 설명회 개최 담당자가 열심히 강의를 하고 있었고, 다른 한쪽에서는 수많은 어학원들이 각자 부스를 놓고 개별상담을 진행하고 있었다. 나는 들어가서 개별상담 신청을 바로 하고, 기다리는 시간 동안 강의를 조금 들었다. 강사는 꽤나 열정적으로 호주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 설명했었던 것 같다. 그런데 글을 쓰는 지금 시점에서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을 보면 그다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내용은 아니었을 지도. 개별상담은 (예상했던 대로) 어학원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설명하는 방식이었다. 필리핀에서 얼마간 영어를 배우고 호주로 넘어가 알바 자리를 구하는 방식이 가장 일반적인 것 같았다. 나는 호주 현지에서 생활하는 데 필요한 정보가 필요했기 때문에, 어학원 프로그램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그냥 전반적으로 생활에 필요한 궁금한 것들이 있다고 하고 몇 가지를 물어보았다.


"저는 사실 어학원에 다닐 필요는 없거든요. 영어를 못하지는 않아서."

"현지 물가가 어떤가요?"

"시드니 주거지역이 주로 어디예요?"

"주거 방식이 어때요? 렌트? 홈스테이? 아니면 셰어하우스?"


불길한 예감은 항상 틀린 적이 없다. 개별 부스에서 상담을 진행하는 상담사들은 어학원에 영업을 하는 것이 주목적이고, 정작 참가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은 안중에도 없었다. 아니 애초에 잘 몰랐다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나를 상담했던 상담사는 내가 어학원 프로그램에는 관심이 없다고 한 순간부터 태도가 싹 바뀌었다. 건성건성 대답하고 얼른 다음 사람을 받으려고 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세상에 이딴 걸 설명회라고 개최하다니. 나는 부스에서 10분여 정도 있다가 일어났다. 영양가 하나 없는 설명회였다.


옆 부스에서 내가 내 부스로 들어가기 전부터 30분 이상 열심히 상담을 받던 한 남자는, 내가 일어나서 부스에서 나올 때 서류에 사인을 하고 있었다. 기뻐 보였다. 나는 코엑스를 빠져나와 곧장 집으로 돌아왔다. 슬쩍 보니 설명회 개최 담당자는 여전히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코엑스 설명회 날 이후 비슷한 규모의 (역시 어학원을 끼고 하는) 설명회가 한 번 더 있었다. 첫 번째 설명회를 가기 전에 참석 예약을 해 놓은 지라, 나는 어쩔 수 없이 다시 코엑스로 갔다, 지난번 과는 다를 수도 있다는 작은 희망을 안고. 하지만 도착해서 보니 똑같은 구조가 눈에 들어왔고, 그대로 입장도 하지 않고 집에 돌아왔다.


며칠 뒤에 인터넷 카페에서 개최하는 설명회에 참석했다. 혜화역 4번 출구 근처에 있는 모임센터에서 진행했다. 이번에는 훨씬 소규모로 진행되었다. 개인 4명과 두 팀의 커플로 총 6명이 참석하였고, 카페에서 활동하면서 이미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온 진행자 1명을 포함해, 총 7명이 작은 회의 공간을 빌려 진행하였다. 이번에는 꽤나 도움이 되는 내용을 얻어갈 수 있었다.


진행자는 내 또래의 남성이었는데, 호주 생활 중간에 비자를 연장해 2년 동안 호주에서 생활하다가 귀국했다고 했다. 그는 최대한 성실하게 호주를 알려주려고 하였다. 특히 '한국인'이 호주에 갔을 때 받는 대접. 인종차별에 관한 내용, 구인과 구직에 대한 내용을 굉장히 현실적으로 알려주었다. 환상만으로는 먹고살 수 없다. 설명회가 끝나고 가장 공감되는 내용이었다.




2018년 8월, 나는 워킹홀리데이 증빙 서류와 여권을 가지고 시드니 행 비행기에 올랐다.

설명회에서 들었던 내용들, 카페에서 조금씩 찾아보았던 정보들이 결국 실제 생활하는 데 그렇게 대단한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아챈 것은 그로부터 조금 더 뒤였다.






Cover photo by rawkkim of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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