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의 첫인상은 축축함이었다.

호주의 첫인상 1

by 지안

2018년 8월, 마침내 시드니 공항에 도착했다. 남반구에 위치한 호주는 당시 겨울이었고, 휴대폰으로 확인한 온도는 대략 8도 정도. 한국 기준으로 그다지 추운 날씨는 아니었다. 얇은 청바지와 반팔티를 입고 비행기에 탔던 나는 배낭 속에서 미리 준비해 둔 바람막이 점퍼를 꺼내 입었다.


시드니 공항은 공항을 빠져나가려는 인파로 생각했던 것보다 북적였다. 입국심사를 위해 여권과 워킹홀리데이 비자 증빙서류를 잘 챙겼는지 다시 한번 확인했다. 게이트를 나와 입국심사대 방향으로 걷다가 몇몇 국가의 국기가 그려져 있는 표지판을 발견했다. 표지판에는 해당 국가 여권 소지자는 입국 심사대로의 방향이 다르게 안내되어 있었다. 태극기도 그려져 있어서, 나는 그 방향을 따라 이동했다. 그렇게 한참을 걷다가 웬걸, 일반적인 면대면 심사대가 아니라 전자 출입국 키오스크가 가득한 공간이 나타났다.


입국심사는 참 귀찮은 일이다. 혹여 까다로운 심사관을 만나기라도 하면 시시콜콜한 내용들을 모두 물어보기 때문에 괜히 긴장이 되기도 하고, 입국 거부를 당할 수 도 있다는 불안감도 있다. 누구나 가능하다면 피하고 싶어하지 않을까.

워킹홀리데이 비자 소지자도 전자출입국 서비스이용이 될까? 싶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키오스크 앞에 섰다. 여권을 스캔시키고 몇 초 뒤, 별문제 없이 통과되었다. 이렇게 쉽다니! 속으로 환호하며, 뒤 쪽에서 오는 많은 인파들을 피해 얼른 여권을 챙기고 공항 밖을 빠져나왔다.




시드니 공항은 편리하게도 도심으로 가는 지하철 역과 바로 이어져 있었다. 거리도 매우 가까운 편. 나는 지하철을 타고 미리 5일간 예약을 잡아 둔 모텔로 향했다. 모텔의 위치는 키리빌리(Kirribilli) 였는데, 처음에 모텔을 예약할 땐 대강 도심에서 그렇게 멀지 않으면서, 가격이 싼 곳을 찾았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키리빌리는 교통이 굉장히 불편한 지역이었는데, 도심과는 거리가 조금 있는 주택지로, 일종의 부촌에 가까웠다.


지하철을 타고 한참을 달려, 키리빌리에서 가장 가까운 밀슨스포인트(Milsons point) 역에서 내렸다. 땅거미가 슬슬 지기 시작했다. 날씨가 꽤나 쌀쌀했다. 바다를 끼고 있는 도시라 그런지 바람이 항상 세게 불었고 거기다 비 까지 추적주척 내렸다. 체감온도는 8도보다 훨씬 낮았다. 이상하다, 분명 일기예보에서는 강수확률이 30% 밖에 안됐는데. 나는 각각 15kg짜리 캐리어 두 개를 양손에, 큰 배낭 하나를 등에 메고 모텔로 서둘러 이동했다. 비 냄새와 바람에 실려오는 바다 냄새. 시드니의 첫인상은 축축함이었다.




모텔에 도착해 체크인을 하고 침대가 두 개나 있는 방으로 들어왔다. 한쪽 침대에 캐리어를 펴 짐 정리를 하다가 문득 우산을 하나도 안 챙겨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날씨를 다시 보니 확률이 낮지만 일주일간 계속 비가 올 예정이었다. 호주는 겨울이 우기인가? 우산을 하나 살 겸, 마침 배도 고프니 먹을 것도 좀 살 겸 근처 편의점을 검색해 찾아갔다.


"Hello"

"Hello"


편의점 직원과 간단히 인사를 하고 과자를 몇 개 집어 들었다. 우산은 눈에 보이지 않았다.


"안녕, 너네 혹시 우산은 안 팔아?"

"아, 우산 있어. 작은 것은 18불, 큰 건 28불이야"


무슨 우산이 이렇게도 비쌀까. 물가가 확실히 한국보다는 높구나.


"그래, 작은 것 하나 줘. 여기 이것도 같이 계산해줘. 밖에 날씨가 많이 춥다 그치?"

"맞아 요새 날씨가 좀 이상해. 전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점원은 바코드를 찍으며 나와 대화를 이어 나갔다.


"원래는 이렇게 춥지 않아? 내가 오늘 시드니 처음 와서 잘 몰라. 듣기로는 겨울에도 따뜻한 곳이라고 했는데."

"아, 오늘이 처음이야? 하하 원래는 좀 더 따뜻해. 시드니에는 여행 왔어?"

"아니, 워킹홀리데이."

"뭐?... 무슨 홀리데이? 휴가?"

"아... 아니 일하러 왔어"


현지인들에게는 워킹홀리데이가 다소 생소하다는 걸 알았다.


한 손에 우산을 들고, 다른 손에 팀탐(TimTam : 유명한 호주 과자)을 들고 모텔로 돌아왔다. 젖은 옷을 벗어던지고 재빨리 샤워를 했다. 샤워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고 침대에 누우니 비로소 시드니에 온 것이 실감 나기 시작했다. 아, 나는 이제 여기서 혼자 1년을 살아야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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