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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를 교통수단으로 쓰는 도시

호주의 첫인상 2

by 지안

키리빌리(Kirribilli)는 시드니 하버 브릿지 북쪽에 바로 위치한 일종의 곶이었다. 시드니 관광의 중심이자 도심지역 북쪽에 위치한 서큘러 키(Circular Quay)로 곧장 페리(Ferry)를 타고 이동할 수 있었다. 내가 잡은 숙소에서도 페리 선착장이 지하철 역보다 가까워서 며칠간 페리를 애용했다. 키리빌리에서 페리를 타고 서큘러 키로 건너갈 때면 항상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릿지를 배 위에서 볼 수 있었다.

IMG_0716 (2).jpg 서큘러 키 선착장에서 본 하버브릿지와 오페라하우스 ©Jian

다만 페리는 가격도 일반 지하철 요금보다 비싸고, 무엇보다 지하철로 환승적용이 안되니, 혹시 시드니로의 여행을 계획한다면 주의하시길.




당장 시드니에 도착하자 해야 할 일이 산더미였다. 우선 은행 개좌를 개설했다. 당시에는 시드니 지리도 잘 모르고, 어디가 도심인지 어디가 주거지 인지도 몰라서 구글맵에 무작정 은행을 검색하고 길을 나섰다. 키리빌리 선착장에서 페리를 타고 서큘러 키에 도착, 서큘러 키에서 지하철을 타고 도심 쪽으로 이동했다. 오늘 날씨도 우중충 했다.


호주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은행이 자리 잡고 있는데, 내가 선택한 은행은 커먼웰스(Commonwealth) 은행이었다. 별다른 의미는 없고 그냥 이름이 좋아 보여 골랐다. 은행 간에 뭐 얼마나 차이가 있으려고.

마틴 플레이스(Martin Place) 역에서 내려 커먼웰스 은행 건물로 이동했다. 은행 건물이 상당히 컸다. 전체적으로 정사각형 모양에, 입구는 아치형으로 마감되어 있었다. 갈색 벽돌과 타일이 건물 외관을 둘러싸고 있었고, 기둥마다 호주 국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자 깔끔한 정장의 여성분이 어떤 목적으로 찾아왔느냐고 물었다.


"통장 개설하러 왔어요."

"아, 이쪽으로 오세요"


그녀는 나를 담당관에게 데려다주었다. 내 통장 개설을 담당한 직원은 건장한 백인 남성이었는데, 목소리와 자세, 태도에서 느껴지는 자신감이 꽤 인상적이었다. 마치 딱딱한 미국 드라마 속의 유쾌한 전문가를 만난 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는 친절하게 통장 개설을 진행하고, 주의할 점을 이것저것 알려주었고, 개설이 끝난 뒤, 종이에 자신의 번호를 적어주며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 연락하라고 했다. 친절하네. 기분 좋게 첫 번째 일을 끝냈다.




통장 개설을 마치고 곧장 유심칩을 구매하러 이동했다. 마틴플레이스에서 도심지인 타운홀(Town Hall)까지는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여서, 걸어서 이동했다. 아침부터 우중충하던 하늘에서 슬슬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나는 숙소 근처 편의점에서 산 우산을 펴 들고 통신사 중 하나인 보다폰(Vodafone) 매장으로 이동했다.


타운홀에 들어서서 의외로 눈에 띄는 것이 있었는데, 몇몇 가게들이 문 앞에 중국어로 '우리는 당신의 언어를 합니다'라고 써붙여 놨다는 점이었다. 중국인이 많긴 한가 보구나. 내가 찾은 보다폰 매장에도 역시 그 문구가 붙어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이번에는 아랍계 남성이 나를 맞았다.


"유심카드를 사러 왔는데, 요금제 좀 알려주세요."


그는 나를 데리고 컴퓨터 앞으로 데려가 가입을 도와주었다. 여러 가지 요금제 중에 월 3만 7천 원 정도에 40기가 데이터를 골랐다. 꽤 합리적인 가격이네. 한국에서는 5만 원에 4기가 7만 원에 100기가던데. 참 극단적인 가격 책정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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