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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운틴(Blue Mountain) 여행

시드니 근교 여행 3

by 지안

생각에는 가속페달이 있다. 여행을 다녀야겠다고 마음먹은 뒤, 나는 그동안 잘 못 쉬었던 한풀이라도 하듯 일주일 간격으로 시드니 근교 여행을 계획했다.


키아마(Kiama)에서 돌아오고 일주일 뒤, 블루마운틴(Blue Mountain) 당일치기 여행을 떠났다.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라 BRCQ에서 같이 일하는 Diana, SY와 함께 다녀왔다.


블루마운틴(Blue Mountain)은 시드니 여행을 계획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법한 유명 관광지이다. 시드니에서 서쪽으로 차로 한 시간 반 정도 거리에 있는 산맥인데, 잎이 푸른색인 유칼립투스 나무가 많아 산이 파랗게 보인다 하여 블루마운틴이라는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여담으로 유칼립투스 나무는 코알라의 주식이라고 한다.


이번에도 역시 차를 빌렸다. 키아마 때처럼 두 시간씩 걸리는 거리는 아니지만 이번에는 동행이 있다 보니 중간에 픽업을 위해 시드니 시내에 들러야 했다. 아침 이른 시간에 렌터카 회사로 출발했다. 똑같이 공항으로 가서, 셔틀을 타고 렌터카 회사로 이동 후 차를 대여했다. 시드니 시내로 이동하여 Diana와 SY를 태우고 블루마운틴 방향으로 이동했다. 시드니 시내에서 블루마운틴까지 가는 길은 거의 일직선으로 이어져있어, 크게 어려울 것이 없는 길이다. 다만 당일이 토요일이다 보니 여가를 떠나는 차들이 많아 약간씩 막히기는 했다.




블루마운틴까지 가는 길 중간에 흥미로운 장소가 있어서 잠깐 들렀다가기로 했다. 쉽렉 전망대(Shipwreck Lookout)라는 곳인데, 그대로 번역하면 난파선 전망대 정도가 되겠다. 난파된 배가 강 위에 떠 있는 곳인데, 올림픽공원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었다. 블루마운틴을 가는 길에 잠깐 들렀다 갈 수 있는 거리라서 돌아보기로 하였다. 이름이 흥미가 동하기도 하고.


쉽렉 전망대가 있는 올림픽 공원 근처는 신도시 느낌이 강한 곳이었다. 깨끗한 거리에 아파트가 줄지어 서있었고 푸른 공원과 파라마타 강이 보이는 걷기 좋은 산책로들이 이곳저곳으로 뻗어있었다. 이런 곳에 난파선이 있다고?


적당한 곳에 주차를 하고 지도를 보며 전망대에 도착했다. 난파선은 멀리 큰 바지선 하나와 작은 나무 배 몇 척, 전망대 가는 길 안쪽으로 작은 어선 하나, 그리고 전망대 앞에 배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를 나무판자로 된 무언가가 있었다. 전망대에는 멀리 있는 바지선을 잘 볼 수 있도록 방향이 고정된 망원경도 있었다. 모두 침몰한 난파선이라기보다는 그냥 오랫동안 쓰지 않고 버려진 배 같았다. 멀리 보이는 바지선은 녹으로 뒤덮인 선체 위에 나무와 풀이 무성히 자라있었는데, 제법 기괴하면서도, 뭔가 영감을 주는 형세였다. 무엇보다 이런 깨끗한 아파트타운에 버려진 배가 있다는 것 자체가 그런 분위기를 가중시키는 것 같았다.


쉽렉 전망대(Shipwreck Lookout)에서 본 난파선 ©Jian


전망대 바로 앞에 판자들은 척 봐도 위험해 보여서 딱히 자세히 다가가서 보지는 않았다. 전망대 안쪽의 어선은 역시 버려진 지 오래라 온통 녹이 슬어 있었다. 가까이 보려고 진입로로 발을 들였다가 무언가가 얼굴을 간지럽히는 느낌이 들어 멈췄다. 자세히 보니 거미줄이었다. 전망대가 별도로 관리가 되고 있지는 않은지, 근처에 거미줄이 워낙 많았다. 아쉽지만 눈으로만 담고 다시 차에 올랐다.




우리는 쉽렉 전망대를 빠져나와 곧장 블루마운틴으로 향했다. 블루마운틴은, 한 마디로 큰 트레킹코스 정도로 생각하면 좋다. 넓게 펼쳐진 자연에, 곳곳에 트래킹 코스와 명소가 있고 그 사이사이를 버스나 차로 이동한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출발하기 전에 간단히 블루마운틴에 볼거리를 찾아보았더니 세자매 봉(Three Sisters Walk), 웬트워스 폭포(Wentworth Falls), 링컨스락(Lincoln's Rock) 정도가 있었다. 세자매 봉은 호주에 오기 전에도 들어본 유명 관광지라, 우리는 이곳을 첫 번째로 방문하기로 하였다.


세자매 봉은 바위로 된 세 개의 봉우리가 나란히 있어 독특한 지형으로 주목을 받은 관광지이다. 따로 트레킹 할 필요 없이 차가 다니는 도로 바로 옆에 위치한 광장에서 볼 수 있었다. 광장에 도착하니 갓길에 수많은 차와 관광버스가 즐비하게 주차되어 있었다. 우리도 겨우겨우 주차자리를 찾고 광장으로 들어왔다. 과연 유명관광지라 그런가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간간히 한국어도 들렸다). 광장 한 쪽에는 카페가 있었는데, 어찌나 많은 사람들이 들락거리는 지 문이 한 시도 가만히 닫혀있지를 못했다.


그 날은 해가 쨍쨍 내리쬐고 바람이 거의 불지 않은 날씨였다. 벌써부터 더운데 트레킹은 어떻게 하지? 그래도 밝아서 사진은 잘 나오겠다 싶었다.


세자매 봉 앞 광장 ©Jian
세자매 봉 ©Jian


독특했던 세자매 봉. 그런데 생각보다 웅장함이나 신비스러움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 같다.


광장에서 간단히 사진을 찍고 주변을 둘러보니, 세자매 봉 아래쪽으로 이어지는 계단이 있어, 내려가 보았다. 다른 관광지가 있는 것은 아니었고, 그저 세자매 봉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장소였다.


광장의 한 쪽은 세자매 봉을 보기 위한 장소였고, 그 옆으로는 블루마운틴의 끝없이 펼쳐진 푸른 산맥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 블루마운틴은 생각보다 그렇게 파랗지도 않았고, 그냥...산이었다. 왠지 모르게 (학생 때 가 봤던) 백운산 정상이 자꾸 겹쳐 보이는데 이게 맞나...? 분명 크고 넓고 푸른 자연의 모습이었지만 개인적으로 맞는 취향은 아니었던 것 같다.


세자매 봉 아래쪽에서 본 풍경, 왼쪽 가까이 세자매 봉 암석의 일부가 보인다 ©Jian




세자매 봉 관광을 마치고 우리는 시닉 월드(Scenic World)로 향했다. 시닉 월드는 세자매 봉 옆에 위치한 일종의 케이블카 스테이션 같은 곳인데, 산을 가로지르는 여러 종류의 탈 것들을 운영한다(케이블카, 레일웨이 등). 당연히 무료는 아니고, 꽤 비싼 돈은 내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글을 쓰는 지금 시점에서는 당시 가격이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데, 우리는 차가 있으니 굳이 여기에 이렇게 많은 돈을 쓸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고, 따로 케이블카를 타지는 않았다. 대신에 출발 전에 찾아두었던 근처 다른 전망대로 이동했다.


시닉 월드 근처에는 이글호크 전망대(Eagle Hawk Lookout)와 힐다스 전망대(Hildas Lookout)가 있는데, 문제는 두 곳 다 도로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어서 지도상으로 따로 주차할 만한 공간이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결국 차는 시닉월드 옆 공터 주차장에 주차하고, 걸어서 두 전망대를 다녀오기로 하였다.


단순히 지도만 봤을 때는 잘 몰랐는데, 시닉월드에서 이글호크 전망대까지는 거진 오르막길이었다. 거리는 걸어서 10분 정도로 길지 않았지만 더운 날씨와 오르막길이 맞물려 꽤나 힘이 빠지는 길이었다. 이글호크 전망대에 도착하고 보니, 세자매 봉 앞 광장에서 본 풍경과 크게 다르지는 않아서, 조금 실망했다.


이글호크 전망대(Eagle Hawk Lookout)에서 본 세자매 봉©Jian


아침 일찍부터 나와 있던 터라 체력이 많이 떨어져 있어서, 우리는 힐다스 전망대는 가지 않고 카툼바(Katoomba, 블루마운틴 지역에 있는 마을이다)로 돌아가 점심을 먹기로 하였다. 힐다스 전망대는 특히 아침 안개가 꼈을 때 더욱 아름답다고 하는데, 이미 해가 중천이니 어차피 보는 풍경은 방금 보았던 이글호크와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라 판단했다.


우리는 카툼바(Katoomba)로 돌아와, 점심으로 피시 앤 칩스를 먹었다. 나는 이 날 태어나서 처음으로 피시 앤 칩스를 먹어보았는데, 평범한 맛이었다. 맛있는 생선이었다면 더 괜찮았을지도?




점심을 간단히 해치우고 본격적인 트레킹을 위해 웬트워스 폭포(Wentworth Falls)로 이동했다. 웬트워스 폭포는 블루마운틴 주요 관광지 중 하나로 말 그대로 물이 떨어지는 폭포이다. 다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유량이 많은 폭포는 아니고, 날이 건조할 때는 마르기도 한다고 한다. 물이 떨어지는 공간이 바위산에서 볼록하게 튀어나와있는 모양새가 독특하다고 할 수 있다. 보통 물길은 바위나 흙 안쪽으로 파고드는데 웬트워스 폭포는 반대였다.


폭포는 세자매 봉과 달리 차로 바로 근처까지는 이동하기 힘들고 짧게라도 트레킹을 해야 했다. 우리는 적당한 곳에 차를 세우고 산길을 걷기 시작했다. 웬트워스 폭포 근처의 트레킹 코스는 한두 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코스가 얽혀있는데, 우리도 따로 지도를 보지 않고 그저 몸 가는대로 돌아다녔다. 여기저기 이정표가 있어서 크게 길 잃을 걱정은 안 해도 되었다.


트레킹 코스는 의외로 괜찮았다. 물론 평범한 산길도 있었지만,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이 지나가는 곳 위로 돌다리가 있는 곳도 있었고, 바위벽 안쪽을 깎아서 길을 만든 곳도 있었다. 카메라에는 아쉽게도 그러한 모습들이 아름답게 담기는 어려웠지만, 이런 코스가 주는 분위기는 우리를 충분히 리프레시 시켜 주었다. 블루마운틴은 이렇게 곳곳에 숨어있는 명소를 찾아나가는 매력이 있는 곳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푸른 나무와 넓은 자연보다는, 트레킹을 하면서 갑작스레 한 두 개 쯤 튀어나오는 내 입맛에 맞는 풍경이 참 좋았다. 생각지도 못한 서프라이즈 선물은 받은 것 같달까.


웬트워스 폭포(Wentworth Falls) ©Jian
웬트워스 폭포 상부 ©Jian
트레킹 코스 ©Jian
트레킹 코스에서 만난 절벽 ©Jian




트레킹을 마치고 차로 돌아오자 저녁 5시에 가까워 졌다.


날이 금방 어두워 질 것 같기도 하고(저녁이 되니 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체력도 많이 써버렸고, 트레킹 중간에 만난 절벽에서 사진도 찍었으니, 링컨스락(Lincoln's Rock)은 아쉽지만 생략하기로 하였다.

*링컨스락은 암반 절벽 지형으로 평평한 바위가 산 바깥쪽으로 튀어나와있어 사진 찍기 좋은 스팟이다. 절벽 끝에 앉아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시드니 시내에 돌아와 Diana와 SY를 내려주고, 렌터카 사무실로 돌아가 차를 반납했다.

나름 알차게 여행을 즐기고 온 것 같아 기분이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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