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 불을 끄고 누우면,
안방 밑으로 새어 나오는 불빛이 보였다.
아내는 아이와 함께 자는 게 편하다고 했다.
처음엔 수유 때문이었고,
그다음엔 아이가 잠결에 나를 찾는다고,
그러다 이젠 그냥…
익숙하다고 했다.
나는 거실 소파에 등을 기댄 채,
조용히 맥주 캔을 열었다.
잔소리도 없고,
늦ㅡ눈치 보일 사람도 없고,
TV를 틀어도, 컵라면을 먹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 외로웠다.
아내는 왜 저 방에서 계속 불을 끄지 못한 걸까.
아이는 자고 있을 테고,
그 빛은 분명 아내가 켠 것이다.
누워 있는 아내가 천장을 보며
잠을 못 들고 있는 모습이 떠올랐다.
나처럼.
그날, 아내는 딸아이를 씻기고 나서
한참을 멍하니 화장실 앞에 앉아 있었다.
수건을 짜다 말고,
축 늘어진 손에 그대로 놓인 물기.
“괜찮아?”
내가 물었을 때,
아내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입은 굳게 닫혀 있었다.
그 침묵이 더 오래 귀에 남았다.
우리는 대화가 줄었다.
아내는 예민해졌고,
나는 무뎌졌다.
처음에는 바빠서 그랬다고 생각했다.
다음엔 애 키우느라 그럴 수 있지, 하고 넘겼다.
하지만 사실은, 내가 너무 모른 척해온 것이었다.
아니, 알아도 외면한 시간들이 있었다.
하루는 딸이 낮잠도 안 자고 뻗어버린 사이,
아내가 식탁 앞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이 낯설고도 익숙했다.
그게 몇 달, 몇 년 전부터의 얼굴이었는데,
나는 그걸 ‘익숙한 모습’이라고 생각했었다.
'익숙하니까 괜찮은 거겠지'라는 착각.
내가 무심코 지나친 것들은,
아내가 오랫동안 삼킨 말들이었다.
나는 맥주 한 캔을 다 비우고,
조용히 다시 누웠다.
지금 저 방에서
불을 끄지 못하고 있는 사람은 아내지만,
사실 나도 똑같이 깜깜한 밤을 겪고 있었다는 걸,
그제야 조금 알 것 같았다.
다음날 아침, 딸아이를 씻기고 밥을 먹인 뒤,
설거지를 하다가 문득 아내를 돌아봤다.
피곤한 눈으로 웃고 있었다.
나는 묘하게 낯선 그 미소에서,
우리가 다시 말을 걸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날 밤, 아내가 먼저 내게 말을 걸었다.
작은 목소리로, 그러나 분명하게 말했다.
“당신도… 외로웠구나.”
8편 안방 불은 꺼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