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다른 팀으로 옮긴 뒤, 사무실 공기가 달라졌다.
회의실엔 여전히 같은 사람들이 앉아 있었지만, 대화의 결이 조금 거칠어졌다.
그녀가 정리하던 문장들, 그 부드러운 간격이 사라져 있었다.
그녀의 자리엔 새사람이 앉았다.
새사람의 키보드 소리는 조금 더 빠르고, 목소리는 컸다.
나는 그 차이를 애써 의식하지 않으려 했지만, 매일 아침 시선이 그 자리로 향했다.
습관은 그렇게 남아 있었다.
하루가 길었다.
그러다 문득, 복도 끝에서 커피 향이 났다.
시계를 보니 오후 두 시 반.
그 시간은 예전에도 늘 그랬다.
그녀가 자리에 앉아 있던, 바로 그 시간이었다.
그 후로 이상한 일이 생겼다.
정확히 오후 두 시 반이면 커피 향이 났고,
그때마다 누군가가 문을 지나갔다.
처음엔 우연이라 생각했는데,
세 번째쯤 그 시간이 반복되자, 우연이 아니란 걸 알았다.
그녀였다.
손엔 종이컵 두 개.
한 잔은 들고 있었고, 다른 잔은 탁자 위에 잠깐 내려놓았다.
그리고 눈이 마주쳤다.
“프린터 앞, 아직 고장 안 났죠?”
그녀가 물었다.
“요즘은 잘 돌아가요. 아쉽게도.”
“아쉽다니요.”
“그러면 다시 내려올 이유가 없잖아요.”
그녀가 웃었다.
짧은 대화였는데, 그 웃음이 오래 남았다.
그날 이후,
나는 오후 두 시 반을 기다리게 됐다.
그녀는 늘 같은 길로 걸어갔다.
손에 들린 커피, 살짝 풀린 머리끈,
가끔은 노트북을 안고 서둘러 나가는 모습.
그 모든 것이 익숙해졌다.
아니, 익숙해지길 바랐다.
어느 날, 그녀가 내 자리 앞에서 멈췄다.
“이거… 남은 쿠폰이에요. 한 잔은 꼭 사드리고 싶었거든요.”
그녀가 내밀던 쿠폰에는
조그만 스마일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나는 그 종이를 받아들고, 한참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가 돌아서던 순간,
내가 불렀다.
“내일 두 시 반에도… 향기 나겠죠?”
그녀는 고개를 돌려,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이후로, 오후 두 시 반은 하나의 법칙이 되었다.
누군가의 마음이 닿는 데는
이유도, 약속도, 언어도 필요하지 않다는 법칙.
그저 향기로, 눈짓으로,
하루의 일정한 시각에 다시 피어나는 마음의 리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