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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anna Dec 06. 2019

워크퍼밋 에피소드

이렇게 또 하나를 배우네요

캐나다 워크퍼밋은, 캐나다에서 합법적으로 일하며 살기 위해 필요한 필수적인 요소이자 법적 서류이다. 

나와 남편은 주정부 노미니 승인을 받음으로서, 남편은 고용된 식당과 연결된 Closed Work Permit을, 배우자인 나는 Open Work Permit을 각각 캐나다 입국시 공항에서 발급 받게 되었다.


캐나다 입국시 가장 긴장이 되는 부분이 입국 심사와 이 워크퍼밋을 무사히 받는거였다. 사실 6월에 이미 남편이 먼저 입국하면서 워크퍼밋을 무사히 받았고 나는 남편의 배우자이니 나도 남편따라 무사히 받을 수 있는건데도 괜스레 떨리고 긴장이 되었다. 그리고 우리에게 하나 아쉬운것이 있었으니 남편은 2년짜리 워크퍼밋을 받을 충분한 자격이 됨에도 불구하고 까다로운 심사관이 남편에게 1년짜리 워크퍼밋을 준 것이었다. 2년짜리를 받았다면 우리가 영주권을 신청하고 받을때까지 충분히 커버가 되었을텐데... 아쉬움이 많이 남는 부분이었다.






여하튼 나는 캐나다 공항에 도착해서 공항의 KIOSK 기계에서 간단한 입국 절차를 마치고, 따로 마련된 데스크에 가서 입국 심사를 통해 워크퍼밋을 받게 되었다. 내 입국 심사관은 배우 틸다 스윈튼을 연상시키는 아주 차가운 인상의 백인 금발 여성분이었다. 거기다가 허리춤에 찬 무기들과 총은 위압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긴장하며 시작된 입국 심사 분위기가 꽤나 괜찮게 흘러갔다. 열심히 준비해온 서류들을 제출하여 검토하고, 입국 심사 질문에 대답하며 진행되는 동안, 한없이 차갑기만 했던 그녀의 말투가 아주 조금씩 부드러워짐을 느낄 수 있었다. 급기야 심사 마지막쯤에는 개인적인 질문도 나에게 던지기 시작했는데


심사관: 너 근데 미국에서 계속 자란거니?

: 아니 난 한국 출생이고 한국에서 자랐어. 근데 미국에서 대학원 공부를 마치고 온거야.

심사관: 그렇구나.보통 외국인들은 영어를 쓸때 어느정도 본인들의 모국어 엑센트가 섞여 있기 마련인데 너는

             그런 엑센트도 별로 없고 영어 발음이 좋길래 물어봤어

: 어머 그렇구나! 고마워!

심사관: 사실은 나도 한국에 가서 산적이 있어. 한국에서 선생님을 잠깐 한적이 있거든

: 정말? 놀랍다! 


그토록 얼음여왕같던 차가운 이민관이 엷은 미소까지 띄워주며 이렇게 부드럽게 얘기해주자 나도 기분이 좋아졌고 이민 심사 분위기도 좋게 잘 흘러가고 있음을 느낄수 있었다. 그녀는 마지막까지 친절히 나의 바이오매트릭스 과정을 도와주었고, 알려준대로 옆 창구에 가서 비자 접수비까지 결제하고 오자 내 워크퍼밋은 준비가 완료되어 있었다.


당시 입국 심사관님이 떠오르는 틸다 스윈튼







그런데 바로 여기에서 아주 잊지못할 에피소드가 발생했다

심사관: 자 여기 너의 워크퍼밋이야. 워크퍼밋 기한은 너의 남편과 똑같이 1년이야. 그리고 주의해야 할 사안들은 블라블라블라, 영주권 신청은 꼭 이 기간까지 마치고 알겠지? 그리고 블라블라블라~


귀로 그녀의 말을 들으며 눈으로 내 워크퍼밋을 흝어 보는데, 아니 이게 웬일? 

내 워크퍼밋 기한은 2020년 06월 XX일이 아닌 2023년 06월 XX일로 적혀 있는 것이었다.


인간은 왜 작은것에 한번 미혹되면 다른 것은 더이상 보이지 않고 그렇게 눈이 멀어버리는가.... 무려 4년짜리 워크퍼밋을 받게 된 내게 그녀의 멘트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고 손에 들려진 4년짜리 워크퍼밋에 너무나 신이 나기 시작했다. 4년짜리 워크퍼밋은 그동안 다른 사람들 비자 후기에서도 흔히 보지 못한 것이었다.

: 우와 그래 고마워! 좋은하루 보내!


이건 뭐... 그렇게 워크퍼밋을 쥐고 짐을 찾고 출국장을 나와 남편을 만났는데 기분이 너무 좋았다. 차갑던 이민관에게 내 영어실력에 대한 칭찬을 들으며 좋은 분위기를 이끌어 냈지, 워크퍼밋은 4년짜리 받았지... 아주 신이난 나는 날아갈 듯한 기분으로 남편에게 자랑을 늘어놓으며 그렇게 기분좋게 공항을 빠져나왔다. 







그러나 역시 현실은 그렇게 만만한것이 아니었다. 아니 그리 만만할리가 없었다


입국후 이틀이 지나서였나 삼일이 지나서였나, 그날도 외출해서 일을 보고 돌아다닌 우리는,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안에 지친상태로 앉아있다가 남편의 핸드폰으로 온 전화를 받게 되었다. 남편이 막 영어를 쓰더니 그 전화속의 사람이 나를 찾는다며 나를 바꿔주었다.


: 여보세요? 누구세요?

심사관: 안녕! XX씨 맞죠? 나는 며칠 전 공항 심사관입니다. 정말 미안해요! 내 실수로 날짜가 잘못된 워크퍼밋을 당신께 주고 말았어요. 정말 미안합니다. 지금 갖고 있는 워크퍼밋은 나에게 다시 제출해야 해요. 그리고 내가 다시 새로 제대로 된 날짜가 적힌 워크퍼밋을 발급해 주겠습니다

: 아...!! 그렇군요!!

심사관: 혹시 내일 공항으로 올 수 있나요? 공항으로 와주면 내일 바로 처리 가능해요.

: 아.... 공항으로..... 네 그럼 내일 몇시까지 공항안에 어디로 가면 될까요?

심사관: 잠깐만요 아니면 다릅 옵션은, 내가 그쪽으로 새 워크퍼밋이 담긴 우편을 보내줄게요. 그리고 그 우편안에 기존 워크퍼밋을 담아서 다시 보낼 우편 봉투도 넣어서 보낼게요. 그 우편봉투 안에 나한테 보낼 주소가 적혀 있을테니 걱정말고 그냥 다시 우편으로 보내기만 하면 되요.

: 알겠습니다. 그런데 며칠전에 Service Canada에가서 SIN 넘버를 신청해 두었는데, 워크퍼밋이 바뀌면 그것도 새로 다시 가서 신청해야 하나요?

심사관: (웃으며) 하하 XX씨 참 빠르네요 그것도 벌써 가서 신청했어요? 그래요 정말 미안하지만 워크퍼밋을 새로 받으면 그것도 다시 신청해야 해요, 불편하게 해서 정말 미안해요!

: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바로잡아줘서 감사해요! 그럼 우편 기다리겠습니다.



이 전화를 받은 순간, 4년짜리 워크퍼밋 받았다고 그리 신나하던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리고 스스로 반성을 하게 되었다. 입국 심사가 좀 긴장되고 정신없긴 했었지만 나는 분명, 남편과 똑같이 1년짜리 워크퍼밋을 준다는 그녀의 말을 알아들었었다. 그럼 그때 내가 바로 "어 그런데 여기 서류에는 4년짜리라고 되어있네?" 라고 말만 했어도 그녀는 그게 잘못 날짜가 찍힌 것임을 알아차리고 바로 새로 수정본을 주었을 것이다. 나의 어리석음과 상황대처 능력에 대한 극심한 후회와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그렇게 며칠 뒤, 우편으로 새로 받은 워크퍼밋으로 다시 SIN 넘버를 신청해야 하는 과정은 또 다른 난관이었다. 이미 기존 워크퍼밋으로 신청한 SIN넘버가 진행중이다가 이 일로 인해 프로세스가 멈춰있었다. 담당 기관에 직접 전화를 해서 그것이 왜 멈춰있는지를 설명하고 새로 SIN 넘버를 받을 수 있게 준비해달라 통화를 해야 했고, 또 다시 Service Canada에 방문해 새 워크퍼밋으로 새 SIN 넘버를 신청했야 했다. 이 모든 지리한 과정은, 내가 공항에서 잘못된 것을 봤을때 바로 언급해서 바로잡기만 했어도 안 겪어도 되었을 과정들이었다. 순간의 잘못된 판단이 나를 약 한달간이나 힘들게 하며, 겪지 않아도 될 것들을 경험하게 만든것이다.



이번일로 인해 큰 교훈을 하나 배우게 되었다.

공공기관이나 어디서나 어떤 직원의 실수가 나에게 유리한 결과를 가져올것처럼 보일지라도 

사실은 절대 그렇지 않다는것

그 실수나 잘못된 것은 반드시 발견되고

오히려 그것을 바로잡기 위한 과정이 나에게 더 큰 불편함과 고충으로 되돌아온다는점

그러니 그걸 발견 즉시 언급하고 수정해야 한다는점


마지막으로, 세상은 결코 만만하게 보면 안된다는 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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