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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anna Dec 06. 2019

집, 그 소중한 공간에 관하여

감사함과 불만족 사이 (1)

집, 우리에게 휴식과 쉼을 주는 공간

신혼부부들에게는 더욱 로망으로 다가오는 그 공간

이렇게 집이라는것은 우리 삶에서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한 부분이지만, 내 나라를 떠나 다른 나라에서 살게 된다면, 집을 구하는 것은 그야말로 어려움이 배가 되는 경험이며, 많은것을 포기하고 감수해야 함을 의미하게 된다.




우리 부부도 처음에 캐나다에서 집을 구하려 할때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가본적도 없는 나라의 새로운 동네에 인터넷만으로 집을 구하려 한다는것은 정말 크나큰 모험이자 힘든일 일수밖에 없다. 남편은 먼저 에어비앤비를 잡았고 거기에 지내면서 집을 알아보며 계약하려 했지만 일터와의 거리, 월세, 집상태, 나와있는 매물 등 고려해야 할게 한두가지가 아니었기에 집을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때 혜성처럼 등장해준 사람이 남편의 직장 동료이자 선배인 H군이다.


H군은 모로코 출신으로 캐나다 영주권을 취득한 성실하고 열심히 사는 청년이다. 자기 얘기하며 수다떠는걸 좋아하고 말에 항상 약간은 허세가 있긴 하지만, 소 눈을 닮은 맑고 영롱한 눈망울을 가지고 항상 남에게 베풀고 남을 도와주고자 하는 선한 마음씨를 가진 좋은 사람이다. 이 H군은 집값을 아끼기 위해 남과 하우스를 쉐어하는것을 선호하는데, 인터넷으로 사람을 구하는건 리스크가 커 고민을 하던 차, 일터에 새로 들어온 우리 남편을 만나게 되고 남편을 아주 마음에 들어하게 된다. 남편은 나와는 다르게 매우 밝고 유쾌한 성격에 사교성 좋고 사회성 좋고 일터에서는 한국인 특유의 성실함을 뿜뿜하며 살짝 부족한 영어도 나름의 귀여움으로 커버하다보니 이 H군 마음에 쏙 들었나보다.


결국 이 H군은, 자기가 살고 있는 투베드 원배쓰 아파트에서 우리 부부에게 방 하나를 내주며 같이 살것을 제안하고 이것은 우리에게 크나큰 도움의 손길이 되며 결국 우리는 H군과 하우스 쉐어를 하며 살게 된다. (그리고 자기가 정말 어디가든 인복 하나는 나름 있다는 남편의 자랑을 아직도 귀따갑게 들으며 살고 있다).







이렇게 H군과 살게 된것은 우리에게 정말 큰 도움과 행운이 아닐수 없다. 그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왜 나는 아직도 채워지지 않는 만족에 몸부림치며 가끔 괴로워하며 힘들어하는가. 집이라는 욕망의 대상에서 결코 자유로울수 없는 나는, '이 상황에서 이 정도로도 감사해야지!' 하는 이성의 목소리와 ' 하지만 이런 집은 내가 원하는 집이 아니란말야! 남과 같이 사는것도 너무 불편하단 말야' 라는 마음의 목소리에서 오늘도 갈등하고 있다.



감사함. 알고 있다. 지금 집에 관해서 감사할 점이 참 많다는것을

1. 일단 이 집은 남편의 직장과 가깝다. 영주권을 딸때까지 영주권을 지원해주는 식당에서 열심히 일해야 하는 입장인 신랑한테, 식당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의 집은 참으로 매리트가 아닐수 없다.

2. 게다가 우리는 말 그대로 몸만 (그리고 옷가지만) 가지고 이집에 들어오면 됬었다. 필요한 온갖 주방용품 살림살이들과 거실 가구들은 H군이 이미 다 마련해서 살고 있었고 우리는 그냥 그걸 같이 깨끗히 이용하기만 하면 되었다. 남편이 죽고 못사는 커피머신도 H군이 다 이미 마련해서 쓰고 있던걸 우리도 쓰게 해준것이다. 

3. 우리가 살 방안에는 H군이 구해다준 (후지긴 하지만 나름 퀸 사이즈의) 침대와 침대 옆 선반, (역시 낡고 후지지만) 책상 의자 세트와, (역대급으로 후지지만) 미니 냉장고 등이 이미 갖추어져 있었다. 우린 그저 가벼운 이동식 헹거 하나 사고, 중고로 3단 서랍장 정도 사면 되었었다.

4. 그뿐인가? 이 집은 H군이 자기 명의로 구한 집이라 집 보험비, 인터넷비, 주차비 등 기타 비용을 H군이 혼자 다 부담하고 있다. 뭐 우리는 차는 없으니 그렇다 쳐도 인터넷비 쯤은 1/3로 우리한테 요구할 법도 한데 착한 H군은 한번도 그러지 않고 있다. 

5. H군은 항상 우리가 뭐 불편한건 없는지 챙기고, 우리가 뭐 필요해 보이면 먼저 챙겨주고 또 우리처럼 깨끗하고 청결하게 집을 유지하려 하고 집에서도 조용하게 생활하는 타입이다.

6. (남편에게) 가장 중요한 마지막 부분은, 집을 쉐어함으로서 돈이 세이브가 된다는 점이다. 매우 많이...



이쯤되면 뭐 불만을 갖는 내가 또라이로 보일듯 싶다. 하지만 사람이 어디 그러랴.......



불만족, 그럼에도 불만족은 여전히 존재한다.

1. 일단 아파트가 오래되고 후졌다... 이 동네에 익숙해지다 보니 돌아다녀보면 시골 지역임에도 나름 깨끗하고 깔끔한 신축으로 보이는 아파트들도 몇개 있다. 가격차이가 뭐 천지차이 그런것도 아니다. 나는 아니 대부분의 여자들은 그런곳에 살고 싶어한다! 게다가 신혼 아닌가?

2. 어쨌든 남하고 사는건 불편하다. 우리방과 H군의 방은 벽하나를 사이에 두고 붙어있다..... 아 제발 쉐어할때 하더라도 각자의 공간은 좀 떨어져 있었으면 좋겠다. 최대한 멀리멀리

3. 세명 사는데 화장실이 하나.... 게다가 H군의 여자친구가 오는 매주 주말에는 이 좁은 집에 성인 4명이 자게 되는데 화장실이 하나다! 새벽에 누가 깨서 화장실 가게되면 그 소리에 또 다들 깨서 차례대로 화장실 가고..... 아침이면 더 난리다! 각자 출근해야 하는데 샤워시간 안겹쳐야 하니까. 일명 화장실 눈치작전

4. 어쨌든 내집이 아니다. 가구 배치 바꾸길 좋아하는 H군은 아주 수시로 자기 맘대로 거실가구와 주방 가구들의 위치를 바꿔놓으며 그 외에 온갖 살림살이들도 자기 기분 내키는대로 위치를 바꿔둔다. 가끔씩은 이런게 욱하고 올라오고 마음에 안들어도 뭐라 할수가 없다. 왜냐? H군 집이고 H군 살림살이니까! 근데 뭐 누군 왕년에 자취 안해본줄 아나, 누군 뭐 자취방 안 꾸며보고 산줄 아나 흑흑. 자기 집에서 자기 스타일과 취향대로 집을 꾸미고 살고 싶은 여자의 욕심은 조용히 고이 접어둘수 밖에 없다.





적다보니 그래도 현재의 우리 상황에선 단점보단 장점이 더 많은것 같고, 또 누구나 첫 정착기에는 완벽하게 생활하기 어려운게 당연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 우리가 이 집에서 천년만년 계속 살것도 아니고, 앞으로 살다보면 점차 좋은 조건, 좋은 집으로 이사도 하고 그렇게 차츰차츰 발전해 나가는 맛이 있는거지, 이것도 지나고 보면 이렇게 처음와서 고생한게 추억이 될꺼야! 

.........하는 남편의 세뇌 위로로 오늘도 나 스스로를 다독여본다.



P.S 남편에게:

자기~ 그냥... 난 그런게 슬픈거야.... 한국에서 살면 서울 원룸이나 투룸 구해 신혼생활 시작하거나 교외로 좀 빠져 작은 아파트로 시작할수도 있는데.... 한국이면 그게 그렇게 불가능한 큰 꿈이 아닌데... 인테리어 관심 많은 나는 그런 집에서 잘 꾸미고 살수 있는데.... 인터넷 보면 자취방이나 신혼집 깔끔하게 잘꾸며놓고 사는거 그거! 나도 잘할수 있는데.... 그냥 이런 욕망들이 충족이 안되니까 내가 자꾸 징얼거리나봐..... 그럴거면 한국 가자고? 그래 그냥 조용히 할게..... 대신 약속한대로 다음에 이사할때에는 우리 같이 최선을 다해보는거야?! 알았지? 아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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