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들에서 연락이 미친듯이 오기 시작했다

생애 첫출판 프로젝트 #05

by 지안느

첫 번째 출판사와 미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머리도 식힐겸 한참을 걸었다. 책을 덜컥 계약하게 되는 건 아닌가 설레었던 마음이 무안하기도 하고, 실제 출판 업계의 전문가들을 만나 날 것 그대로의 피드백을 받으니 내가 무슨 일을 벌인것인지 실감이 났다.


하지만 그들의 피드백은 곱씹을수록 다 맞는 말이었다. 스픽은 아직 메타나 구글처럼 성공한 글로벌 기업도 아닐뿐더러 그 책을 내겠다고 찾아온 나는 그저 신인 작가(지망생)일 뿐이었다.


하지만 문득 이렇게 내 책에 대해 출판 업계 사람들에게 직접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게 정말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만났던 출판사가 국내 출판사 중에서도 깊은 역사와 규모를 자랑하고 있는만큼 그들은 이 출판 업계에 빠꼼한 사람들이었다. 그런 사람들이 내 원고를 메일로 거절할 수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직접 불러서 피드백을 준 것은 내 원고의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한참을 걷고 집에 도착해서는 출판사에서 받았던 피드백을 다시 복기하며 기획안의 수정 방향을 잡아 나갔다. 수정 방향은 크게 3가지였다.


1)책을 하나로 이어주는 주요 메시지를 정하고,

2)메시지를 잘 전달할 수 있는 구성을 고민하고,

3)실제 책에 들어갈 에피소드들을 구체적으로 정리하는 것.


#1.주요 메시지 정리

책의 메시지는 ‘좋은 기운’과 같은 모호한 개념을 버리고, 스픽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 주었던 이효리 캠페인의 슬로건인 ‘틀려야 트인다’로 잡았다. 결국 스픽이 하는 모든 일과 문화, 내가 배운 것들 모두 이 메시지와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스픽에서 우당탕탕 해냈던 많은 시도와 실패, 또 성공과 성장의 이야기라면 틀리는 것을 두려워하는 한국인들에게 많은 공감과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2.전체 이야기 구성

첫 기획안에서는 전체 이야기 구성을 스픽의 정신적인 부분, 문화적인 부분, 일적인 부분으로 나눴다면 두 번째 기획안에서는 내가 픽사가 만드는 만화 주인공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스토리를 만들어나갔다.

나에 대한 캐릭터 분석과 설정, 잘 만들어진 이야기들의 구성을 분석한 끝에 두 번째 기획을 완성할 수 있었다. 1장에서는 주인공(나)에 대한 이야기, 2장에서는 내가 스픽에서 우여곡절을 겪으며 깨달은 인사이트들, 3장에서는 인사이트를 활용해서 성장하는 이야기, 4장은 완전히 역경을 극복하고 유니콘이 되는 식으로 1장부터 4장까지 하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도록 했다.


#3.장별 에피소드 정리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에피소드를 구체화하는 작업이었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아무리 신박한 기획안이라도 작가가 그 기획안을 실제 원고로 끝까지 잘 풀어낼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전체 메시지가 좋아도 실제로 글을 써보면 책 한권을 내기엔 너무 소스가 적거나, 에피소드를 모두 모아놓고 보니 메시지들이 중구난방일 수 있기 때문이다.


첫 기획안을 만들 당시 내가 놓쳤던 것도 이 부분이었다. 나는 목차에 들어갈 꼭지의 제목만 후킹하게 쓰면 출판사 분들이 알아서 상상력을 발휘해서 내 글이 재밌을 거라 생각할 줄 알았던 것이다.


나보다 먼저 책 출간 계약을 한 회사 동료에게 염치 불구하고 에피소드를 어떻게 정리했는지 물어보았다. 덕분에 빠르게 에피소드 정리 본의 레퍼런스를 얻을 수 있었다. 여기서 에피소드를 적는다고해서 글의 모든 내용을 적는 것은 아니다. 각 글마다 이 글에서 말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이고 그 메시지를 뒷받침하는 에피소드가 무엇인지, 하나의 글이 어떤 전개로 이야기되는지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추후 원고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대부분 바뀌게 될 것을 알았지만, 내가 100% 완성된 원고를 보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1장부터 4장까지 들어갈 에피소드를 정리하고 샘플 원고에 없는 원고들은 진짜 이 흐름대로 글을 작성할 것이라는 마음으로 에피소드를 정리했다.


#4.또다시 시작된 샘플 원고 지옥

그 다음은 새롭게 기획한 이 메시지와 목차, 에피소드를 기준으로 샘플 원고를 작성하는 일이었다. 이전에 작성했던 샘플 원고에서 몇 개의 글은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주요 메시지와 목차가 모두 바뀌다 보니 그것 조차 쉽지 않았다. 하지만 샘플 원고를 한 번 작성해본 덕분에 4,000자 분량의 글쓰기에 적응을 한 상태였고, 두 번째 기획안은 조금 더 자신감이 있어서인지 첫 번째보다 수월하게 샘플 원고 작업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두 번째 원고 투고 준비를 마치고, 서점에 들러 원고 투고를 할 출판사를 리스트업했다. 이번에는 단순히 큰 출판사가 아니라, 오프라인 서점에서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하는 출판사들 위주로 찾았다.


출판사가 하는 서점 마케팅에는 사은품 증정, 배너 선점 등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나는 교보문고와 영풍문고를 돌아 다니며 특정 매대를 구매하여 출판사의 책들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출판사들 위주로 리스트업했다. 그 중에서도 너무 신생 출판사이거나, 대표 베스트셀러가 없는 출판사들은 제외했다.


그렇게 추려진 15개 정도의 출판사에 수정된 기획안과 샘플 원고를 보냈다. 그리고 첫 원고 투고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빠른 회신 속도를 경험했다. 원고 투고를 하고 일주일도 되지 않아 총 5개의 출판사와 미팅이 잡혔다. 이전에는 한 번 만나서 얘기해보자라는 태도였다면 이번엔 구체적으로 계약에 대해 논의해보자는 출판사들이 많았다.


출판 프로젝트를 시작한지 4개월이 지난 5월이었다. 출간 여부조차 불확실한 긴 터널의 시기를 지나 이제 진짜 출판을 향해 나아갈 때였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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