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길, 에뚜왈
마들렌을 먹던 남편이 말했다. "그거 알아? 최근 가로수길의 핫한 빵집들은 다들 이렇게 노릇 노릇한 구움과자나 패스츄리류를 팔더라구. 진한 커피랑 먹을 때 어울리는 것들. 바삭하고 고소한 크로아상, 달콤한 퀸아망, 아니면 독특한 마들렌 등등. 예전에는 정통성 있는 베이커리들이 인기 있었다면, 요즘엔 과자점같은 빵집들이 핫한것 같아."
듣고보니 맞는 말이었다. 요즘 가로수길에서 파는 빵들은 확실히 빵보단 과자에 가까우며, 자신들이 내세우는 주력 메뉴가 뚜렷하다. 비파티세리의 퀸아망, 바켄의 커스터드 크림 크루아상, 에뚜왈의 마들렌, 아우어의 더티쵸코 등등. 빵집을 떠올리면 그들의 주력 메뉴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가로수길 빵집史를 되짚어보니, 초기에 떠오른 빵집들 대부분은 제빵사 중심의 빵집들이었다. 반면 최근 2-3년 사이 인기있는 빵집들은 경영자 중심의 빵집들이다.
제빵사 중심의 빵집들은 수십가지의 다양한 빵들을 판매한다. 뺑드빱바는 20년간 빵만 굽던 제빵사가 오픈한 빵집으로, 발효종 빵집의 선두 주자였다. 소화가 잘 되는 다양한 우리밀 발효빵들이 인기를 끌었다. 도쿄팡야는 일본인 베이커들이 멜론빵, 야끼소바빵 등 일본에서만 팔던 빵들을 선보이며 핫플이 되었다. 르알레스카도 르꼬르동블루를 졸업한 베이커들이 깜파뉴, 페스츄리, 타르트류의 다양한 프랑스빵들을 선보이며 가로수길 메인 빵집으로 자리매김하였다.
경영자 중심의 빵집들은 최근 가로수길에서 새롭게 떠오른 빵집들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매출 향상에 불필요한 빵들은 모두 빼버리고, 시그니쳐 메뉴에만 집중한다. 다양하진 않지만, 자기만의 메뉴가 있다.
가로수길에서 독특한 마들렌을 파는 에뚜왈 사장님은 경영자들 중심의 빵집들이 최근 인기를 끄는 이유에 대해 아래와 같이 이야기한다. "한국에서는 단일 품목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져요. 김밥천국과 같이 여러 메뉴를 파는 가게는 아무래도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어요."
그는 익숙하게 여겨지던 빵들에 정성을 쏟아 조금 다르게 팔 때, 빵들이 인기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다양한 빵들을 팔고 싶어 여러가지를 시도해봐도, 손님들은 자꾸 마들렌만 찾아요. 새로운 맛은 없냐고 물어보시죠. 메뉴는 제빵사가 정하는게 아니라 손님이 정하는것이라 생각해요. 그러다보니 마들렌이 주력 상품이 되었어요."
확실히 이 집 마들렌에는 인기있는 빵집의 비결이 담겨있다. 어릴적 먹던 익숙한 맛에 한 발자국 더 나아간 맛. 말차와 레몬 마들렌이 일품인데, 한입 베어물면 눈이 동그랗게 떠진다. 레몬글라세 마들렌은 레몬즙이 담뿍 들어 새콤하다. 얇게 발린 설탕 코팅은 거슬릴 수도 있는 신맛을 기가 막히게 방어한다. 말차마들렌 또한 좋은 말차를 아낌없이 넣어, 진한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처음엔 말차마들렌이 기본마들렌 대비 왜 30% 이상 비싼가 궁금했지만, 먹어보니 바로 수긍이 되었다. 말차를 그 가격만큼 넣은 듯 했다. 정통 마들렌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매력있는 구움과자였다.
상권이 발달하고, 임대료가 오를때에도 살아남는 가게의 비결은 무엇일까? 거센 풍파에도 살아남기 위해선, 자신만의 전문성을 확보한 후에, 손님들의 요구를 따라가는 것에 있구나. 교과서와 같은 생각이 드는 저녁이었다.
#마들렌하나먹으면서
#쓸데없는데생각이너무많은
#지안기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