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안기행 Nov 16. 2018

여우같은 플레그십

가로수길, 메종 키츠네


날씨가 좋아 오랫만에 산책을 하였다.

가로수길에 이렇게 사람들이 많았나? 의문이 들만큼 가게 앞에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메종키츠네였다.


대나무가 빼곡히 심어진 좁은 입구를 지나니, 예쁜 중정이 나왔다. 키츠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느라 다들 정신이 없다. 예전엔 이렇게 넓지 않았는데, 싶어 기억을 더듬어보니 정원의 구성이 많이 바뀌었다. 중정 중간에 길막하던 테이블들은 빼고, 담벼락 주변으로 얇고 긴 대나무를 심었다. 대나무 주변에 거울도 설치해 더 넓게 보이는 센스도 추가했다.


까페키츠네가 1층 입구에서 손님을 맞이한다. 한국손님들도 많지만, 외국 손님들이 정말 많았다. 무얼시켜야하지 고민하는 찰나, 5팀의 외국인들이 앞으로 지나갔다. 중국인 미국인 유럽인 아랍인 동남아인. 뒤에는 일본인도 있더라. 일반 관광객이라고 하긴엔 힙스터의 느낌이 물씬 느껴졌다.


남들이 무얼시키나 보니, 음료 한잔에 요상한 여우쿠키를 함께 주문한다. 저 여우는 무엇에 쓰는 것인고, 살펴보니 키츠네(여우)카페의 캐릭터였다. 다들 인스타용으로 하나씩 구입하고 있었다. 3500원이라는 가격에 잠시 멈칫했지만 그래도 커피와 함께 주문했다.


커피가 나오는 동안, 2층에 올라가 옷가게를 둘러 보았다. 메종키츠네의 한국 첫 플래그십.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개성있는 옷들이 많았다. 누가 구매하나 보고 있으니 중국 손님들이 두툼한 쇼핑백을 들고 나가더라.


내려와서 커피를 받아 중정으로 나갔다. 건물 내부에는 앉을 자리가 많이 없어 중정에서 마시던지 옆가게(에잇세컨즈) 테라스에 가서 마실 수 있다. 두 곳 모두 삼성물산에서 임차해서 사용하고 있어 공간사용이 매우 효율적이다.


커피 맛도 좋았다. 트렌디한 커피 맛. 초콜렛처럼 쌉쌀하면서도, 구운 너트류의 맛이 나는데, 한 모금 넘기면 시럽처럼 넘어가는 커피. 이런 종류의 커피는 자칫하면 묵직해져서 배가 불편하고, 반대로 물을 많이 넣으면 겉도는 느낌을 주는데, 적당하게 맞춘 발란스가 좋았다. 달달하고 고소한 여우쿠키와의 합도 잘 맞더라.


배를 타복타복 두들기면서 나오며 생각해보니 참 여우같은 곳이다. 좁은 입구에 예쁜 대나무숲을 만들어, 사람을 끌어들이더니, 숲속의 아지트 같은 집에서 커피향 솔솔 풍겨 들어가게 만든다. 커피와 캐릭터 쿠키를 함께 주문하게 만들고 (인스타에 올려) 자발적홍보를 유발한다. 기다리는 동안 메인인 옷가게를 구경하게 만든다. 대나무숲이, 예쁜 중정이, 카페가 모두 플래그십인 메종키츠네를 위해 있었다.


플래그십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 것일까? 오늘도 또 한번 배우고 간다.


#지안기행

메종키츠네 입구
중정에에서 바라본 카페키츠네
매거진의 이전글 가로수길 빵집史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