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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안기행 Jan 13. 2019

추억속의 경양식

도산공원, 마크스

#지안기행

도산공원을 다시 찾았다. 레트로를 느끼게 하는 음식점, 마크스를 가기위함이었다. 마크세븐에서 운영하는 이곳은 함박스테이크, 오므라이스 등등 옛날 경양식 집에서 팔던 음식을 팔았다. 그렇다고 옛날 경양식집처럼 두꺼운 커텐이 갑갑하게 있거나 무거운 느낌은 아니었다.  탁트인 공간은 쾌적하고, 차분하고 세련됐다. 엄마들은 아기들을 데리고 나와 친구들을 만나고, 데이트 하는 젊은 커플들도 보였다. 가족들도 보이고. 어릴적 부모님손에 이끌려서 갔던 코코스나 스카이락이 떠올랐다. 그곳들의 업그레이드 버전인가.


함박스테이크와 오므라이스, 코우슬로를 하나씩 시켰다. 주문을 하고나니, 추억의 식전빵과 스프가 나왔다. 모닝빵을 잘 구워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만들었다. 위에 소금 살살 뿌려서. 모닝빵을 이렇게 맛있게도 먹을 수 있었구나 라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오므라이스가 나왔다. 보들보들한 스크렘블에그를 위에 얹고 소스를 끼얹었다. 조용히 먹던 남편이 이야기한다. "이거 은근히 손이 많이 가겠는데. 하나하나 다 따로 볶았네" 남편의 말이 맞았다. 고기는 스테이크를 구워서 다시 다졌고, 야채도 따로 볶아 재료의 맛이 뭉개지지 않고 살아있었다. 우리의 입맛이 성장한것처럼, 오므라이스의 맛도 성장해있었다.


마지막 메뉴인 함박스테이크가 나왔다. 나는 함박스테이크를 좋아해서 회사 앞에서도 종종 사먹곤 한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함박스테이크는 한국에서 유난히 가격저항이 심한 메뉴중 하나이다. 좋은 와인을 넣어 데미글라스 소스를 만든다고 한들 손님들의 만족도는 생각만치 크게 올라가지 않는다. 우리의 입맛이 하인츠 소스에 맞춰져 있기 때문일까. 이곳은 과연 어떻게 손님들의 만족도를 올려주었을까 궁금했다. 함박스테이크와 솥밥이 따로 나왔다. 솥밥과 함박스테이크의 조합은 좀 의외였다. 그런데 남편은 밥이 고소하고 맛있다고 싹싹 긁어먹었다. 어쩌면 우리는 고급스러운 데미글라스 소스보다, 잘 지은 밥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밥을 먹고 나오면서, 친구들과 이곳에서 만나 연말모임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별한날에 먹던 음식을 먹으면서, 조곤조곤 이야기하며, 추억에 잠기고 싶었다.


도산공원 일대의 인기있는 음식점들은 알게 모르게 레트로를 표방하고 있었다. 그들의 레트로는 우리의 경험을 좀 더 업그레이드 하여 표현하는 것에 있었다. 맛과 서비스는 기본이고, 가게들마다 우리의 추억들을 기분좋게 소환해주는 장치들이 있었다. 추억의 맛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재현한 분위기와 맛이 이곳들을 인기있게 만든 한 끗이였다. 이곳의 레트로는 한 때의 유행으로만 그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기분 좋은 주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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