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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안기행 Jan 13. 2019

을지로와 힙지로

을지로, 동원집


#힙지로의매력
#지안기행

향후 10년간 도심 안에서 많은 변화가 있을 지역은 어디일까. 개발이 많이 예정되어있는 을지로가 아닐까.

요즘 #힙지로 라고 불리우는 을지로에는 재미있는 공간들이 많다. 이곳이 재미있는 이유는 오랜 세월을 버틴 노포들과 젊은 친구들이 만든 힙한 공간들이 함께 공존하기 때문이다.

을지로의 힙은 기본적으로 강남의 힙과는 매우 거리가 있다. 인테리어를 새로 싹-하고 들어가, 세련된 Hip 분위기를 자아내는 공간들과 시작부터가 다르기 때문이다. 곧 재개발이 될 지역에 누가 시설 투자를 하겠는가. 그러다보니 있는 것을 적당히 잘 활용한, 어지름의 미학을 보여주는 #힙지로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의외로 사람들은 이런 적당한 어지름에 편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 .

오늘 점심에는 부장님을 모시고(?) #동원집 #호랑이커피 두 곳에 다녀왔다. 앞에 두 팀이 있었지만, 회전이 빨라 금방 자리가 났다. "감자국 두개에 순대 한 접시 주세요." 주문을 하고 나니 금방 순대가 나왔다. 모락 모락 김이 나는 순대는 선지 함량이 높고 찹쌀이 많이 들어가 맛있었다. 순대를 절반 가량 먹으니 감자국이 나왔다. 정말 푸짐했다. 내게 익숙한 감자탕처럼 우거지와 들깨가루는 없었지만, 살코기가 가득 붙은 등뼈 여러대와 포슬포슬한 감자가 있었다. 잡내 없는 고기는 푹 삶아져서 입안에서 녹을만큼 부드러웠고, 생강이 많이 들어간 국물도 시원하고 칼칼했다. 7천원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가성비였다.

감자국과 순대로 배를 든든하게 채운 후에 좀 걸어서 세운상가에 위치한 호랑이커피에 갔다. 가끔 근처에 들릴 일이 있을 때엔 이곳에 들려 커피를 마신다. 가성비/가심비 모두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아메리카노 3천원, 라떼 3천오백원. 엄청 호들갑을 떨만큼 훌륭한 아메리카노는 아니지만, 그래도 좋다. 산미는 적당히 강하고, 맛도 개성있다. 엔티크한 내부 실내도 은근 매력있는 곳. 매장이 넓지 않아, 앉기는 힘들지만 가게 밖에서도 많이들 마시곤 하는 것 같았다. 이곳 사장님은 청년 창업 지원 프로그램으로  선발 되어 가게를 오픈했다고 하셨는데, 분명 뽑힐 만한 이유가 있는 것 같았다. .

을지로의 많은 곳들은 사람들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린다. 경우에 따라서는 위생이나 친절한 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려운 곳들도 많다. 사실 오늘 갔던 동원집의 경우도 무서운 아주머니가 옆에서 소리 지르셔서, 먹으면서 눈을 껌뻑 껌벅했던 비화가 있다. 그런데 또 재미있는게 나오면서 다음엔 안가야지, 하다가 집에 오니 그 맵고 칼칼하고 시원한 감자국이 떠오른다. 곧 조만간에 다시 한번 갈 것 같다. 아-츤츤의 매력인가.

을지로가 힙지로가 된 배경에는 그들만의 강력한 맛, 인더스티리얼 감성, 이를 뒷받침해주는 가성비 또는 가심비가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내가 이곳에서 매력을 느꼈던 부분은 힘들고 고된 환경속에서도 땀을 닦아가며 열심히 일하는 아저씨와 아주머니들. 그분들의 다소 거칠고 투박한 모습이 정겨웠기 때문인 것 같았다. .

10년뒤 많은 것이 변해도, 그 사람사는 투박한 정취는 남아 있으면 좋겠다. 그것이 이곳의 아이덴티티니깐.


#노포
#을지로
#동원집
#호랑이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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