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 훅트포케
YOU JUST GOT HOOKED
요 근래에 묵직한 음식들을 자주 먹었더니, 손가락 끝이 살짝 저릿저릿했다. 건강을 챙겨야겠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샐러드와 밥의 중간-쯤 되는 건강한 음식을 파는 곳이 없을까 찾아보니 훅트포케가 있었다. 포케란 하와이에서 시작된, 변형된 회덮밥같은 음식이다. 뉴욕에서도 인기를 끌었다더니 최근엔 한국에서도 종종 보였다.
팀에 있는 친구를 꼬득여, 훅트포케로 향했다. 을지로 뒷골목인 커피한약방 근처에 위치하고 있었다. 자그마한 가게를 열고 들어가니 분홍색의 네온 사인이 맞이했다. "You just got hooked" 이 또한 을지로다움인건가.
토핑을 골라 취향대로 주문을 하던지, 정해진 메뉴를 고르든지 선택 할 수 있었다. 뭐가 무엇인지 모르겠어서, 일단 가장 많이 팔린다는 클래식 2개를 주문했다. 밥은 현미밥으로. 조금 기다리고 있으니 두툼한 연어가 올라간 포케가 나왔다. 아침마다 새로 들어온다는 연어는 신선하고 고소했다. 풀떼기만 들어가는 줄 알았는데, 살짝 간이 벤 미역과 톳 등 해조류와 삶은 콩도 들어가 있었다. 평소에 잘 섭취하지 않는 음식들을 골고루 먹을 수 있으니 좋았다. 건강하고 맛있는 맛이었다. 살짝 살짝 찍어먹을 수 있는 와사비마요 소스도 음식의 재미를 더했다.
샐러드를 먹으면 몸은 가벼운데, 3시부터 배가 고프다는 점이 문제다. 이 집의 포케는 현미밥과 샐러드를 함께 볼에 담아 주어, 저녁까지 포만감을 느낄 수 있었다. 같이 간 친구는 리틀포레스트에 나올 법한 음식이라며 매우 흡족해했다. 우리 회사 근처에 이런 곳이 생기면 좋겠다고, 샐러드를 좋아하는 자신의 동기에게도 소개해줘야겠다고 했다.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2018년 을지로는 힙하고 핫함의 대명사가 되었다. 옛날에도 을지로의 임대료는 다른곳보다 싸고 저렴했는데 왜 특히 올 한해 유독 을지로에, 개성 넘치는 음식점들이 인기를 얻었을까. 을지로 신축 오피스들의 공실이 점차 줄어들며, 인근이 활성화되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맛집이라도 일단 점심시간내에 다녀올 수 있어야 하지 않은가. 이곳의 수요는 점차 증가하고 있었다.
을지로의 모든 곳이 다 잘 되는 것은 아니었다. 수요층이 선호하는 개성있는 음식점들 위주로 줄이 길었다. 다른 동네들과는 달리, 을지로는 아직도 많은 곳이 개발 진행중이고, 그래서 그 멋을 살릴 수 있는 공간이 많다. 힙지로의 대명사가 된 커피한약방, 혜민당, 도이농쌀국수는 대형건물인 파인에비뉴 바로 뒤 낡고 오래된 건물에 위치해있었다. 훅트포케도 그 옆에 있었고. .
을지로 아래쪽의 개발이 진행되고 건물이 완성되면, 이 힙한 을지로의 풍경이 조금 더 조금 더 확장되지 않을까.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뜨는 동네를 찾기 위해선, 오피스 공급과 공실률을 살피는 기본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네가 확장되고, 성장하는 시점에 서 있다는 것을 느낀 기분 좋은 점심이었다.
YOU JUST GOT HOOK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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