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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지안 Jan 31. 2023

                       우리 반 싸이

건우는 1학기 첫 날 1학년 우리 반으로 전학을 왔다. 반 학생들 중 덩치가 넘버 원이었다. 몸집은 오동통 커도 하는 행동은 애교스럽고 귀여웠다.


 전학을 왔지만 쉽게 적응하고 잘 지냈다.

전학생은 더 신경 쓰고 배려를 해야 적응을 잘 하는데 건우는 뭐  완전 터줏대감 같았다.


장난이 심하고 활발해도 절대 적정 수위는 넘지 않는 현명함이 있어서 나무랄 일이 없었다.

 

오히려 건우처럼 재미있는 아이가 우리반에 있으니까 반 분위기가 훨씬 활기차고 좋았다.

제일 뒤에 앉아서 손을 번쩍 번쩍 들고 발표도 잘했다.


1학년 임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이 혼자서 꼼지락 꼼지락 무엇을 찾거나 일을 하고 있으면 쉬는 시간에 와서


"선생님~도와 드릴까요?" 그러는 거다.


'헐~~ 요 잘 큰 놈 보소, 요 놈!!'


나는 속으로 이렇게 감탄만 하며 괜찮다고 했다.

어떤 때는 내 뒤로 와서 어깨에 손을 올리고 안마해준다고 해서 깜짝 놀라며 안 된다고 했다.


그리고는 아이가 이상하게 받아들이지 않게 선생님은 괜찮다고 자연스럽게 말했다.

하두 무서운 세상이 되었다. 나와 건우는 그 상황이 괜찮을지 몰라도 그걸 멀찌감치 바라본 어떤 아이의 눈에 거슬려서 집에 전달되면 상황은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요새 교실 현장은 "자나 깨나 조심"이 캐치프레이즈가 된 지 오래 이다. 그렇게 조심하고 신경을 써도 선생님을 바라보는 25명의 두 눈동자가 각자 다른 말을 할 때도 있다.


그리고 상대는 어린이다. 자기들이 잘 이해되지 않은 부분이 있으면 그냥 상상한 대로 말해버릴 수도 있다.


어떤 엄마는 1학년 아이 말만 믿고 교사에게 항의하기도 한다. 몇 년 전만 해도 그런 분은 없었는데 요즘은 일 년에 한 분 정도는 꼭 계신다.


아이랑 친구들이랑 함께 대화하는 것을 옆에서 녹음해서 들려주니까 그제서야 오해했다고 죄송하다고 하셨다.


건우는 대화를 재미있게 잘하는 아이라 집에서 일어난 일도 미주알고주알 다 말한다.

아이들은 자기만의 안경으로 세상을 보기 때문에 그 이야기의 내용이 더 어이없게 재미있을 때도 많다. 건우 엄마가 이 사실을 알면 건우를 꿀밤 줄 수도 있다.


깊은 가을이 되면 학교마다 재능 잔치인 학예 마당을 연다. 10월 말에 하니까 10월 초부터 연습에 들어간다. 춤 몇 곡을 어린이들이 추는 비디오로 보여주고 싸이의 뉴페이스를 하기로  결정했다.


비디오를 보고 아이들이 연습하겠지만 내가 제대로 숙지 했을때에 아이들이 더 잘할 수 있다. 동네 댄스학원에 가서 춤 영상을 보여주고 일주일만 가르쳐 주라고 했다. 강사님이 한 동작씩 보여준 영상도 찍어서 가져왔다.

그리고 한 달간 우리 반 교실에서는 뉴 페이스 곡이 수시로 흘러나왔다. 일단 그 음을 익숙하게 귀로 들어야 몸이 리듬을 탈 수 있기 때문에 쉬는 시간에 많이 틀어주고 종례 시간에 같이 한 번 부르고 헤어졌다.  


꽤 어려운 곡이었음에도 어찌 그렇게 재미있게 열심히 잘하는지 이뻐 죽을 지경이었다. 아이들 춤은 잘하면 잘 한대로 뻣뻣하면 뻣뻣 한대로 그냥 다 이쁘다.

거기다 리듬이 신나니까 어깨만 들썩여도 다 귀엽고 이쁘다.


무질서와 혼돈의 춤이 차근차근 질서를 잡아갔다. 이때 큰 역할을 해준 게 건우이다. 춤을 빨리 익히고 동작이 유연해서 조교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다.


아이들은 또래에게서 더 잘 배우는 특징이 있는지라 내가 말로 설명해주고 건우가 한 번 보여주면 아이들이 잘 따라 했다.


학예 마당 무대 발표 후에 우리 건우는 학교에서 작은 싸이가 되었다.

그다음 해 까지도 교사들 사이에서 건우를 작은 싸이는 몇 반 됐냐며 안부를 묻기도 했다.

아이들은 그날 모두 주인공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각자 앞줄에 한 번씩 서 보는 기회가 가게끔 안무 배치를 했다. 모두 앞에 나와서 춤을 추는데 건우가  싸이 닮은 꼴로 시선을 붙잡았다.


그 인상이 워낙 강했었나 보다. 확실히 음악을 즐기며 춤을 추니까 건우의 춤을 보면 보는 사람도 흥이 났다.


그날 우리 반 뉴 페이스 팀에 보내는 학부모님들의 환호는 열렬했다. 더구나 1학년들이 추는 춤이니 얼마나 이쁘고 귀여웠겠는가!


건우의 춤이 액센트가 되어 주기는 했어도 우리 아이들 각자가 얼마나 다 즐기며 잘했는지...코로나 있기 전이라 벌써 몇 년 전인데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눈앞에 어른거린다.


특별히 그날 우리 아이들이 추었던 뉴 페이스 영상을 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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