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aopal Jun 25. 2019

실화 기반 문화예술 영화들

영화를 좋아한다. 좋아하는 장르를 꼽으라면 히어로물, SF, 스릴러, 예술 등 다양하게 있다. 그중에서도 예술 영화를 볼 때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경건해지곤 하는데, 평소에 기타 다른 영화를 볼 때보다 눈을 1.5배 정도 가늘게 뜨고 보게 된다. 그만큼 예술영화는 집중해서 보게 되는 편. 


얼마 전 ‘올더 머니’라는 실화 베이스 영화를 보고 꽤나 충격을 먹었던 경험을 했다. 감독이 리들리 스콧이어서 무조건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먼저 했고, 장 폴 게티는 너무나도 유명한 석유재벌인 데다가, 일명 ‘큰 손 컬렉터’이기도 했으므로 그의 영화를 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올 더 머니의 충격이 커서였을까 실화 베이스 예술영화를 더 많이 찾아보게 되었고, 평소엔 굳이 리스트업 하지 않아 흐릿했던 명작들도 다시 기억 속으로 끌어올 수 있게 되었다. 

리스트 옆 개봉일은 한국 기준이다. 


올 더 머니(2018년 개봉)

영어 제목은 ‘All the money in the world’이다. 짧게 ‘올 더 머니’로 줄여져서 한국에 2018년에 개봉했다. 실제 6~70년대 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은 석유재벌로 유명했던 ‘장 폴 게티(J. Paul Getty)’의 손자인 장 폴 게티 3세의 납치사건을 다루고 있다. 

이미 기사화가 많이 되었을 정도로 유명한 내용이지만, 나는 ‘그가 도대체 왜 그랬을까?’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고 영화를 통해서라도 어떻게 해서든지 그 원인점을 찾고 싶어 졌다. 손자는 극적으로 구출되긴 하지만 그의 이러한 원인모를 탐욕 때문인지 결국 게티 가문은 ‘몰락’이라는 표현이 정확할 정도로, 후손들 대부분 약물과 술 때문에 이른 나이에 사망하게 되며 처참하게 무너져 내리게 된다. 

그러나 그가 생전에 예술품만큼은 너무나도 사랑했기에 장 폴 게티는 유언으로 본인이 소장한 모든 예술품을 한 곳에 모으도록 했고, 현재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Getty Museum’에서 손자의 구출도 마다하고(?) 열심히 모았던 예술품들을 볼 수 있다. 



피아니스트(2003년 개봉)

거장 감독으로 정말 잘 나가다, 아동 성범죄자로 낙인찍혀 한순간에 추락해버린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영화. 감독의 범죄는 씻어낼 수 없지만, 이 영화만큼은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 온전히 영화를 즐기고픈 마음이 든다. 그만큼 너무 아름다운 영화. 

피아니스트는 폴란드 태생의 유대인 피아니스트 브와디스와프 슈필만의 저서를 바탕으로 제2차 세계 대전이 발발했을 당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당시 나치에 의해 무자비하게 해체되고 있던 유대인들의 상황을 보여주고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아름답다’라고 말할 수 있는 건 아무래도 에이드리안 브로디가 연기한 슈필만이 독일 장교 앞에서 쇼팽을 연주하는 장면일 것이다. 잔인하고 감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던 전쟁 속, 그럼에도 지지 않았던 그의 음악이다. 



러빙 빈센트(2017년 개봉)

영화 역사 최초로 유화 그림이 영화로 만들어져 화재가 되었던 영화. 약 125명의 작가가 생전 반 고흐의 화풍을 재현해 영화화했다.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는 반 고흐의 자살 사건을 주 내용으로 다루고 있다. 

목록에는 없지만 미국에서 최고 경매가로 기록을 남기기도 했던 유명 화가 바스키아의 삶을 담은 영화 ‘바스키아’에서도 영화 첫 부분에 ‘반 고흐를 우리가 알아보지 못한 건 미술시장이 그에게 평생 갚아야 할 빚이다’라고 말하는 내레이션이 나온다. 그의 말처럼 우리는 평생 갚지 못한 빚을 진 반 고흐. 그에게 흠뻑 빠져들며 애환에 젖고 싶다면 꼭 봐야 할 그의 영화다. 



나의 위대한 친구, 세잔(2016년 개봉)

고흐 보다 좀 더 시대를 뒤로 가보자. 이 세상에는 총 4개의 위대한 사과가 있다고 한다. 첫 번째는 아담과 이브의 사과, 두 번째는 뉴턴의 사과, 세 번째는 세잔이 그린 사과 그리고 마지막은 스티브 잡스의 사과. 이렇게 언급이 될 정도로 폴 세잔이 그렸던 파격적인 스타일의 정물화 속 사과는 그의 전부가 되었다. 

영화는 세잔의 가장 절친한 친구였던 에밀 졸라와의 우정을 그려내고 있고, 마네나 모네, 르누아르가 살롱에서 입선하며 승승장구할 때 세잔은 꾸준히 정물화를 그리며 낙선전에 겨우 전시를 하게 되고, 그 마저도 20년 후인 1882년 드디어 살롱전에 통과하게 된다. 

피카소가 유일하게 스승으로 인정했다던 폴 세잔, 그의 슬프고도 즐거웠던 시절을 엿볼 수 있는 ‘나의 위대한 친구, 세잔’이다. 



보헤미안 랩소디(2018년 개봉)

국내에서 개봉되면서 엄청난 열풍을 일으켰던 영화. 심지어는 퀸의 모국인 영국까지 제치고 전 세계 흥행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왜 이리도 ‘퀸’에 우리는 열광했을까? 에 대한 것을 또 다른 주제로 쓰려면 너무나 할 말이 많겠지만, 오늘은 실화 베이스 영화 소개이니 말 그대로 영화만 소개하기로 하겠다. 

1970년도 퀸이 결성되고, 이후 명곡들이 탄생하게 된 배경들과 더불어 프레디 머큐리의 개인적인 삶의 굴곡도 함께 보여주고 있는 이 영화는 사실 스토리의 전개로만 보면 다소 뻔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그렇게까지 많은 관객을 불러들이며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은 아마 ‘퀸’이 가지고 있는 독보적인 명곡들이 아닐까 싶다. 



에곤 쉴레: 욕망이 그린 그림(2016년 개봉)

섹시하고 강렬하다. 에곤 쉴레의 그림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강렬한 색채를 썼던 클림트도 사실 굉장히 관능적이고 섹시하다면 섹시하지만, 에곤 쉴레는 그림 분위기 자체가 보는 사람의 본능과 감성을 전부 압도해버린다. 그가 어떻게 그림을 그리게 되었고 그의 주변인들이 그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 알 수 있는 영화, 에곤 쉴레: 욕망이 그린 그림.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그에 반해 굉장히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에곤 쉴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렸을 때부터 천부적인 그림에 대한 재능이 있어 보였다. 어렸을 적의 여러 트라우마로 인해 많은 정신적 고통을 겪게 되고, 너무나도 어린 나이에 생을 마감하게 된 에곤 쉴레. 영화를 보며 그만의 독특한 아우라에 빠져드는 강렬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라비앙로즈(2007년 개봉)

반 고흐 못지않게 유난히도 굴곡이 많았던 일생. 프랑스 최고의 가수 ‘에디트 피아프’의 일생을 담은 영화 라비앙로즈는 배우 마리옹 코티아르가 그녀를 연기해 최고의 연기로 극찬을 받았다. 

사실 에디트 피아프의 음악을 잘 몰랐다가, 그녀의 노래를 처음 알게 된 건 웃기게도 영화 ‘인셉션’의 OST로 쓰인 Non, Je Ne Regrette Rien(아니, 난 후회하지 않아요) 덕분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인셉션의 분위기와 너무 잘 어울려서 참 좋은 ‘OST’다,라고만 생각하고 있다가 노래가 너무 좋아 찾아 듣게 되었고 그러나 에디트 피아프를 알게 되었다. 

이렇게라도 그녀를 알게 되어 감사할 따름.. 



이브 생 로랑(2014년 개봉)

뭐랄까, 굉장히 ‘역동적인 삶’을 살았던 이브 생 로랑이다. 옷을 위해 온 열정을 쏟아부었고, 그의 작품만큼 품위가 넘쳤던 자신은 실생활에서는 굉장히 나약했다. 정신병원에 입원을 하고 현실 속 모든 부담과 고통을 덜기 위해 술과 마약에 빠져 살았다.

그가 혼자서 이러한 역경을 이겨낼 수 있었을까? 아니었다. 말했던 것처럼 그는 매우 나약한 인간이었고, 그의 옆에는 그런 그를 계속해서 끌어주는 애인이자 동료가 있었다.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영화 속 등장하는 모든 미장센과 크리스천 디올, 앤디 워홀, 장 콕토와 같이 유명 인사들도 함께 등장해 당시 뜨거웠던 프랑스의 문화예술 현장을 생생히 보여주고 있다. 


이외에도 위에서 잠깐 언급했던 ‘바스키아’, 모차르트의 일생을 담은 ‘아마데우스’, 천재 뮤지션 레이 찰스의 이야기를 담은 ‘Ray’, 유명 피아니스트와 운전사의 우정을 담은 ‘그린북’, 미술사에서는 전설로 여겨지는 연인 모딜리아니와 쟌느 에뷔테론의 이야기를 담은 ‘모딜리아니’, ‘클림트’, ‘프리다’, ‘까미유 클로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살바도르 달리의 ‘리틀 애쉬’, 잭슬폴락의 ‘폴락’,. 마가렛 킨의 ‘빅 아이즈’ 등등, 실화 바탕으로 예술가의 일생을 담은 영화는 매우 많다. 


아티스트의 일생을 담은 영화들은 대체로 영화 연출이 너무 심하게 이상하지만 않으면, 대게 해당 아티스트의 팬심으로 보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음악 가면 음악이 너무 좋아서, 화가면 그림이 너무 좋아서, 패션이면 디자인이 너무 좋아서 등 생각보다 직관적인 요소들이 영화 감상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영화 감상뿐만 아니라 해당 아티스트의 진정성을 느끼고, 개인으로서 어떤 일생을 살았는지, 또 그것이 어떠한 표현 방식으로 표출되었는지의 과정을 보는 것은 언제나 흥미롭고 재밌다. 위 언급된 영화 중 혹시나 여러분이 재밌게 본 영화가 있다면, 어떤 영화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룩셈부르크 국립현대미술관 MUDAM 관장님과의 인터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