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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aopal Aug 06. 2019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왜 하필

한일전쟁 중 문화의 위치

 사실 이름만 들어도 거부감이 들었었다. 누가 봐도 일본스러운 이름에, 코믹한 포스트 이미지까지. 다들 재밌다고 하고, 누군가는 심지어 인생영화라고까지 하기에 정말 우연한 계기로 영화를 보게 되었다.

 중간중간 '내가 이걸 왜 보고 있지'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 그러나 보고 나서 펑펑 울게 된 것은 안 거짓말. 여운이 너무나도 오래가서 계속해서 눈물이 났다.


 예전 맷 데이먼,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굿 윌 헌팅'을 처음 보았을 때 펑펑 운 것과 비슷했다. 로빈 윌리엄스가 맷 데이먼에게 'It's not your fault'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맷 데이먼이 연기한 저 캐릭터가 살면서 얼마나 저 말이 간절히 듣고 싶었을까 싶어서.


 마츠코가 얼마나 안기고 싶었을까, 얼마나 사랑받고 싶었을까, 그녀가 바랬던 건 큰 것이 아니었는데 등등 그녀를 향한 연민 일지 공감 일지 그저 안타까운 마음뿐일지 모르겠지만 그저 슬픈 마음에 펑펑 눈물이 났다.


 그럼에도 그 와중 생각나는 한 가지.

 이 영화를 보기 전 시청했던 뉴스에서, 일본이 현 한일전쟁 때문에 조선 유치원에 지원을 끊고, 아이치 트리엔날레 전시에서 소녀상 전시가 중단된 데에 있어 일본 큐레이터들과 해당 작가가 반발하는 내용이 나와 그런지는 몰라도. 과연 이러한 한일 전쟁 중에서도 문화적 교류마저 끊어야 하는 것일까? 하고 말이다.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japan/904397.html


 나는 10대 때, 요시모토 바나나와 에쿠리 가오리, 무라카미 하루키 등 일본 소설을 많이 읽었다. 일본 특유의 잔잔한 감성의 표현과 흐름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또한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을 보며 행복해했던 나날들도 꽤 많다. 전시회를 보러 가도, 쿠사마 야요이, 무라카미 타카시, 요시토모 나라를 보면 괜스레 반가워지기도 했다. 그렇다고 내가 일본이라는 나라를 좋아한다 주장할 수는 없지만 분명 나는 그 나라에서 나온 문화들을 많이 경험하며 자랐고 일부분 내 추억 속에 꽤나 중요한 부분들을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런 부분을 내가 거부해야 하는 것인가? 위 기사에서도 나왔듯이 한일전쟁으로 인해 전시를 중단시키는 사태까지 오자, 많은 미술계 사람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예술의 자유를 짓밟았다는 이유가 가장 컸다.

 전시(戰時) 중 문화적 교류마저 끊고 그 나라에서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문학과 예술을 모두 거부해야 한다라면 이는 상상만으로도 너무나 끔찍하다. 대대적으로 전시 중단을 통해 이러한 문제가 공론화되어서 망정이지, 사실 요즘 상황에 어디 가서 나는 '일본 애니메이션과 소설을 좋아합니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조차 굉장히 조심스럽게 느껴진다.


 그렇다면 반대로 문화예술이란 국가 간의 감정이 섞이지 않는 유일한 것일까? 아니 섞이면 안 되는 유일한 매개체일까? 분명 문화예술에는 '자유'가 있다. 표현할 자유가 그중 가장 크다. 좋아할 자유와 좋아하지 않을 자유도 그에 합당하게 작용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좋아하지 않을 이유에 오히려 명분과 명확한 이유들이 존재해야 하는 것일까? 어떤 부분에 존재하는 자유가 더 커다랗게 작용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만 단순히 현재의 양상들 때문에 볼 수 있는 전시를 보지 못한다는 것은 여전히 합당해 보이지 않는다.


 오늘 혐오스런 마츠코라는 명작을 보고 나서 이것을 자유롭게 토로하고 싶은 내가 만들어내는 억지스러운 불씨 일지는 몰라도, 이를 계기로 전쟁 중 문화의 역할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만약 문화예술이 국가 또는 사람 사이에 어떠한 감정도 섞이지 않고 예술 그 자체로써 즐기고 향유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고 한다면 어쩌면 반대로 그 전쟁을 끝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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