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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aopal Dec 19. 2018

[책] 미술을 알아야 산다

4차 산업 혁명 시대, 우리가 미술을 알아야 하는 이유

이런 책을 찾고 있었다.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이 책은 내용을 제대로 뒤져보지 않은 채, 제목에 있는 ‘4차 산업혁명’과 ‘미술’ 이 두 가지 키워드를 확인하고 바로 구매하게 된 책이다.



책, 자동차, 광고, TV/VR/AR, 박물관과 미술관, 콘텐츠, 컬래버레이션, 공공예술, 영화,  ICT 정보통신 산업, 칸딘스키와 IoT 사물 인터넷.

이렇게 11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는 이 책은, 각 챕터마다 우리가 왜 미술을 알아야 하는지 그 이유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난 이러한 내용들이 너무나도 흥미로웠다. 


기억에 남는 구절이 여럿 있는데, 그중에서도 '차'챕터 부분이 나에겐 저자가 하고자 하는 포인트가 가장 강렬히 와 닿은 부분이었다. 저자는 판테온 신전을 그 예로 들었다. 차 챕터에 왠 판테온 신전인가 하겠지만, 아마 차에 많은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판테온 신전을 듣자마자 세계적인 명차 롤스로이스를 떠올릴 것이다. 


출처: 롤스로이즈 나무위키


롤스로이스의 대표적 상징인 환희의 여신과 판테온 신전의 형상을 본 따 디자인 한 라디에이터 그릴. 

(책 안에서는 파르테논 신전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나오긴 하지만, 실제 롤스로이스가 밝힌 바로는 판테온이라 한다.) 판테온 신전은 수많은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로마에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건축물과 동시에 잘 보존되어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대화재 때문에 붕괴되기도 하고, 다시 복원되었지만 건물 기둥이 잘려나가기도 했다. 엄청난 복원작업과 함께 르네상스 시대에는 여러 거장 아티스트들에게 큰 영감을 주기도 했다. 

굳건한 상징성 때문에 롤스로이스가 이 역사 깊은 판테온 신전에 모티브를 받았을 수 있다. 

재밌는 부분은, 국내 모 유명 자동차 기업에서도 판테온 신전에 감명을 받아 자동차를 디자인한 적이 있다. 외관은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자는 이점을 문제점(?)으로 보고 있다. 


사진을 보고 영감을 받을 수는 있지만 영감을 몸으로 느낀 후 그 느낌의 역사를 찾으려는 노력이 당연히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물론 해당 자동차 브랜드에서 직접 로마까지 파견을 나가 신전을 몸소 체험하고, 역사를 깊이 찾아 신전에 깃들어있는 정신과 철학으로부터 깊은 감명을 받았을 수도 있지만 저자가 다소 비판적으로 이야기하는 것 보면 아마 차에서는 그러한 철학이 다소 부족하게 느껴져서일지도 모르겠다. 


무조건 적인 비판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더 잘 알아야 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더 잘 알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서술하고 있다. 단순히 잘 안다는 선에서 더 깊게 들어가 역사, 그 시대의 정치, 사회적 문화, 동시대 미술 등 다양한 방면에서 우리는 더 깊게 공부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 포인트이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이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미술과 역사를 알 수는 없다. 


더 깊게 파고들다 보면, 우주의 탄생까지 가게 될 텐데 아직 우주가 어떻게 탄생되었는지에 대한 부분은 명확히 밝혀져 있지도 않다. 하지만 최소한 어느 한 분야의 전문가라든가, 미학적 관점을 갖고 일해야 하는 분야에 있다면 저자의 말은 100% 옳다. 

개인적으로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예전에 한창 모던 패밀리라는 미드를 친구와 함께 보는데, 어느 장면에서 친구가 웃음을 크게 터뜨리며 박장대소를 한 적이 있다. 나는 그 친구를 따라 웃긴 했지만 사실 어느 부분에서 그렇게까지 빵 터질만한 요소가 있었나 머릿속으로 되뇌고 있는 중이었다. 

내가 본인만큼 호탕하게 웃지 못하자, 이내 친구는 나에게 장면을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유명한 영화인 '대부'의 명장면이 모던 패밀리에 패러디 장면으로 쓰인 것이었다. 

나는 대부를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크게 공감할 수 없었다. 


물론 위와 같은 예시는 미술을 잘 알아도, 똑같이 겪을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난 이 책을 읽으며 위와 비슷하게 일어났던 개인적인 에피소드가 계속해서 떠올랐다. 저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나에게는, 만약 내가 모던 패밀리 작가였을 때는 어땠을까_하는 상상을 하게 만들었다. 

어느 날 회의 중 한 똑똑한 동료가 '이 장면에 대부 000장면을 패러디하는 건 어때?'라고 했을 때 만약 내가 대부를 모른다면 거기서는 조금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큰 문제까진 아니더라도, 시청률이 크게 오를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것이다. 

예시가 약할 수 있지만 이건 단순히 영화 마니아냐 아니냐의 차이는 아니다. 

그리고 절대 개인의 문제도 아니다. 


좀 더 범위를 크게 보면 한 나라의 문화적 수준을 크게 좌지우지할 수 있는 부분이다. 

잭슨 폴록이 한국에 내한을 와 국내에 의미 있는 날에, 의미 있는 건축물에 벽화를 그렸다치자. 

각종 미디어에서 다루기야 하겠지만 벌써부터 그 깊이가 먼저 의심되는 건 어쩔 수 없다. 

먼저 잭슨 폴록이 누구인지 잘 아는 사람도 많을 것이며, 아무리 의미 있는 그림을 그렸다 해도 그의 추상적 미를 이해할 수 있는 이는 더더욱 없을 것이다. 


우리가 그의 작업을 보며 느낄 수 있는 감동이 증발해버리는 것이다. 추상은 어떻게, 잭슨 폴록은 왜, 그리고 잭슨 폴록이 여기다 왜. 이를 알면 감동의 크기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질 것이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며 느꼈던 공감은, 우리나라가 미술에 대해 대중적인 인지도가 현저히 낮다는 점에서부터 있다. 


물론 흥미가 크게 없는데 두꺼운 미술사 책을 읽으라 강요하는 것은, 상상만으로 잠이 쏟아지기 충분하다.

하지만 이 책은, 공부와 지식 그 자체보다 그것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다양한 개체를 통해 잘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훌륭하다. 나 조차도 책을 읽으며 미술사 공부 좀 해볼까라는 생각이 꽤 자주 들었다. 비단 미술사뿐만 아니라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지는 분야에 대해 더욱 깊게 파고들 필요성은 분명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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