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이다.
새로운 한 주를 다시 준비하는 날.
손톱과 발톱을 깎고 그것들을 쓰레기통에 담아 넣는다.
일주일 치의 단백질들. 고생 많았다 너희들도, 싶어 쓰레기 통을 한참 쳐다본다.
핸드폰을 켜 캘린더를 바라본다. 예전엔 다이어리에 심 뾰족한 연필 들고 사각사각 일정을 적어 나가곤 했는데, 이제는 캘린더 앱이 제일 편하다.
날짜 밑에 점이 찍혀있으면 그날은 일정이 있는 날이란 뜻이다.
이번 주도 점이 수두룩 빽빽이다.
하나하나 열어 확인해보니, 빨리 만나고 싶은 사람도, 그다지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도 많다.
그러다 문득.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을 왜 만나지? 내가 이리도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신세였던가. 내가 싫은 것을 싫다고 말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던가. 싶다.
그래도 만나야지. 그래도 만나야지, 뭘 어째. 그렇게 경우 없는 사람은 되기 싫다는 생각에 그냥 캘린더 앱을 꺼버리고는 짧아진 손톱을 만지작 거린다.
또 만나자. 일주일 뒤에 또 만나자.
바닥에 손톱 발톱 떨어진 것 없나 확인하곤 침대로 들어가 버린다. 그래도 일요일이니 좋지.
지금은 아무런 생각도 하기 싫다. 복잡한 것은 내일의 내가 알아서 처리하겠지. 그날의 내가 처리하겠지.
일요일이니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