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 대하여_1
단순히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된 책.
우주의 탄생이 아직도 모호한 것처럼 인간의 정의 또한 그렇다. 우리가 우리의 존재 정의를 내린다는 것이 모순적일 수도, 다소 거만한 것일 수도 있을 테다.
개인적으로는 '인간'이라는 단어를 잘 쓰려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사람이라는 단어를 더 선호한다.
어학사전에 인간과 사람이 같은 말이라고 나오기도 하지만 왠지 모르게 사람인 내가 인간이라는 단어를 쓰는 순간 사람이 아닌 제 3자가 되어 사람이라는 존재를 판단하는 인물이 된 것처럼 느껴져서 이다.
어쨌든, 이 책은 문화 연구자, 교수, 사회운동가 등 총 8명의 전문가가 모여 제목 그대로 무엇이 우리를 인간이게 만드는지에 대한 생각을 담고 있다.
결론만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 타인과 함께 더불어 사는 것 (천주희 문화 연구자)
서로 다른 모두를 있는 그대로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받아들일 때 우리는 인간으로 살 수 있다
- 인간에 대한 열망 (문화 평론가 정지우)
‘인간 그 자체’에 대한 열망. 우리가 바란 것은 인간이 인간으로 살 수 있는 사회 그 자체였던 것이다.
- 어떻게 살아야 할까? (문화 평론가 김민섭)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선 타인에 대한 동정과 사랑이 기반되어야 한다. 동정은 타인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기초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 공감
- 열심을 섬기는 나라 (인권 활동가 류은숙)
‘존재’가 아닌 ‘열심’을 섬기는 나라에서 어떻게 해야 인간으로 살 수 있는가?
- 인간이 손에 넣은 가장 위대한 것 (문화 연구자 전성원)
인간이 손에 넣은 가장 위대한 것은 바로 ‘내일을 상상하는 힘’이다.
인류가 인간으로 인류가 660만 년 전 아무런 보호 없이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은 너와 나를 구분하지 않고 함께 보호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보살폈기 때문.
다른 사람의 죽음을 보면서 그를 기리고 애도하는 과정에서 높은 수준의 추상적 사유에 도달함으로써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었다.
- (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 하승우)
타인의 존재를 인식하고 곁에 서 있는 것, 그러면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 함께 나눈 이야기를 세상에 외치는 것, 그게 정치가 아니면 무엇이 정치일까?
- 진정한 인간 (브라이트신학대학원 강남순 교수)
인간다움의 요소는 고정된 해답은 없다.
결국 이 물음들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고 있은 구체적 정황 속에서 지속적으로 성찰해야 할 과제이며 여정이다
- 회의하는 것이 생각하는 것이다 (사회운동가 홍세화)
책을 읽다 보니 비교적 최근에 벌어진 이슈들이 나와있어서 언제 발행된 책인지 뒤늦게 확인해보니 2018년 1월 4일에 처음 출간된 책이었다. 완전 브랜드 뉴 책이다.
그 전 한국 작가들에 의해 쓰인 사람에 대한 책들은 촛불 혁명이 일어나기 전에 나온 책들이라 혁명 이후 사람들의 인식 변화가 반영되지 않은 내용이 많았는데, 이 책은 그 부분을 완벽히 포함하고 있어 더 끄덕거리며 볼 수 있는 책이었다.
거두절미하고. 그럼 인간의 조건은 무엇인가?
위 내용들을 토대로 정리해보자면
인간은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가며 그 안에서 다름을 인정하고 공감함과 동시에 '나 자신'을 정립하고 정립된 내가 안주하지 않으며, 끊임없이 회의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여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것.
으로 정리해볼 수 있겠다.
우리는 이렇게 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할 듯하다.
사실 엄밀히 따져보자면, '인간의 조건'은 없다. 아마 생각과 상상을 표현할 수 있는 직립보행 생명체 정도?
하지만 <무엇이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가>에서 이야기하는 '인간'은 곧 '사회적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자질 같은 것으로 보인다.
사회란 뭔지. 그 안에서 잘 융화되어 살아남기 위해 자질까지 갖춰야 한다.
만약 우주를 펼쳐놓고 인간 또한 선택 가능한 하나의 직업이라면, 그 직업을 갖기 위해 갖춰야 하는 자질들이 너무 방대하고 많아서 뭐 이렇게 까다로워! 하고는 못하겠다고 고개를 저을 것 같다.
그러나 우리는 이곳에 살고 있고, 이미 태어나기를 인간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위 같은 질문을 지속적으로 하며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