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_11
서점에 간다. 그리고 제목과 표지를 보고 책을 들었다. 먼저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살펴보고, 목차를 가볍게 훑어본다. 그리고 책의 발행부수를 보고 조금만 더 읽어볼지 말지를 결정한다.
이것이 내가 서점에서 하는 20년 이상된 패턴이다.
오늘은 좀 특이하게 중고서점에 가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패턴을 깨고, 책을 찾아서 주변의 의자를 찾아 앉은 뒤에 바로 읽기 시작했다. 더운 여름.. 코로나19 시대에 맞는 여름휴가 인양.. 책을 2/3 정도 읽고는 나왔다.
솔직히 코로나19가 발생하고 '코로나 그 이후의 삶'이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언컨택트로 단정 지어지는 생활들. 즉 비대면, 비접촉의 시대에 생활과 사회변화 등에 대한 책들 또한 많다. 이 책 역시, 한국을 대표한다는 트렌드 분석가의 책답게 다양한 이슈들을 통해서 그 속을 들여다본다.
Part1. 일상에서의 언컨택트: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게 될 때!
Part2. 비즈니스에서의 언컨택트: 기회와 위기가 치열하게 다투는 과도기!
Part3. 공동체에서의 언컨택트: 더 심화된 그들만의 리그와 양극화!
책은 일상과 비즈니스와 공동체에서 벌어지는 우리의 이슈를 담았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변화와 앞으로 더 가속화되어 보일 미래변화까지 다루고 있기에, 꼭 어떤 해결책과 같은 행동변화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변화에 대한 얘기를 읽는 것 만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문득 이런 얘기가 해보고 싶어 졌다.
8월 15일 이후 2차 팬데믹이 발생되기 전에는,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가 변화시킨 우리의 삶은 여기저기서 떠드는 것과 같이 꼭 새로운 변화는 아닐 것이다. 코로나 이전에도 우리의 삶은 비대면/비접촉으로 변화하고 있었지만, 코로나가 그 속도를 가속화시켰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2차 팬데믹은 앞서 1차와 조금은 다른 느낌이다. 1차 때는 무방비 상태에서 맞닥뜨렸다고 할 수 있지만, 2차는 충분히 예방 및 조치가 가능했었음에도, 일부의 이기심과 맹목적인 목적의식에 의해서 피해를 받았다. 1차에 비해서 더 많이 화가 나고, 분노에 이르게 된 것은 이 이유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 역시 2차 팬데믹으로 인해서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예상치 못한 펀치를 맞고 다운되었다가 텐까지 카운트를 하기전에 간신히 일어났다. 그리고 날아오는 펀치도 대략 예상이 되며 힘겹게 서 있었는데, 다시 결정타를 맞았다. 거의 그로기 상태에서 맞았으니 타격은 더 크고, 누워 있어보니 다시 일어나기 싫어지기도 했었다. 간신히 서 있던 의지마저 없어진 것이다. 몇몇 업종들은 나와 비슷한 상황이려니 생각해도 더 이상은 위로가 되지 않는 상태에 서 있다.
생각해보면, 언컨택트 시대에서 가장 비중 있게 다뤄야 할 부분은 경제, 사회적인 측면에서의 변화가 아닌, 언컨택트로 인해서 발생되는 인문학적인 변화가 아닐까 싶다. 우리는 나와 다른 생각의 사람들과의 소통을 줄이고, 같은 생각이나 이념을 가진 사람들과의 소통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소통은 온라인과 같은 원웨이 소통이 될 것이며, 즉 내가 듣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만을 보고, 나만의 해석을 통해 그 이념은 더욱 견고 해질 것이다. 단단해지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그 단단함이 다른 이를 공격하는 자리에 서게 되면 그 타격의 힘은 배가 되고, 그 단단함은 깨지기가 쉽지 않다.
내가 늘 걷고 머물던 것들에서 조금만 속도를 늦추면 그동안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인다. 무신경에 지나치기만 했던 주변의 사람들도 보이고, 그들의 아픔도 느껴질 것이다. 또한 너무 간절한 마음에 어떠한 정보를 찾으려 할 때도, 충분히 그 정보에 대한 팩트나 이로움을 검증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은 "조금 늦춰야 가능한 것들이다."
'멈추면 보이는 것들'이란 유명한 글귀가 있다.
하지만, 멈출 수는 없다.
말을 조금 바꿔보고 싶다.
'늦추면 보이는 것들'이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