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실장 Aug 10. 2020

혼술..

의도하지 않았지만, 좋았던 기억..

내 인생에 정말 며칠 되지 않는, 술이 먹고픈 날.. 

그리고... 

게다가.. 

야근후 혼술...

야근 후에 즐기는 혼술은..

매일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과 

내 것 같지 않음에도 내 것이라 믿는 평화롭기를 바라는 삶에

조용히 등짝을 때려, 정신이 반짝 들게 해 준다..

그러다 또다시,

'어떻게 살아야 하지?'  '어떻게 살고 싶다~'라는 

쓸데없는 고민을 하겠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마음을 갖게 해 주는..

그런 야근 뒤에 혼술.. 

기억에도 남지 않는, 시답잖은 이야기를

왁자지껄 떠들고는

'오늘 자알 놀았다~' 하고 행복하게 잠들려 한 오늘의 계획은..

한 사무실에서 함께 먹고, 일하고, 얼굴 보며 늘 대화하는

한 젊은, 아니 그다지 젊지도 않은 한 동료(동생)의 이기적인 불참으로 

혼술로 마무리가 되었다..


겨울 같지 않게 여름 비 같은 겨울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오늘..

차라리..

입에서 나오는 입김이, 

입 주변으로 하얗게 얼어버리는 추위였으면..

살이 에이는 추위에, 몸과 마음을 녹여주는 사케 한잔이 그리워 찾은 선술집이었으면..

나름 오늘의 혼술도 운치 있었을 것을..

왜 하필 호프집을 찾아, 

왁자지껄, 불쾌한 옆 테이블 여자의 웃음소리에

얼굴 찡그리는 횟수를 안주삼아 혼자 소주를 들이켜야 했는지..

플랜대로 되지 않은 인생의 쓴맛을 또 알게 됩니다..


며칠 전 하루에 스크린골프를 3게임이나 치셨다는 그분(그 동생)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그대의 불참 덕분에,

축구 운동장만큼 크다고 느껴진 시끄러운 호프집에서

혼자 소주에 어묵탕을 맛있게 먹었고,

어찌나 맛있던지(?) 고개도 들지 않고 

애꿎은 어묵탕만 주구장창 쏘아보며, 

눈빛으로 국물을 쫄여버릴수 있는 재능을 발견하였고,

혹시 모를 여대생들의 단체 입장만을 기대하며

이렇게 잡썰이나 끄적일 핸드폰과

소리도 들리지 않는 TV 화면,

스포츠로 열띤 토론을 벌이는 옆 테이블 사내 두 놈의 수다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 얼마나 검소한가.. 

미니멀리즘의 끝판왕이랄까.. 

검소하게 혼술의 낭만을 알게 해 주신..

그분께.. 

진심 감사를 드린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