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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실장 Oct 06. 2020

사피엔스

2020_13

책 한 권을 완독 하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던 적이 있었을까..

장길산, 아리랑, 태백산맥 등의 문학 소설에 빠져있었던 그 옛날에도, 심지어 저 책들은 기본이 10권인 장편임에도, 이렇게 오래 걸리진 않았던 것 같다. 마지막 장을 덮을 때의 내 감정은 뭐랄까.. 그냥 '후련했다'.


우리 인간. 더 정확히는 사피엔스에 관한 유발 하라리의 시리즈 중 한 권이다. (시리즈는 총 3권인데, 솔직히 엄두가 나지 않는다.. ^^;;) 지구 상에 존재했던 최소 여섯 가지 인간 종중에 유일하게 살아남아 힘의 피라미드 가장 정점 위에 서 있게 된 우리 사피엔스에 관한 이야기를 인지 혁명, 농업혁명, 인류의 통합, 과학혁명이라는 주제로 4부에 걸쳐 전개가 된다.


'벽돌'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책답게 참고문헌을 제외하면 총 600페이지에서 7페이지가 부족한 593페이지로 되어 있다. 문학 소설이 아니다 보니 분명 지루함도 있고, 책 속의 문자를 뇌가 아닌 눈으로만 읽는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 '등짝 스매싱'이라도 맞은 듯이 머릿속이 하얘지며 다시 몇 장 앞을 되돌아가 다시 읽는 경우도 많다.

 일단, 이 책을 볼 때는 우리가 초등학교 때부터 배워온 인류의 근원, 달리 말하면 다윈의 생물학적인 진화론이나 종교에서 얘기하는 창조론 같은 것들에 대한 맹신은 잠시 접어두고 봐야 한다. 그래야 진정 이 책에 대해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흥미로운 부분이 참 많다. 

보이지 않는 것들을 인지하기 시작했다는 사피엔스, 일대일로는 침팬지에게 상대도 되지 않는 작은 힘을 가졌음에도 여럿이 뭉치면 압도적인 승자가 되는 사피엔스, 무엇보다 지금껏 긍정적인 측면에서만 바라봤던 농업혁명에 대한 이면적 시각은 충분히 인상적이었고, 마지막으로 과학혁명을 통해서 우리의 미래가 조금이나마 그려질 수 있을 때는 조금 서글프기도 했다. 결국 이 책은 우리 사피엔스가 최초의 수렵채집 생활을 벗어나, 인지 혁명을 통해 어떻게 바뀌고, 보이지 않는 것들을 믿도록 하여 통합을 이끈 국가와 공동체 안에서, 농업혁명과 과학혁명을 겪으며 어떻게 이 자리에까지 왔는지를 설명해 준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르러 왜 이야기를 600페이지에 걸쳐서 빼곡하게 는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수렵채집을 했던 7만 년 전의 사피엔스에 비해서, 2020년의 사피엔스는 더 행복해졌는가?


농업혁명은 분명 집단/공동체에게 좋은 환경을 주었지만, 반대로 개인의 삶을 더 팍팍하게 하였으며, 과학혁명은 분명 인간의 능력을 무한으로 키워주었지만, 개인의 삶 더 치열하게 만들었다. 물론, 의학기술과 같은 것의 발달로 어린이 사망률을 한자릿수 이하로 떨어뜨려준 기여와 같은 긍정적인 것들도 많이 찾을 수는 있겠지만, 행복의 이유로써 긍정적인 측면을 찾기엔 상대적으로 너 미비하다. 결론적으로, 스마트폰 하나로 할 수 있는 것이 너무도 많은 2020년의 나는, 아쉽지만,  멧돼지를 잡아서 기쁨의 아우성을 지르며 집으로 돌아오는 수렵채집 시절의 또 다른 나 보다 행복해졌냐고 스스로에게 묻는다면 의심할 여지없이 자신 있게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우리 인간. 즉 사피엔스를 역사, 경제, 정치, 종교, 과학, 인문학 등 현존하는 모든 학문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유발 하라리의 지식과 연구에 마지막 페이지까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왜 사람들이 이 책에 대해 그렇게 열광 인지도 알겠고, 좋은 얘기가 가득한 서평들도 이해가 되는데..

다만, 좀 슬프다.

책의 중반 이후, 어디쯤에서부터 서글프다.

슬픈 것과 서글픈 것의 정확한 차이는 모르겠지만, 그 중간 어디쯤에서 양쪽을 살짝 걸치고 있는 것 같다.


사피엔스..

아무래도 이 책은 한번 더 완독해야 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고, 그런 예감은 틀린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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