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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실장 Oct 05. 2020

테스 형.. 훈아 형..

금주의 이슈 때리기.. (9월 27일~10월 03일)

추석 연휴에 온 가족이 둘러앉았다.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 일환으로 올해는 고향방문을 자제하자는 운동이 한창이지만, 부모님 댁이 차로 15분 거리이니, 마땅한 변명거리가 없다. 다 비슷한 이유에서 일까. 평년 같으면 오시지 않는 고모들까지 지방 본가에 내려가지 않는다는 이유로 큰오빠(울 아버지) 집을 방문하셨으니, 좁은 거실에 한번 자리 잡으면, 누가 자리를 차지하지는 않을까, 다시는 일어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기도 했다.


저녁식사 후, 어른들이 갑자기 나훈아 콘서트 얘기로 화제를 돌리시는 이유를 처음에는 몰랐었는데, 놀랍게도 어른들 모두 TV에서 해주는 나훈아 콘서트 방송 스케줄을 꾀고 계셨다. 심지어, TV를 거의 보시지 않는 아버지까지.. 

거실에 TV가 한 대밖에 없는 관계로 의도치 않게 모든 식구가 함께 TV 앞에 모여 앉아 시청하는 모습을 보니, 가장 어린 초등학생부터 70이 다 되신 아버지까지 3대가 하나의 프로그램을 공유한다는 사실이 조금은 신기하고, 생소하기도 했다. 

놀랍게도..

잡초, 고향역, 사랑, 무시로 정도가 흘러나올 때는 30대 초반의 조카들도 제법 따라 부르는 눈치다.






어른들 말씀을 빌어, 저 TV 속 찢어진 청바지에 머리가 하얀 '가황'이라 칭송받는 가수가 벌써 70이 넘은 할아버지라는 것을 알았다. 그 연세에 아직도 저렇게 열정적일 수 있다니...

10살 초등생 아들이 물었다.
아빠~ 저 사람 누구야?
응.. 어른들의 BTS..

생각해보면, BTS는 어디에나, 누구에게나 있다.

나에게도 90년대 '듀스'나 '서태지와 아이들'이라고 하는 BTS가 있었듯이, 지금 거실에서 TV를 보며 노래를 따라 흥얼거리시는 아버지, 어머니에게는 '나훈아'라는 BTS가 있다. 지금 10대가, 90년대 내가 좋아했던 노래들을 모르듯, 나 역시 지금 TV에서 나오는 노래의 30% 정도는 처음 들어보는 노래다. 멜로디도 왠지 올드하고 무대 연출 또한 조금은 웃음이 나올 때도 있었지만, '가황'이라고 칭송받는 가수의 열정과 노래, 그리고 70대 노인이기에 더욱 거침없어 보이는 입담들에 매료되어 그분의 팬이 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오히려 약간은 오버스럽게 '좋다~' '멋있다~'를 연발하며, 아버님 세대들이 가지고 있는 스토리를 끌어내어 노래와 대화가 어우러지게 하는데 또한, 나에게는 아주 쉬운 일이었다. 







예전에 한 설문조사에서 부모가 가장 화가 나거나 서운할 때가 언제인지를 본 기억이 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내용에 꽤나 놀랐었는데, 1위가 바로 "자식이 내 주변의 사람들을 안 좋게 얘기할 때"였다. 

우리는 너무 쉽게 "엄마 거기 가지 마" "왜 그런 사람이랑 그런데 가" "그런 사람한테 뭘 그렇게 잘해줘"라고 얘기한다. 어머니를 생각해서, 아버지를 위해서 했던 말들이, 부모님에게는 내 주변, 내 사람, 내 추억을 싸잡아서 무시했다는 사실은 모른다. 부모님들은 나를 욕하고, 나를 무시한 것과 같은 동일감이 느껴진다고 하니, 한 번쯤은 반성하고 생각해볼 문제다. "좋다~""멋지다"라는 한마디에 왜 신이 나셔서 추억을 꺼내신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소크라테스를 '형'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 

'테스 형'이라는 신곡을 부르며, 부모님에게 또 하나의 "멋진 인생이었다~"를 선물해준 사람. 

멋지다~ 훈아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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