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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실장 Oct 08. 2020

작은집으로 이사. 나까지 작아지지는 않기!

세상 사는 이야기.. 

"큰집에서 살다 보면 작은집으로는 절대 되돌아 가지 못한다"

그 어려운걸 내가 또 해낸다. 정말 나란 인간의 불가능의 척도는 어디까지인가.. 


새집, 혹은 큰집으로의 이사는 '두근거림'이었다. 업무에서나 사용할 캐드 도면을 꺼내어, 사무실 사이즈를 기입하고, 공간 구성을 비롯한 자리배치를 하는 것 또한 업무의 연장일 텐데, 당시 친구들은 즐겁게도 그 일들을 군소리 하나 없이 해냈었다. 줄자를 들고 다니며 길이를 측정하고, 폭을 재고, 그리고 다시 치수를 컴퓨터에 옮겨 적는다. 그리고 다 같이 모여 조잘조잘(?).. 그렇게 완성된 작품이 지금 이곳이었다. 



그리고, 6년을 보낸 지금, 이사를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여러 친구들과 함께 어렵고 힘든 시간 보냈던 곳을 정리를 하는 요즘, 이곳으로 이사 오기 전부터 보유하고 있던 10년 된 짐들을 모두 정리를 하려니 여간 골치 아픈 것이 아니다. 조금은 우울 해질 법도 할 이 시간에, 이런 골치 아픈 일을 해결하고자 하는 목적은 오히려 감정적으로 도움이 된다. 잠시 감성적으로 이 공간의 구석구석을 돌아보려 해도, 그 감성 따위는 바로 "저걸 어떻게 처리하지?"라고 금세 바뀐다. 이건 뭐, 철옹성이다.. 


불필요한 가구들은 중고매매업자에게 맡겼다. 

아주 반갑게(?) 저렴한 금액을 부르시고는 가져가신다고 한다. 지구를 깨끗하게 해 주고, 재활용/자원절약을 실천하는 아주 좋은 분들이시다. 나에게 준 돈보다 훨씬 더 큰 이윤을 남기고 다른 사람에게 팔더라도... 어쩌랴~ 이게 시장의 원리인걸.

작은 가구들 그리고 몇 되지 않는 가전은 요즘 핫하다는 '당근마켓'을 이용한다.

'이웃과의 따뜻한 나눔'을 모토로 하고 있는 그 마켓에 1만 원, 2만 원의 푼돈을 받고 필요한 사람에게 넘긴다. 나는 나눔을 실천할 줄 아는 멋진 사람이다! 몇몇 업자 같은 사람들이 와서 푼돈을 내고 가져가서 되팔기도 하지만, 그 사람들도 '이웃'이라고 치부하는 나는 역시 배포가 큰 사람이다! 







이사를 하려고 공간을 둘러보니, 내 인생도 둘러보게 된다. 

지난 40여 년을 돌아보기엔 너무 거시적이라, 딱 절반만 돌아보기로 하고 20년 만을 돌아보니, 이 또한 너무 대승적(?)이다. 결국 소소하고 소심하게 지난 10여 년만 되돌아본다. 하아~ 이건 뭐, 좋지 않았던 것만 머릿속에 쏟아진다. 잘못했거나 아쉬웠던 결정들, 반성하게 되는 행동들.. 정말 좋았고, 옳았던 것들은 왜 이리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인지.. 나중에 죽기 전에 자서전보다는 반성문 쓰는 게 빠르고 분량도 충분하겠다 싶다. 




최근에 시작한 이 브런치도 돌아본다. 

그동안 쓴 글들을 초스피드로 훓터보니, 이 또한 가관이다. 가장 빠르게 발견된 것은, 내 글이 점점 더 짧아지는 사실이다. 무슨 사춘기 여고생의 교복 치마도 아니고, 골목에 옹기종기 모여 담배 피우는 남고생들의 짧게 끊어지는 말투들도 아닌데, 자꾸 짧아진다. 애초에 '작가'가 되어보겠다는 꿈을 가진 것도 아니고, 정말 우연히 누군가의 권유로 이곳을 알게 되어 아주 좋은 '낙서장'정도로 치부하고 있었는데, 얼굴도 모르는 고마운 그 누군가의 '라이킷'이 조금씩 늘어나고, 구독자수에 대한 욕심도 자연스럽게 발동되어 쓰다 보니, 은근 의식이 생긴 모양이다. 내가 쓰려고 했던 내용보다는 점점 더 읽기 좋은 내용으로 바뀌는 듯하고, 내 것이 내 것 같지 않은 느낌에 어색한 것이, 꼭 다른 자아가 주절거린 느낌이 강하다. 역시 또 반성문이다. 




 지난 2월부터 시작한 주식도 돌아본다.                                                             

대학시절, 경영학도라는 야심찬 자신감에 야심한 시각까지 둘러보다 잠들었던 이 시장. 당시에 하이닉스가 구조조정에 상장폐기 처리되는 위기까지 함께 겪고는 "개미는 희망 없다"결론과 함께 절망감과 속칭. 쪽빡을 차 버리고는 침 퉤에~ 뱉고 나온 그 시장. 그래도 그동안 경제 흐름을 놓치지는 않고 지내왔고, 더 이상 적금이 적금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현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다시 사장을 방문했다. 다행히 이 시장은 언제나 개미들을 환영한다. 그 환영해주는 분위기에 또 속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으나, 아직까지는 내가 가진 내공과 분석능력 그리고 매매패턴에 대한 고평가(?)로 그렇게 쉽게 속을 것 같지는 않아 다행이다. 

하지만, 금전적으로 블랙잭을 몇 번 터트려 수익이 늘었다 하더라도, 이곳에 꽤 많은 시간과 신경을 쏟고, 그 과정에서 몇 번의 내 선택에 대한 좌절감과 아쉬움으로, 나란 인간의 평정심을 평가하며 후회한 경우가 많았기에 심적으로 많이 피곤했다. 이것 또한 역시 또 반성문이다. 




제2막 인생 준비로 강사를 준비하고 있다. 

아주 오랜만에 내가 잘할 수 있겠다는 것을 찾았다. 대학 전공을 선택하듯이, 내 재능 그리고 나의 열정을 고민하여 선택했다. 그리고 엄청난 거금(솔직히, 주식으로 인한 수익으로 결제했지만)을 내 작은 주머니에서 꺼내어 교육원도 등록하여 수업을 열심히 들었다. 매 시강 때마다 최선을 다했고, 교육원에서 진행하는 이벤트(스피치 대회)에도 참여하여 1등도 해서 무료 수강권도 받아 다시 수업을 연장해서 들었으니, 그 기간도 총 18주로 4개월째가 되었다. 이쯤 되니, 내가 실력도 있는 것 같고, 벌써 강사가 다 된 것 같다. 문제는 여기 까지라는 것이다. 딱 요기까지.. 

어찌 보면 이제부터 해야 할 것이 훨씬 많고, 발로 뛰어야 하는 것도 많은데, 발이 떨어지질 않는다. 한걸음 내딛기가 참 어렵다. 이 나이가 되는 동안, 그리고 한 업계에서 꽤 오랜 시간 이 자리까지 올라오는 동안, 엄청나게 게을러져 있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다시 밑에서부터 뛰어보려니, 내가 아무리 "난 그렇지 않아"라고 생각해도, 아니다. 난 아직 내려갈 준비가 안 되어 있다. 뛸 준비도 안되어 있다. 뛸 준비도 하지 않고, 비싼 운동화와 트레이닝복만 준비하면 누군가 대신 완주했다고 치부해질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헐.. 기가 차다.. 






이쯤 되면 이사를 하지 말까 보다. 이사 한번 하는데, 온갖 반성을 하게 되는 것이, 꼭 맞고 싶은 이유를 다 끌어다 대고 누군가 때려주기를 기다리는 것 같다. 물론 합법적으로.. 아프지 않게 살살.. 

아프지 않게 살살.. 이 또한 내 얄팍함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어쩔 수 없이 이사는 해야 한다. 

그러니,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골치 아픈 이사와 관련된 일들을 처리하면서, 잠시 시간을 가져야겠다. 브런치도, 주식도, 강사도.. 조금은 한 걸음 뒤에서 다시 봐야겠다. 

그리고 제대로 뛸 준비를 해야겠다. 


이사 한번 참.. 거창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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